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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우리말의 어원 연구
아스텍의 지명과 일상생활 속의 우리말 연구 손 성 태 배재대학교
1. 서론
어떤 민족의 일부분이 동족 집단에서 벗어나 어느 먼 곳으로 이동한 후, 원래 있던 곳에 남아있던 동족과 약 1천년 이상을 서로 교류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면, 어떤 공통점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그 분열이 언제 일어났는가? 일 것이다. 즉 구석기 시대에 일어났는가, 신석기 시대에 일어났는가, 청동기 시대에 혹은 그 후에 일어났는가에 따라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구석기시대라면 타제석기에서 공통점을 찾아야 할 것이고, 기원 1만여년 전에 시작한 신석기 시대라면 마제석기와 토기와 같은 유물에서 공통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원전 1000년 전 부터 시작된 청동기 시대 이후라면, 그 시대의 각 발전 단계에 나타나는 특징에서공통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은 청동기 시대로 대표되는 고조선 시대에는 비파형 동검과 팽이형 토기, 그리고 무덤은 고인돌로 대표된다. 극동아시아에서 우리민족은 매우 특징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수 만기가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 산재해 있어, 역사학자들은 우리민족을 ‘고인돌의 나라’라고 불러도 될 정도라고 한다. 또 기원 전후부터 기원후 300 년까지로 분류하는 원삼국시대에는, 더 이상 고인돌을 건설하지 않고 그 대신 만주 일대에 수많은 피라밋을 건설하였다.
1). 그리고 3세기에 기록된 중국의 ‘삼국지위지동이전’에는 고구려의 장례 풍속에 대하여 ‘특이하게 상주는 곡하며 울고 조문객들은 북치고 춤추며 노래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부여에 대하여는 ‘왕이나 귀족이 죽으면 순장하는 풍습이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멕이코에도 이러한 피라밋이 있고, 왕들의 장례식에는 순장이 있었고, 또 스페인의 멕이코 정복 이후인 1540년대의 고마라(Gómara)의 기록에 따르면, ‘장례식 날에 관을 매고 나갈 때 상주나 친척들은 울고, 다른 사람들은 슬픈 노래를 반복적으로 불렀는데, 이러한 장례식은 이 민족의 특징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2). 멕이코의 원주민 문화와 우리민족의 옛 문화 사이에는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화적 일치, 특히 기원 이후의 문화가 일치하는 예가 매우 많다. 필자는 이러한 문화적 일치에 대한 손성태(2010)의 연구 ‘아스텍 제국에 나타난 우리민족의 풍습’을 기본 배경으로 삼고, 또 언어적 연구는 손성태(2009b)의 ‘아스텍의 역사, 제도, 풍습 및 지명에 나타나는 우리말 연구’를 기본 바탕으로 하여, 본 연구에서는 멕이코의 원주민 언어와 우리말의 일치 현상을 연구하기로 한다. 이 일치는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의 어휘에서 발견되고, 그 수도 매우 많으므로 여기서는 그 일부분만 다루기로 한다. 필자는 그동안 다른 연구에서 ‘아스텍인들은 우리민족의 후예’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지명(地名)과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용어에서 우리말과 나와 들어가 일치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한다. 따라서 ‘같은 민족’이라고 할 때의 ‘민족’이라는 개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먼저 ‘민족’에 대한 간단한 정의를 보고, 나와 들어와 우리말의 일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언어 대조 분석에서 필수적이며 기본적인 나와 들어와 우리말의 음소의 대응 관계를 간단하게 검토해 보기로 한다.
1.1. 민족의 정의
아득한 고대부터 인간이 번성하여 여러 갈래로 갈라질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의사소통’이었을 것이다. 즉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집단을 형성하여 함께 이동하고 함께 정착하여 살았다. 이들은 자기 집단의 공동 이익과 안전을 위하여 다른 집단에 저항하며 오래 세월을 살아오면서, 같은 생활 습관과 같은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자기 집단만이 통용되는 언어의 공통성은 더욱 확대 심화되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문화가 발달하면서, 그들은 공동체 의식을 더욱 강조하기 위하여 같은 모습의 머리 형태를 하고, 같은 색깔과 모양의 옷을 입었다. 이러한 집단의 가장 작은 형태가 ‘씨족 집단’이며, 우리나라에 오늘날까지도 흔적이 남아 있는 씨족마을의 기원이다. 언어가 통하는 다수의 씨족 집단들 모여 좀 더 큰 공동체
1) 우실하의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에 따르면 우리민족의 피라밋의 기원은 기원 수세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그 초기 형태도 원형이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에는 돌뿐 아니라 흙 피라밋도 있다. 그런데 멕이코의 초기 피라밋도 원형이며, 재료로는 돌 뿐 아니라 흙으로 쌓은 피라밋도 있다.
