작년, 박경원 선생님이 책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을 출판했습니다.
책머리에 들어갈 박경원 선생님 소개 글을 부탁받았습니다. 그때 쓴 글을 나눕니다.
책이 나오고 출판기념회 때 사회도 보았습니다.
박경원 선생님 덕에 특별한 경험들을 해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박경원을 소개합니다
박경원 선생님을 처음 만난 때가 선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20여 년 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당시 우리는 각각 서울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재가복지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었습니다. 일하는 곳은 달랐지만 맡은 업무가 비슷하였습니다. 2005년이었을 겁니다. 서로 알고 지낸 몇 년 뒤 박경원 선생님께 ‘팀장 학습모임’을 같이해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장애인복지관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다섯 팀장이 한두 해 꾸준히 모여 공부하며 열정적으로 토론했습니다.
필동 어느 카페에서 각자 아끼는 후배들을 초대하여 그동안 공부를 톺아보며 학습 모임을 마무리했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사회사업 애정이 깊고 낭만이 넘치던 때였습니다. 퇴근 뒤 함께 만나 뜨겁게 공부했던 그 시절, 박경원 선생님은 모이는 날마다 가슴에 연탄 그림이 그려진 배지(badge)를 달고 왔습니다. 당시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나누는 사업을 벌였는데, 홍보와 모금을 위한 열정이었습니다.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박경원 선생님은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든 대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박경원 선생님과는 사회사업 현장에서 실무자 시절부터 만나온 동지입니다. 그 뒤 박경원 선생님이 복지관을 떠나 서울시복지재단과 행정안전부와 서울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였는데, 이때도 서로 안부를 물어가며 사회사업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박경원 선생님이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일할 때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사회사업 학습 모임을 만들었다며, 제가 쓴 책을 읽고 만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정동 어느 카페에서 재단 학습모임 선생님들과 만나 질문하고 답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무엇을 나눴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집으로 돌아오며 ‘역시 박경원답게 여기서도 일구어가는구나’ 하며 감탄했던 마음을 기억합니다.
<복지소학>에서 사기(史記)의 글을 읽었습니다. 桃李不言下自成蹊(도리불언 하자성혜). 복숭아 꽃과 자두 꽃은 말 하지 않아도 그 아래 절로 길이 생긴다고 합니다. 박경원 선생님은 어디에 가든 그 곁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사회사업 진심이란 향을 맡고 벌과 나비가 모여듭니다.
꽃은 어디서든 향기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사업 잘하려는 마음, 사회사업 잘하는 사람을 지원하려는 마음이 언제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 마음과 이를 어떻게든 어디서든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모습, 이것이 ‘박경원다움’입니다.
서울시복지재단을 나와 서울서비스원에서 일을 시작하고 얼마 뒤, 이번에도 ‘박경원다움’이 드러났습니다. 직접 실천을 하지 않으니 더욱 현장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곳에서도 뜻 맞는 동료들과 사회사업 학습 모임을 꾸렸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이십여 년 사회복지사로 박경원 선생님이 걸어온 길을 갈무리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붙잡고 어떻게 이뤄왔는지 이 책을 읽어나가면 박경원다움, 박경원의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일하든 맡은 일을 성찰하고 전망하며 깨달은 데까지 기록했습니다. ‘사회복지사 박경원의 일기’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목차를 보고 와닿는 곳부터 읽기보다 처음부터 한 장씩 읽어나가기를 권합니다. ‘하나의 직업, 8번째 직장, 사회복지사’를 읽으면 박경원 선생님의 사회복지사로서 걸어온 길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뒤 ‘사회적 문제 해결 위한 분야별 실천사례’를 만나면 현장 실무에서 만난 한계를 풀어내기 위해 사회복지 정책과 제도로 마음이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생존형 사회복지사’는 실천 현장을 떠나 주로 정책과 제도 영역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단상을 기록하였는데, 저처럼 사회사업 현장, 그것도 민간 영역에서 일한 사람에게는 왜 공공에서 일하는 이들이 그런 사고를 갖고 그런 모습으로 일하는지는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사업 현장에서는 민관협력과 같은 일이 많은데, 공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끝으로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에서 나눈 이야기는 사회복지사로 20여 년 간 분투하며 50대 중반에 이른 중견 사회복지사의 깨달음과 후배를 위한 조언으로 와닿았습니다.
이 책 어딘가에서 박경원 선생님이 송나라 이야기를 언급했습니다. 그 글을 읽다 저도 송나라 다른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송나라 사람이 자기 모가 자라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잘 자랄 수 있게 조금씩 잡아당겨 주었습니다. 당연히 위로 당겨져 뿌리가 드러난 모든 모는 죽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가 ‘알묘조장揠苗助長’입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겁니다. 억지로 이루려 하다가는 일을 망칠 수 있습니다.
사회사업 애정 가득한 박경원 선생님은 이번에도 동료 선후배 사회복지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일하면서도 틈틈이 글을 썼고, 이를 모아 꾸준히 다듬으며 이 책을 썼을 겁니다. 하지만 박경원 선생님의 성찰은 결국 자기를 향합니다. 문장 특색과 제안 방식이 그렇습니다. 글로 남긴 자기 숙고 과정을 담담히 공유할 뿐이지, 반드시 어떻게 해야만 한다며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어렵고 조심스러운 주장도 가까운 선배와 대화하듯 읽기가 편안합니다. 박경원 선생님의 실제 모습도 이와 같습니다. 주장이 선명하지만 날이 서지 않습니다.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상대를 받아줄 여유의 틈이 보입니다.
생각은 기억을 통과합니다. 현장 실무와 정책 제도, 민간 실천과 공공 실천, 일반인과 사회복지사. 이런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여러 현장의 교집합에 존재해온 박경원 선생님.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여도 향기를 전해온 좋은 기억들이 쌓여 있으니, 이렇게 두루 소개하고 자랑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됩니다. 그의 매력을 책으로 조금이나마 느끼길 기대합니다. 언젠가 독자들도 저처럼 그를 직접 만나 이 주제들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