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허리와 다리가 뻐근했던 장거리 환종주를 즐겼습니다.
등산꾼들이 손꼽는 환종주의 한 곳인 포항시 북구 송라면 내연산 풀코스를 다녀왔는데요,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12폭포의 계곡을 끼고 있어서 유명해진 곳이지요.
어느 방향으로 산줄기를 돌아오든지 시작은 천년 고찰인 조계종 보경사 입구에서 시작하는데요,
필자는 보경사 입구 왼쪽인 치유의 숲으로 올라가서 보경사 경내로 내려왔습니다.
* 종주코스 : 치유의 숲-우척봉-삿갓봉-수목원-매봉-향로봉-내연산-문수봉-문수암-보경사
* 거리 : 28km(GPS)
* 환종주시간 : 9시간40분( 점심식사 및 휴식 포함 )
오전7시37분 출발, 시작이 좋은 코스입니다.
세파에 찌든 마음부터 깨끗이 하고 한 바퀴 돌아야지요.
치유의 숲 상부에서 만나는 예쁜 아치교에서 왼쪽으로 건너갑니다.
아치교 건너 이정표에는 우척봉까지 4.1km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오전8시2분, 치유의 숲 능선으로 올라섭니다.
이 능선은 포항시 북구 송라면 포항골프장을 지나 월포해수욕장 북쪽 해변까지 뻗쳐있는
우척산 동쪽 산줄기입니다.
치유의 숲 능선에서 음지밭갈림길까지는 된비알이 자주 나타나며 줄기차게 올라갑니다.
오전8시27분, 음지밭갈림길 통과.
오른쪽은 생태탐방로이며 우척산 방향은 왼쪽으로 올라갑니다.
된비알의 경사가 심한 곳입니다.
음지밭갈림길에서 12분을 올라가니 갑자기 눈길로 변합니다.
해발 710m 쯤 되는 곳입니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그냥 오르려니 조금 미끄럽기도 합니다.
쌓인 눈이 얼어있어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오전8시59분, 우척봉 도착.
정상석도 없이 서있는 표지판에는 천령산이라 표시돼 있네요,
이상하다는 느낌에 주변을 이리 저리 살폈습니다.
숲에 가려 있던 바로 뒤쪽으로 가보니 우척봉의 진짜 정상석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
우척봉 이정표에 삿갓봉까지 3.7km로 표시돼 있습니다.
남쪽으로 삿갓봉과 수목원의 전망대(산불감시탑)가 보입니다.
우척봉 내리막길도 경사가 급합니다.
삿갓봉으로 가는 도중의 빨래판 능선입니다.
체력 소모가 심하네요.
맞은편에 삿갓봉과 수목원의 전망대가 바로 앞에 나타났습니다.
삿갓봉이 우람차게 보입니다.
그러나 삿갓봉까지는 된비알 투성이의 잔잔한 봉우리를 몇 개 넘어가야 합니다.
이 봉우리만 넘어가면 외솔배기가 있는데요,
힘들어서 오른쪽의 생태탐방로로 우회하기로 합니다.
오전9시56분, 외솔배기 도착.
이곳에서 시작되는 삿갓봉 된비알이 상당히 힘듭니다.
이 큰 소나무가 바로 ‘외솔배기’입니다.
삿갓봉에 거의 올라와서 보니 믿기지 못할 광경에 실망합니다.
포대자루에다 흙을 채워 지저분하게 축조해놓은 곳이 있네요.
포항시 북구청이나 산림청에서 저것을 빨리 처리해야겠습니다.
오전10시17분, 삿갓봉 도착.
삿갓봉 정상은 헬기장입니다.
헬기장을 만들려고 포대자루에다 흙을 채워 지저분하게 쌓았네요.
수목원의 전망대가 지척거리까지 다가왔습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수목원 전망대로 가던 능선의 서쪽 풍경.
왼쪽 뒤의 능선이 가사령에서 내려온 낙동정맥입니다.
수목원 전망대 아래의 봉우리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요,
우리가 올라가니 발기척에 감시원이 나오면서 입산금지기간인데 어디로 올라왔느냐고 물었어요,
수목원 전망대로 올라가려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하니 제지하지 않고 통과시켜 줍디다.
수목원 전망대로 올라갑니다.
수목원 전망대로 올라가면서 바라본 매봉과 향로봉.
수목원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의 아름다운 소나무.
수목원의 전망대
오전10시33분, 전망대에 도착하여 한 바퀴 돌아봅니다.
월포와 오른쪽의 포항 영일만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전망대의 남쪽, 비학산(762m)와 병풍산(811m)
전망대에서 주변 풍경을 즐기며 간식을 먹고 푹 쉽니다.
전망대에서 근무하던 포항 북구청의 산불감시원이 사진을 찍어주며 커피도 대접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이란 이렇게 인정이 넘치는 세상이 아닐까요.
갈 길이 멀다며 빨리 내려오라고 독촉합니다.
흰눈이 뒤덮힌 저 산줄기를 넘어가야 합니다.
전망대에서 수목관리원으로 내려가는 긴 계단이 참합니다.
경상북도 내연산 수목관리원에서 귀하고 아름다운 금송을 보았습니다.
수목권리원의 매봉 들머리.
들머리에서 수목원 생태통로로 올라서니 인상 험악한 산불감시원이 매봉 입산을 금지했는데요,
금지한다고 못 올라갈 것 같으면 오지도 않았지요,
우리는 조금 우회하여 매봉으로 올라갔습니다.
매봉의 된비알은 진을 빼게 만들었습니다.