2) Gómara, F. López, 『La conquista de México』, Dastin S.L., 1550년경 문헌, 2000년판, España, p. 446
를 이루어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전쟁, 사냥, 이동 등과 같은 공동 경험을 축적하였고, 그 결과로써 흔히 운명 공동체라고 하는 민족을 형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김한규(2004)가 말 했듯이, 민족이란 역사적 공동 경험을 가진 집단이다. 이 공동체를 흩어지지 않게 묶어 온 요소는 오랫동안 그들의 조상들이 쌓아 온 공통 풍속이나 종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은 언어이다. 언어는 사고(思考) 방식의 산물이다. 언어가 같다고 하는 것은 의복이나 종교가 같다는 것과 그 차원이 다르다. 의복이나 종교가 같다는 것을‘외면적 일체’라고 하면,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같다는 것은 ‘내면적 일체’를 의미한다. 외면적 일체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 질 수도 있다.
같은 종교를 형식적으로 받아들인다던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같은 모양의 그릇을 만들어 사용한다든지, 같은 색깔의 의복을 입거나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같은 장식을 몸에 하는 것과 같은 외면적 일체는 모방을 통하여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형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사고방식으로 생활한다는 것, 즉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같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내면적 일체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따라서 역사적 공동 경험이란 무엇보다도 내면적 일체가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민족이란 역사적 공동 경험을 소유한 집단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곧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생활풍습, 같은 신앙, 같은 의복과 장신구, 같은 생활도구, 같은 종교 등은 모두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언어를 매개체로 공통적으로 쌓아 온 역사적 공동 경험의 산물이다. 민족 고유의 풍습과 유물도 민족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예를 들어, 팽이형 토기와 비파형 동검, 고인돌식 장법(葬法)은 우리민족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고고학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언어가 확인되지 않을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이러한 기준과 언어가 확인된다면, 그 중에서도 민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는 정신세계의 산물로서, 그 정신세계만은 다른 민족으로부터 빌려 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족은 국적과 다르다. 어떤 나라는 다민족 국가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고, 조선족은 국적으로는 중국인이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민족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와 조선족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공동 경험을 하며 살아왔고,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믿었던 어떤 두 집단이 생활풍습, 신앙, 의복과 장신구, 고고학적 유물 등에서 같으면서 동시에 언어까지 같다면, 지금까지 역사·고고학에서 쌓아 온 기준에 따르면, 우리는 그 두 집단이 같은 민족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우리가 미처 알 지 못했더라도, 그 두 집단은 오랜 역사적 공동 경험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1.2. 언어의 일치와 음소 대응
1.2.1 언어의 일치
손성태(2009a)와 손성태(2010)은 아스텍과 우리민족이 문화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 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고, 또 손성태(2009b)에서는 아스텍에서 사용된 몇 가지 어휘들이 우리말의 대응 어휘와 형태소 결합 구조까지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아스텍인 들과 우리민족이 같은 동족임을 세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위에서 정의한 대로, 같은 민족이라 함은 문화적 일치와 더불어 언어적 일치가 필수이다. 그런데 언어적 일치란 무엇을 의미할까? 언어적 일치라 함은, 즉 같은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언어학의 모든 측면에서 일치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즉 언어학적으로 가장 작은 단위인 음소에서부터 형태소, 형태소의 결합 방법, 형태소로 구성된 어휘, 어휘들로 구성된 구 구조, 구로 구성된 문장에 이르기 까지 모든 구조, 발음, 의미에서 일치해야 한다. 이러한 일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이 음소이다. 멕이코 원주민이 사용했던 나와들어와 우리말의 일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언어 대조 분석에서 필수적이며 기본적인 음소의 대응 관계에 대하여 먼저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두 언어의 일치 확인 과정은,
첫 째, 먼저 그 음소들이 결합하여 형성하는 형태소들의 뜻과 발음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둘 째, 그 형태소들이 결합하여 형성하는 어휘나 구의 뜻과 발음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고,
셋 째, 구의 경우에는 그 구조가 일치하야 하며,
넷 째, 우리말 고유의 문법소가 나와들어에서도 같은 기능으로 사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네 가지가 일치 한다면, 인간 언어의 마지막 완성 형태인 문장의 구조, 발음, 뜻은 자연스럽게 일치하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필자는 먼저 나와들어와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의 음소 대응부터 정리 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사항이 있다: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아스테카인들, 즉 멕이코 원주민의 말, 즉 그들의 원래의 발음이 아니라
3), 스페인인들이 그들의 말을 알파벳으로 차음하여 기록한 스페인어식 발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원주민의 말(발음)과 스페인어 발음이 완벽하게 일치한다면, 본 연구에서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음소 대응은 바로 스페인어 음소와 우리말 음소로 대응하면 된다. 그러나 이 가정은 옳지 않다. 멕이코 원주민의 원래 말과 스페인어 발음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이 차이에 대하여 저명한 나와들어 학자였던 슐리반(Sullivan,1988)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4). “The alphabet used for Nahuatl was introduced by the early Christian missionaries, using the orthographic conventions of sixteenth-century Spanish. This orthograhy represents the Nahuatl phonological system reasonably well, but it obcures or underrepresents some phonetic facts of the language.”
