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값 2
-채린-
북한산자락
전통시장 뒷골목
작은 터 새로 지은 건물에
사주 작명소가 보란 듯이 반듯하게 붙었다
어릴 때 노란 손수건 접어 이름표 달았던 기억이 스친다
이름이 없는 것이 있을까
작은 풀포기의 예쁜 이름들
애기똥풀, 물봉선화, 문주란......
인디언의 이름처럼 향기로운소, 날센독수리
사물마다 붙여진 걸맞은 이름들
내 이름을 가만 생각해 본다
벌거숭이로 와 얻은 첫선물이다
값없이 받은 이름이다
세상의 끝에서 더 불릴 이름
내 뜻과 상관없이 불리고 또 불리고
새로운 인연 만나면 언제나 새 이름으로 불린다
시간의 흐름에 먼지 쌓일 수 있는 그 이름 판
무명천 접어 닦으며 닦으며 윤을 낸다
욕들이 쌓이지 않게
사람값을 하는지 오늘도 천칭에 올라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