계단을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오른 지 6분이 지났는데도 계속 됩니다.
오전11시36분, 매봉 도착.
매봉의 전망대는 주변이 숲에 가려 남쪽의 비학산만 겨우 보였습니다.
무릎이 빠질 정도로 쌓인 눈을 헤치며 갑니다.
넘고 또 넘어도 빨래판 능선은 계속됩니다.
서쪽 아래로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가 보입니다.
이 동네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외침을 많이 당하다 보니 전쟁과 질병을 피할 수 있으면서
먹고 살만한 땅을 찾아다녔지요,
전국에 그런 곳이 열군데 있다고 십승지라고 했습니다.
공기 좋고 물 좋으며 세상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상옥리는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길지라 할 수 있습니다.
대간과 9정맥을 종주하게 되면 십승지는 거의 구경하게 됩니다.
오후12시13분, 833.2봉을 지난 갈림길 이정표에서 잠시 쉽니다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다 양지바른 능선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오후1시 꽃밭등 통과.
꽃밭등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옵니다.
꽃밭등에서 봉우리를 하나 넘어가는데 향로봉 능선이 거대하게 나타납니다.
오후1시11분, 오른쪽 가마골로 내려가는 정자 도착.
이곳에서부터 향로봉으로 올라가는 기나긴 된비알의 시작입니다.
이정표에 1시간10분이면 도착한다고 표시되어 있네요.
왼쪽의 향로봉으로 올라가는 눈길은 오후 들어 기온이 올라가면서
녹기 시작하여 상당히 미끄러웠습니다.
된비알과의 씨름이 계속 됩니다.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싶었지만 녹기 시작하는 눈이 달라붙으면 무거울까봐 그냥 오릅니다.
한 발 올리면 한 발이 슬쩍 미끄러집니다.
향로봉은 아직도 저 만치 높이 있습니다.
하얀 눈을 계속 바라보며 걸으니 눈이 어둠침침해져옵니다.
선글라스를 가져오지 않은 게 후회되네요.
야호 ~ 이제 200m 남았다!
지루하던 된비알의 끝입니다.
오후2시3분, 향로봉 도착.
1시간10분 걸린다더니 52분 만에 된비알을 해치웠습니다.
화진해변이 보입니다.
시원하게 탁 트인 푸른 수평선, 가고 싶은 화진포.
남동쪽으로 영일만 신항의 방파제와 호미곶이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제 내연산(삼지봉)으로 갑니다.
내려가는 눈길이라 좋습니다.
등산화가 푹 푹 빠지게 쌓인 눈이 쿠션 역할을 하니까요.
오후2시21분, 삼지봉 갈림길 통과.
왼쪽으로 내려가면 심심산골 옥계계곡 하옥마을이 나옵니다.
삼지봉 갈림길에서 15분 후 시명리 갈림길 통과.
봉우리 같지도 않은데 ‘동관봉’이란 지명의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이런 지명은 어느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무명봉에 갖다붙이는 경우에 속한다고 합니다.
멀리 주왕산 능선이 보입니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눈길입니다.
오후3시27분, 내연산(삼지봉) 도착
눈의 무게에 못이겨 부러진 소나무가 정상석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존귀하신 정상석입니다.
마지막 봉우리인 문수봉이 2.6km 남았음을 이정표가 알립니다.
오후3시40분, 드디어 7시간 만에 눈길을 벗어났습니다.
동대산 갈림길을 지나 해발 650m 지점입니다.
환종주의 마지막 봉우리인 문수봉이 보입니다.
오후4시6분, 문수봉 도착.
오후4시33분, 문수암 통과.
42년 전에 올라와 본 적이 있는데 그대로입니다.
썩어 넘어질 때까지 그냥 둘 모양입니다.
출입문의 높이가 가슴팍 정도밖에 되지 않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
유명한 내연산 12폭포계곡의 첫 폭포인 쌍폭이 내려다보입니다.
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12개의 아름다운 폭포가 나오지요,
계곡의 끝머리 분수령이 바로 삿갓봉과 수목원 전망대, 매봉입니다.
갤럭시 S23 줌으로 10배 당겨 보았습니다.
폭포물 쏟아지는 소리가 계곡을 시원하게 울립니다.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네요.
술잔에 꽃잎 띄워 건배하는 시절이 돌아왔습니다.
청솔을 뒤덮었던 눈이 녹은 물이라 푸르기만 합니다.
문수봉 능선에서 사령고개로 내려가지 않고 문수암으로 내려온 이유를 알겠지요 ?
솔향기 씻어 내려온 계류에 머리와 얼굴을 씻으니 정신이 맑아옵니다.
오랜만에 보경사를 지납니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불국사의 말사인 보경사입니다.
신라 진평왕이 중국 진나라에서 불법을 공부하고 돌아온 지명법사와 동해안을 순행하다
서쪽 산자락에서 오색찬란한 구름이 걸려있는 걸 신기하게 여겨 찾았더니
수려한 계곡의 입구에 있던 큰 연못에서 오색 빛이 발광하더랍니다.
그 못이 명당임을 간파한 지명법사가 왕에게 청하여 못을 매립하고 8면 보경을 묻은 후
호법인연의 대작불사를 하였으니 보경사라 했답니다.
천년 고찰로서 규모나 고승대덕이 거쳐 간 내력에 반해 말사의 지위가 아쉬운 사찰입니다.
오후5시17분, 9시간40분 만에 만에 28km 능선을 돌아서 무사히 ‘치유의 숲’ 입구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