“초기 기독교 선교사들이 나와들어를 표기하기 위하여 사용한 알파벳은 16세기 스페인의 철자규범이었다. 이 철자법은 나와들어 음운체계를 잘 표현하기는 했지만, 일부 발음을 제대로 표현 못했거나 축소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크고 중요하다. 원주민들의 말과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표기된 말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오늘날 ‘나와들어’라고 하는 것은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기록된 원주민 언어, 즉 스페인어식 발음으로 된 원주민 언어를 말한다. 스페인어화 된 원주민의 말, 즉 발음은 그들의 원래의 발음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5). 3) 필자는 ‘아스테카’라는 용어를 이전 연구에서는 멕이코 원주민들의 구별과 관련 없이 사용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부터는 ‘아스테카’라는 용어와 ‘멕이코 원주민’이라는 용어를 구별하고자 한다. 전자는 아스텍 제국을 세운 주체, 즉 고조선의 발원지였던 요동의 아사달에서 대략 820년경에 출발하여 가장 늦게 멕이코에 도착한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고, 후자는 만주일대와 아무르강 북쪽까지 살았던 부여의 고리족들로서 기원 직 후 부터 수백 년에 걸쳐서 멕이코에 도착하여, 인구가 번성하여 멕이코 전역에 퍼져 살았던 사람들과 아스테카인들을 포함한 포괄적 용어로 사용하겠다. 본 연구에서 연구대상으로 하는 ‘나와들어’는 사실상 ‘멕이코 원주민 언어가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표기되고 발음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4) Sullivan (1988), 『Compendium of nahuatl grammar』, P. 5
5) 1521년 아스텍 제국을 정복한 이후, 원주민들의 말이 스페인어로 표기되기 시작하면서도 나와들어는 발음의 변화를 어느 정도 겪었다. 대표적인 것이 자음 T 다음에 무조건 자음 L이 들어가는 발음이 그 예이다. 이것을 오늘날 학자들도 ‘발음의 변질(Corrupción fonética)’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나와들어 사용 인구가 멕이코에서도 약 166만명(2000년 통계)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발음은 완전히 스페인어화 되어, 원래의 발음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나와들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166만 명이라고 하여, 멕이코 인구에서 원주민이 차지하는 수가 그 정도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멕이코 인구의 20%는 순수 원주민 혈통이며, 백인등과 혼혈인이 60%이다. 즉 멕이코 인구의 80%가 원주민 혈통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어는 잘 알려진 대로 경음만으로 발음하는 언어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말은 평음,경음, 격음으로 구별하여 발음하는 언어이다. 우리말의 ‘달, 딸, 탈’을 스페인어로 표기하면 모두 ‘tal’로 표기되고, 그 스페인어식 발음은 [딸] 하나로 축소된다. 필자가 여러 편의 논문을 통하여 주장해 온 대로, 멕이코 원주민들이 우리민족임을 받아들인다면, 즉 그들의 말이 우리말과 같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바로 이와 같은 현상이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차음하여 기록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필자는 본 연구의 내용 전개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원래의 말에는 평음, 경음, 격음의 구별이 있었음을 증명 할 것이다. 따라서 소위 ‘나와들어’의 발음은 스페인어화 된 발음이고, 원주민들의 원래의 발음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 사실은 본 연구와 앞으로의 나와들어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다. 멕이코 원주민들이 우리민족이라는 것을 언어적으로 증명하고자 한다면, 바로 이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여, 스페인어화 된 나와들어 발음에서 원주민들의 원래의 발음을 복원한 후에, 우리말과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음성적으로는 사라져 버린 원주민들의 원래의 발음을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경음으로만 표기된 나와들어를 우리말의 평음, 경음, 격음으로 확대한 후에, 그 형태소나 어휘가 사용된 문맥을 고려하면, 이 세 가지 발음 중에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 어휘나 문맥을 통하여 평음, 경음, 격음 중 어느 것인지를 선택하는 과정을 필자는 ‘합치’라고 하겠다. 이 합치를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 예문에서 스페인어 tal은 [딸]로만 발음되지만, 원주민이 우리민족이라는 전제하에, 즉 그들의 발음이 우리말 발음과 같다는 전제하에서 읽으면 [달], [딸], [탈]의 세 가지로 발음 될 수 있다. 그리고 위 예문의 문맥과 함께 판단해 보면, 원래 원주민 발음은 ‘딸’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합치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나와들어를 스페인식 발음과 우리말 발음-원래의 원주민 발음-으로 복원한 후에 합치로 선택된 발음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 ]’는 스페인어식 발음에, ‘( )’은 복원 후 합치로 선택된 발음표기에, 그리고 ‘< >’는 그 뜻을 표기하는데 사용하겠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기본적으로 연역적 방법론을 사용한다. 즉 기본적으로 손성태(2009a), 손성태(2009b), 손성태(2010)의 ‘아스테카인들은 우리민족이다’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아스테카인들의 말은 우리말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것은 위의 표기 가운데 ‘( )’의 발음 표기가 우리말 발음 표기이자 동시에 멕이코 원주민들의 원래 발음 표기라고 전제함을 의미한다, 이 전제를 바탕으로 멕이코 지명과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된 가장 중요한 어휘들의 형태소를 우리말 형태소로 분석 한다. 그리고 각 형태소의 발음, 뜻, 기능, 그리고 결합 방식이 우리말의 그것과 일치하고, 최종 결합 구조와 의미가 우리말의 그것과 일치한 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서 우리의 전제가 옳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하겠다. 그리고 이 논지와 전제가 옳다는 것을 받쳐주는 것은 손성태(2009a), 손성태(2009b), 손성태(2010)로 이어진 일련의 연구가 증명하고 있지만, 본고에서는 멕이코 지명에 나타나는 명칭이 우리나라 역사서에 나타나는 민족 고유의 지명어와 일치하고, 일상생활 도구들이 우리말로 아주 쉽게 그 용도가 이해된다는 사실로 증명하겠다.
