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30.월요일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2006년)
에제47,1-2.8-9.12 요한2,13-22
봉헌의 여정
-하루하루가 봉헌 축일이다-
오늘은 저희 요셉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생일을 맞이했을 때의 기분처럼 어제부터 수도원 성전 생일이라 생각하니 웬지 모를 기쁨이 샘솟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생각하면 감개무량한 우리 요셉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우리 요셉 수도원에는 참으로 “신의 한 수”같은 무수한 기적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봅니다.
지금부터 16년전 2006년 5월30일 이날! 지금은 고인이 된 이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이 집전한 성전 봉헌 축일 미사때는 수도원 역사상 300명 이상이 참석했으니 이렇게 많이 신자들이 참석하기는 수도원 역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참 많은 분들로부터 넘치도록 사랑을 받아왔던 수도원에 성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중에 성전 봉헌 축일 전 해인 2005년 8월부터 불야불야 시작된 전광석화電光石火, 전화위복轉禍爲福같은 성전공사에 성전본관의 신축이 그야말로, “아, 죽다 살아났구나!” 하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느낌이었으니 그대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은총이었던 것입니다. 수도원 본관의 명칭도 '자비의 집'입니다.
1987년 3월19일 수도원 개원이후 처음에는 1.온돌방 성전을 사용하다, 2.응접실로 옮겼고, 이어 3.온돌방과 응접실을 하나로 터 성전으로 사용하다가, 마침내 이 옛 별장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4번째 성전을 새로 신축하여 봉헌 축일 미사를 지낸 날이 바로 16년전 오늘입니다. 그러니 나이로 하면 16살 한참 젊은 청춘입니다.
새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의 감사와 감동, 감격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 밥상이 커서 좋다!” 제대를 대했을 때 첫 순간의 느낌이었습니다. 참으로 획기적 변화가 많았던 성전 전례였습니다. 처음으로 앉은뱅이 낮은 제대에서 앉아 미사를 봉헌하다가 서서 미사를 봉헌했고, 독서대에서 독서가 시작됐으며, 처음으로 미사때 복사도 함께 하는 미사다운 미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참으로 본래의 순수를 되찾아 초발심初發心의 자세를 갖게 하는 성전 봉헌 축일의 유래요 오늘 본기도가 새삼 마음에 새롭게 와 닿습니다.
“하느님, 해마다 이 성전이 봉헌된 날을 기념하게 하시니, 저희 기도를 들으시어, 저희가 이 성전에서 언제나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고, 구원의 열매를 풍성히 거두게 하소서.”
참 단순하고 아름다운 기도문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특히 2014년 3월19일 자립 수도원이 되면서 성전 봉헌 축일은 명실공히 자리잡혀진 기분이라 참 마음이 기쁩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그리고 성전에서 거행되는 미사전례를 사랑합니다.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듯 우리 삶의 가시적, 눈에 보이는 중심이 바로 이 성전입니다.
오늘은 우리 수도원의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참으로 깊이 깨닫고 보면 하루하루가 봉헌의 여정이요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세상에 봉헌이란 말마디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말마디도 없을 것입니다. 봉헌의 축복, 봉헌의 기쁨, 봉헌의 신비, 봉헌의 아름다움 등 끝이없습니다. 봉헌이야 말로 우리의 신원이요 삶의 존재이유이자 의미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성전인 우리 자신도 날마다 새롭게 하느님께 봉헌함으로 거룩하고 아름다운 하루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전을 정화하시는 예수님 역시 얼마나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사랑하셨는지, 또 얼마나 성전의 속화에 분노하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세상을 성화聖化해야할,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성전이 세상을 닮아 세상에 동화同化, 속화俗化된다면 말그대로 절망적 상황입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제자들은 즉시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 삼킬 것입니다.”라는 성경말씀을 연상했다니 예수님의 불같은 열정이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달됐음이 분명합니다.
열정熱情과 순수純粹야 말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우리 수도자들의 기본적 자질이자 성소의 표지이기도 합니다. 열정에서 순수요, 순수에서 샘솟는 열정이니 둘은 함께 갑니다. 이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말씀에서 성전은 한층 심화된 모습으로 뚜렷이 부각됩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이 성전을 마흔여섯해나 걸려 지었는데, 당신이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말이요?”
당시 사람들은 몰랐지만 우리는 압니다. 바로 성전은 사흘만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 주님의 몸인 성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참으로 우리는 매일 미사전례를 통해 주님의 몸으로 성장, 성숙하는 공동체 성전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매일이 주님 성전 봉헌 축일인 것입니다.
날마다 성전에서의 미사은총이 오늘 제1독서의 에제키엘서에서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바로 성전미사 은총이 우리는 물론 세상을 끊임없이 살리면서 정화하고 성화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근거한 성수 축성때 마다 부르는 성가 67장이 은혜롭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 내리는 물을 보았노라. 알렐루야.
그 물이 가는 곳마다 모든 사람이 구원되어 노래하리라. 알렐루야.”
세상을 살리는 은총의 강, 생명의 강같은 미사전례은총입니다. 오늘 아침 성무일도 독서시 베드로 사도의 말씀(1베드 2,1-17)도 참 좋았습니다. 오늘 성전 봉헌 축일에 주님께서 당신의 살아 있는 성전인 우리 공동체 형제들에게 주는 가르침이자 깨우침처럼 들립니다.
“모든 악의와 모든 거짓과 위선과 시기, 그리고 모든 중상을 버리십시오. 갓난아이처럼 영적이고 순수한 젖을 갈망하십시오. 그러면 그것으로 자라나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주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분은 살아있는 돌이십니다. 여러분도 살아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십시오.”
주님의 몸이자 주님의 거룩한 사제단이 되어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미사경문중 감사송은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 그대로 우리의 하늘나라 꿈을 현실화 시켜주는 성전미사은총임을 실감케 합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마음 깊이 새기고 싶어 그대로 인용함으로 강론을 끝맺습니다.
“주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이 집을 짓게 하시어,
주님께 나아가도록 끊임없이 도와주시며,
주님과 신비로운 결합을, 이곳에서 오묘히 드러내시고 굳게 하시나이다.
또한 여기에서 저희를 주님의 살아있는 성전이 되게 하시어,
온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자라게 하시고,
마침내 천상 도읍 예루살렘에서 평화의 나라로 완성하시나이다.”
교회와 미사전례를 통한 하느님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능력과 위업을 참 잘 드러낸 감사송입니다. 새삼 지상에서 천상을 향한 순례 여정중에 있는 우리 한 몸 교회 공동체를 끊임없이 새롭게 이끌어 주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참으로 놀랍고 고맙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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