1.2.2. 모음소 대응
아스텍의 나와들어와 우리말이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먼저 음소 대응부터 보아야 한다.
(a) 우리말과 스페인어의 모음 비교
이 비교표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우리말과 스페인어 모음의 음소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우리말의 모음 ‘ㅏ, ㅗ, ㅜ, ㅣ’는 비교적 정확하게 스페인어로 표기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모음은 사실상 정확한 표기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모음 ‘ㅓ’의 경우에는 ‘서울’을‘[세울(Seul)’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e[에,애]’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것도 아니다. 스페인인들의 나와들어 표기를 보면, 우리 모음‘ㅡ’의 경우가 특히 문제가 된다. 이 모음의 표기는 아예 생략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사한 음(音)의 다른 모음(e, i, o)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나와들어와 우리말의 공통요소 가운데 하나가 복수형 접사 ‘들’이다. 스페인어로 표기된 나와들어에서 복수 접미사 ‘들’이나, 도구의 명칭에 사용되는 ‘틀’을 모두 ‘tl [뜰]’로 표기했는데, 이것은 모음 ‘ㅡ’를 생략한 예이다. 우리 모음 ‘ㅡ’를 ‘e’나 ‘i’로 표기한 경우도 있다. 지명으로 남아 있는 Tlatelolco (다델올고) <다들 올 곳/필자역>과 Tlatilco (다딜고) <다들 곳/ 모든 사람들의 장소/필자역>를 보면, 복수형 접사 ‘들’을 tel 또는 til로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6)7). 또 모음 ‘o’로 표기한 예로는 보통명사 conetl [꼰애뜰](큰 애들)<큰 아이들>에서 보듯이 모음 ‘ㅡ’를 알파벳 ‘o’로 표기하고 있다. 이 어휘는 형태소 구조가 ‘큰(con) +애(e)+들(tl)’인데, 초기 스페인 선교사들은 아스테카인들의 발음을 듣고서 , ‘한 단어’로 착각하여 ‘아이’라고 번역하였다8).
6) Tlatelolco(다델올고)는 멕이코 문헌에서는 Tlatilolco로 기록되어 나오기도 한다. 아스테카인들이 1325년 처음으로 그들의 국가인 Tenochititlan (태노치티땅)을 세운 뒤, 각 씨족 집안에게 토지를 분배했다. 그 토지 분배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면서 불만을 품은 평민들과 작은 씨족 집안들이 바로 옆 섬으로 가서 13년 뒤에 새롭게 건설한 도시국가가 Tlatelolco(다델올고)이다. 태노치티땅과 다델올고는 서로 발전 경쟁을 치열하게 했으며, 서로 주도적으로 흡수 통합하려고 국력신장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그 당시 국력신장의 가장 큰 요소가 인구증가였다. 이것이 Tlatelolco를 ‘다들 올 곳’으로 의미 번역한 근거이다. 또 Tlatilco(다딜 고)라는 지명을‘다들 곳’, 즉 ‘모든 사람들의 장소’로 번역하는 근거는 이곳이 멕이코 정복 이전의 공동묘지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 공동묘지에는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묻혀 있다.
7) 나와들어의 발음에서 주의할 사항은 복수형 접사 ‘-tl’을 제외한 거의 모든 ‘tl은 원래는 T 다음에 L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스텍 제국 정복 전쟁 이후에 발생한 극심한 언어 혼란으로 발생한 현상으로서, 오직 멕이코 나와들어에서만 나타난다. 따라서 원래의 나와들어, 즉 멕이코로 건너 간 우리말의 발음을 찾기 위해서는 이 L을 생략하고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Tlatelolco를 오늘날 멕이코에서는 [뜰라뗄올꼬]라고 읽지만, 원래의 나와들어 발음은 (다델올고)가 된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손성태(2009b)를 참조하기 바란다.
8) Simeon의 사전에 따르면, 아스텍 제국에서 Conetl(큰애들이라는 어휘는 주로 엄마들이 사용했다고 부연 설명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애/ 작은 애’라는 호칭은 주로 엄마들이 사용하고, 아버지들은 ‘큰 놈/ 작은놈’을 주로 사용한다. 필자가 아스텍인들이 우리민족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로 삼는 것 중의 하나가 언어적 일치뿐 아니라, 이와 같이 그 언어가 사용된 ‘환경’까지 일치한다는 점이다.
모음 ㅓ 는 모음 ㅡ 와 그 음 音이 비슷하여 똑같은 방식으로 표기되었다 즉 생략되기도 하고 다른 모음으로 대체 표기되기도 했다. 생략된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면, ‘옥수수’ 를 뜻하는 centl[센뜰](센털)<센 털/필자역)가 있다9)10). 9) 본 연구에서 ‘필자 역’은 본 연구자가 나와들어의 여러 문헌을 바탕으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한 번역을 의미하며, ‘필자 역’이 없는 경우는 나와들어 문헌에 명확하게 번역되어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conetl(큰애들)은 Sullivan(1988, 20쪽)은 ‘child(소년)’이라고 번역하고, 미국 엘에이 주변지역의 원주민 언어에 대하여,1689년 문법서를 쓴 Gaftelu(1689, 3쪽 왼편)와, 멕시코 아스텍제국의 원주민 언어에 대하여, 1645년 문법서를 쓴 Carochi(1645, 8쪽)에서도 ‘niño(소년)’이라고 번역하였다. 그런데, ‘큰애’는 영어로는 ‘big boy’ 라고 번역해야 한다고 지적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멕이코 원주민들이나 우리민족에게는 ‘큰애’가 ‘덩치가 큰 아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의 ‘큰아버지, 큰형, 큰애’는 ‘나이가 많음’을 뜻한다. 영어의 ‘big boy’는 ‘덩치가 큰 아이’를 말한다. 따라서 ‘큰애’를 영어로 ‘child’라고 번역한 것이 옳다. 한편, ‘큰애’라는 이 용어자체도 자세히 보면 우리말이지만, 이 어휘가 반영하고 있는 문화도 우리민족의 것이다. 즉 ‘큰할아버지, 큰아버지, 큰형, 큰애’등과 같은 용어는 ‘같은 형제 중에 연장자’를 뜻하는 우리민족의 문화 용어이다. 따라서 cone(큰애)는 나와들어를 사용한 멕이코 원주민들이 우리민족임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다. 복수 접미사 ‘들(tl)’은 나와들어에서도 처음에는 복수접사로 사용되었으나, 후에 복수접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여, 아무런 뜻 없이 사용되었다. 또 위의 두 스페인 문헌 비교는 흥미롭게도 17세기 당시에 미국 엘에이 지역과 아스텍 제국 사이에 인적 물적 교류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두 지역의 원주민 언어가 비슷했음을 증명하고있다. 필자는 그 이유가 우리민족이 엘에이 지역과 멕이코에 모두 퍼져 살았기 때문으로 본다.
10) 나와들어 어휘 번역은 매우 문제가 많다. 이 문제는 금세기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16세기 초에 기록된 최초의 문헌들에서부터 관찰된다. 아스텍 정복 직후에 활동하기 시작한 최초의 스페인 신부들마저도 아스텍인들의 언어를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여, 짐작으로 뜻을 기록함으로써 이 문제가 시작되었다. 1521년 아스텍 제국 정복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배계급-지식인을 죽였고, 스페인 신부들 가운데 일부가 원주민의 문화의 인류사적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보존하고 그들의 말을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한 것은 1540년대 이다. 이 시기는 제1차 천연두-이 병을 ‘골u44264 .거u47532 .는병’이라고 하여 ‘고골’이라고 칭하였음- 가 유행하기 시작한 때 였다. 이 병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원주민의 2/3가 죽었다. 1570년대의 제2차 천연두가 유행하면서, 다시 당시 원주민의 1/2정도가 또 죽었다. 따라서 지배-지식 계층의 대량학살, 그리고 천연두의 유행으로 멕이코 전 지역은 극심한 혼란 속에 있었고, 일부 뜻있는 스페인 신부들이 원주민들의 언어, 문화,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였으나, 보수적인 대다수의 스페인 신부들의 많은 방해와 핍박이 있었다.
따라서 사하군(Sahagún)과 같은 일부 신부들이 원주민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과정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들이 받아 적고 해석한 나와들어의 뜻은 매우 유추적 의미, 즉 정확하지 않은 의미라는 증거는, 오늘날의 나와들어 사전들을 비교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각 사전마다 같은 어휘를 비슷하지만 다르게 해석한 예를 무수히 볼 수 있다. 그 단적인 예로, 아스테카인들의 근원지인 ‘Aztlan(아스땅)’의 어미 ‘tlan(땅)’ 을 ‘~장소에, ~가까이에’라고 해석하고, 본문에서 본 conetl을 ‘큰 애들’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소년, 아이’라 고 번역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와들어에서 옥수수를 의미하는 어휘는 두 개 있다. 껍질을 깐 옥수수는 maiz[마이스](마있어)<맛있어/필자 역>라고 했고, 까지 않은 옥수수는 centl(센 털)이라고 불렀다.
껍질을 까지 않은 옥수수에는 옥수수 수염, 즉 털이 많이 붙어 있다. 그리고 이 어휘도 ‘cen(센) +tl(털)’로 구성된 우리말임은 물론이다. 음(音)이 같은 우리말의 모음으로 ‘ㅔ’와 ‘ㅐ’ 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구별 없이 가장 가까운 소리인 ‘e’로 표기된다. 그 외의 모음 ‘ㅑ, ㅕ, ㅛ, ㅠ’는 모두 스페인어 모음체계에서는 정확하게 표기할 수 없는 모음들이다. 이런모음의 경우에는 이 모음이 사용된 어휘 전체의 발음이 멕이코 원주민들의 원래 발음과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스페인어 모음으로 표기하였다. 예들 들어, 스페인인들은 나와들어의 호격(呼格)을‘e’나 ‘ye’로 표기했는데, 이것은 우리말 고어의 호격 ‘~여’를 표기한 것이다:(예, teteoe/teteoye (신성한 신이여)). Sullivan(1988)은 나와들어의 스페인어 표기 발음을 다음과 같이 발음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hui’의 발음이다. 이것의 발음은 때때로 ‘ㄱ’소리가 들어간다고 미국의 저명한 학자 스와데쉬(Swadesh, Mauricio)가 밝혔다11). 따라서 hui는 [귀/기]로 발음해야 하고, ui는 [위]로 발음해야 한다.모음 비교에서 마지막으로 보아야 할 것은 모음 ‘ㅗ’ 와‘ㅜ’의 교체현상이다. 이 교체 현상은 나와들어에서 매우 흔한 현상이며, 우리말에서도 적지 않은 예가 있다.
우리말 예: 나무/나모, 사둔/사돈, 쿵덕쿵덕/콩닥콩닥, 주물럭주물럭/조물락조물락, 줄줄새다/졸졸 새다, 쿨쿨 자다/콜콜 자다, 퉁퉁 붓다/통통 붓다. 축축하게 젖다/촉촉하게 젖다 , 풀풀날다/폴폴날다
이러한 ‘ㅗ’와 ‘ㅜ’의 교체 현상으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한자어로 표기된 고구려(高句麗)의 국가 명칭이 장수왕 때부터 이미 우리말로는 ‘구리(句麗)’라고도 하고, ‘고리(高麗)’ 라고도 표기한 것이다12)13).
그런데, 우리말의 ‘ㅗ/ㅜ’에 대응하는 나와들어의 스페인어 표기 ‘o’와 ‘u’도 매우 많은 어휘에서 아무런 구별 없이 교체되면서 사용되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와들어를 듣고 받아 적었던 16세기의 스페인 신부들이 원주민들의‘ㅗ’와 ‘ㅜ’의 발음을 명확하게 구별하여 듣지 못했다. 1645년 나와들어 문법서를 쓴 카로치(Carochi) 신부도 “모음 ‘o’를 발음할 때 때때로 너무 폐음(閉音)화되어 모음‘u’의 발음과 혼동되기도 한다”고 하였다14). 나와들어의 예는 매우 많다.
나와들어 예: Colhuacan(콜와칸)/ Culhuacan(쿨와칸), Tlacopan(다코판)/Tlacupan(다쿠판), Texcoco(태흐고고)/ Texcuco(태흐구고). Teo(태오)/ Teu(태우)
우리말과 나와들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모음 ㅗ/ㅜ의 교체 현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하여, 16세기 멕이코로 건너 간 스페인신부들의 시각, 즉 스페인어의 시각에서 원주민의 말, 즉 우리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우리말 모음 사각도와 스페인어 모음 삼각도를 비교하여 보기로 한다.
11) Swadesh, Maurico, 『Estudios sobre Lengua y Cultura』, Acta anthropologica 2a, Epoca II2,1960,p. 52
12) 高麗를 우리는 ‘고려’라고 발음하지만, 중국어 발음은 ‘고리’이다. 麗를 나라이름에서는 ‘리’로 발음하도록 기록한 중국 문헌도 있다. 예를 들어 ‘사기(史記)’ 권 6이나‘삼국지’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원래 발음을 중국 한자로 음차한 표기로 보인다.
13) 필자는 우리말에서 모음 ‘ㅗ’와 ‘ㅜ’의 교차는 부여의 고리족의 언어 현상으로 본다. 그 이유는 몽골어에도 이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몽골과 역사적으로 가까웠던 것은 부여의 고리족이다.
14) 카로치 오라시오(Carochi, Horacio), 『Arte de la lengua mexicana』, 1645년, 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 1983년판, 2쪽 왼쪽: “usan de o, algunas veces tan cerrada, y obscura, que tira algo l a pronunciación de la u.”
비록 우리나라 국어 음운론에서는 모음 ‘ㅗ’가 개음(開音)과 폐음(閉音)의 중간에 위치하는 중간음으로 보고 있지만, 이 도표를 비교하여 보면, 우리말의 모음 ‘ㅗ’가 스페인어 모음‘o’보다는 발음 위치가 더 높다는 것, 즉 더 폐쇄음화 되어 모음 ‘ㅜ’에 좀 더 가까운 위치에서 발음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모음 ‘ㅗ’는 모음‘ㅜ’와 같은 원순모음-입술을 둥글게 하고 발음하는 모음-이 된다. 그러나 스페인어 모음 ‘o’는 원순이 아닌 평순모음이다. 영어의 알파벳 ‘o’도 평순이다15).
따라서 스페인어 사용자나 영어 사용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ㅗ’ 발음을 일반적으로 ‘u’ 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신대륙 발견 직후 원주민들을 만난 스페인 신부들도 바로 이 혼동을 경험했다. 즉 그들은 원주민들의 발음 ‘ㅗ’를 받아 적을 때, 알파벳 ‘o’로 적어야 할 지 ‘u’로 적어야 할 지 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우리말 모음 사각도와 스페인어 모음 삼각도의 비교는 나와들어 모음 ‘o’와 우리말 모음 ‘ ㅗ’가 같은 위치에서 발음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논의, 즉 나와들어가 멕이코로 건너 간 우리민족이 사용하던 우리말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논의이다. 이 전제는 앞에서 이미 보았던 공통의 예들, 즉 우리말 모음 ‘ㅗ/ㅜ’의 교체현상과 나와들어 모음‘o/u’의 교체현상이 일치 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전제이다. 따라서 이것은 나와들어 모음 ‘o’와 우리 모음 ‘ㅗ’가 정확하게 같은 조음 위치에서 발음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이는 나와들어를 사용하던 멕이코 원주민들이 우리민족임을 증명하는 음성 음운론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모음 ‘ㅗ/ㅜ’ 교체 현상이 몽골어에도 있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민족의 언어를 부여-고구려계 언어, 고조선계 언어, 삼한계 언어로 구별해본다면, 우리말의 모음 ‘ㅗ/ㅜ’교체 현상은 결국 부여-고구려계의 언어의 잔재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몽골족은 우리의 부여 고리족과 깊은 역사적 관계를 맺으며 함께 발전해 왔기 때문에, 두 민족 간의 언어적 교류도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15) 필자가 만나 본 미국의 교민들이 경험담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교민들은 영어 모음 ‘o’를 발음하지만 미국인들은 종종 ‘u’로 듣는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민족의 모음 ‘ㅗ’의 발음 위치가 영어 ‘o’보다 더 폐쇄음화 되어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16) 몽골어에는 이것 뿐 아니라, 자음 /ch/와 자음 /z/도 구별이 되지 않았다 (김득황, 『만주족의 언어』, 대지문화사, 1995, 18쪽). 그런데 이 두 자음의 혼용도 나와들어에 보인다. 이렇게 몽골어의 언어적 잔재가 우리말 이나 나와들어에 나타나는 이유에 대하여, 필자는 몽골인들의 언어적 영향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부여-고구려계 언어가 몽골어와 공통점이 있었고, 그것이 우리말과 나와들어에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17) 고조선이 패망할 때 지배집단과 상당수의 백성들이 한반도 내륙 깊숙이 이주하였고, 삼한 중 특히 진한의 통치자가 되었다.
자음소 대응
아스텍인의 나와들어와 우리말을 비교하려면, 먼저 두 언어의 음운의 기본적 특징을 알아야 한다. 언어의 음운적 특징은 음소의 종류, 조음위치, 조음방법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게 된다. 우리말 자음의 음소 종류와 조음위치에 대하여 최명옥(2004)은 다음과 같이 도표화하고 있다18). 음성 음운론에서는 음소는 / / 로 표기하고, 음성은 [ ]로 표기하지만, 음소와 음성을 굳이 구별하지 않을 경우에는 ‘ ’로 표기한 최명옥의 예를 본 연구에서도 따르기로 한다. 다만 음성, 즉 발음의 구별에서 스페인어식 발음은 [ ]로 표기하고, 우리말식 발음은 ( )로 표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음소도 본 연구에 필요한 부분만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아래 <표1>은 최명옥이 제시한 우리말 자음소표이다.
이 표를 보면 파열 양순음에는 ㅂ(p), ㅃ(p’), ㅍ(ph)가 있고, 파열 치경음에는 ㄷ(t), ㄸ(t’), ㅌ(th)이 있으며, 파열 연구개음에는 ㄱ(k), ㄲ(k’), ㅋ(kh) 이 있고, 파찰 경구개음에는 ㅈ(č), ㅉ(č’), ㅊ(čh)이 있다. 이 세 쌍으로 된 각 음소그룹은 평음소, 경음소, 격음소로 구별된 다. 그런데, 이미 앞에서 설명했듯이, 스페인어 자음은 평음, 경음, 격음의 구별이 없고, 오직 경음으로만 발음된다. 이를 낄리스(Quilis/1964)가 제시한 스페인어 자음소 표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18) 최명옥, 『국어 음운론』, 38쪽
19) 이 표는 Quilis가 제시한 스페인어 자음소 표에서 본 연구에 필요한 음소만 간추려 표시했다. 또 발음 방법에 따라서 유성, 무성으로 구별되는데, 이것도 여기서는 무시한다. 이유는 지금부터 관찰하려는 나와들어의 음성 표기를 한 16세기 스페인 사람들은 이러한 음성학적 지식이 없어서, 그러한 구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1>과 <표2>를 대조해 보면, 우리말의 치경음은 스페인어에서는 치경음과 치근음으로 나뉘어져 있고, 우리말에는 없는 치순음과 치간음이 있음을 알 수 있다.본 연구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우리말의 평음, 경음, 격음의 구별이 스페인어에는 없고, 모두 경음으로만 발음한다는 점이다. 우리말의 파열 양순음 ‘ㅂ, ㅃ, ㅍ’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파열 양순음은 ‘p’밖에 없고, 파열 치경음 ‘ㄷ, ㄸ, ㅌ’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음소는‘t’밖에 없으며, 파열 연구개음 ‘ㄱ, ㄲ, ㅋ’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음소는 ‘k’밖에 없으며, 파찰 경구개음 ‘ㅈ, ㅉ, ㅊ’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음소는 ‘c’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대응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말 스페인어
ㅂ, ㅃ, ㅍ ← 대응 → p [ㅃ]
ㄷ, ㄸ, ㅌ ← 대응 → t [ㄸ]
ㄱ, ㄲ, ㅋ ← 대응 → /k/ [ㄲ] ⇡ c, qu, cu
ㅈ, ㅉ, ㅊ ← 대응 → /c/ [ㅊ] ⇡ ch, tz
스페인어 자음소 p는 우리말 [ㅃ]으로 발음되고, t는 [ㄸ]으로, c는 뒤에 모음 a, o, u 가 오면 [ㄲ]으로 모음 e나 i가 오면 [ㅆ]으로 발음된다. 또 스페인어 자음 s는 [ㅅ]으로 발음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z는 거의 [ㅆ]으로 발음된다. 스페인어에서 음소 /k/를 실현하는 알파벳은 모음 a, o, u 앞에서는 c이고, 모음 e, i 앞에서는 qu 또는 cu라는 것과, 파찰 경구개음 /c /를 실현하는 알파벳은 ch이고, 나와들어 표기에서는 많은 경우에 tz도 사용되었다는 것이다20). tz는 [ㅉ]에 가까운 발음으로서 스페인어 발음체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이 이중자음은 나와들어 표기에서 때때로 ch와 혼동하기도 하였다. 즉 tz와 ch는 [ㅉ]으로도 발음되기도 하고, [ㅊ]으로 발음되기도 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대응관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우리말 자음소의 세 가지 발음 구별이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차음하여 표기하면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나와들어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나와들어를 연구한 모든 연구에서 나와들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많은 오류를 범한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들어가 우리말이란 사실을 이해하고,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어 표기로 인하여 사라져 버린 위의 세 가지 발음 구별- 평음, 경음, 격음-이 복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말 자음소가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표기되었을 때 반드시 나타나는 경음화 현상이 신대륙 발견직후부터 나와들어를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옮겨 적을 때 반드시 나타났을 것이고, 이것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전 세계 학자들이 나와들어를 이해하는데 큰 장애가 되어왔다. 나와들어 문헌에서 자주 발견되는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20) 하비에르 클라비헤로(Xavier Clavijero/ 18세기 나와들어 학자이며 카톨릭 신부, 멕이코에서 태어나고 자람)에 따르면, 나와들어는 때때로 tz와 ch를 혼용할 뿐 아니라, ch와 x[ㅎ]도 혼용했다. Xavier Clavijero, Fr., 『Reglas de la lengua mexicana con un vocabulario』, 18세기 문헌, UNAM, 1974년, 17쪽 나와들어(언어 혼란 이후)
<표 3>에서 예시한 세 개의 어휘는 나와들어에 자주 나오는 우리말이다. 필자가 이 표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 세 개의 어휘에서 어두에 사용된 tla[뜰라]가 고전 나와들어, 즉 원래의 원주민 언어에서는 ta였고, 그 발음도 각각 (다), (따), (타)였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복원과 합치의 과정이다. 이것을 초기 스페인 선교사들이 스페인어로 차음하여 기록하는 과정으로 설명해 보자: 원주민들의 (다), (따), (타)의 구별된 발음을 그들이 듣고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기록하면 모두 ta로 기록하게 되고, 그 발음도 스페인어 발음법에 따라서 [따]로 발음되어 버린다. 그리고 정복전쟁 이후에 발생한 언어혼란으로 자음 T다음에 무조건 L이 들어가서, 언어 혼란기 이후엔 모든 ta가 tla로 변했고, 그 발음도 [뜰라]가 되어 버렸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그 언어 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의 지명이나 문헌에서는 원래의 ta가 살아남은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위 예에서 보듯이, ‘땅’을 의미하는 어휘가 tla도 있고 ta도 있으며, ‘타다’를 의미하는 어휘도 tlatla도 있고 tata도 있다21). 좋은 일례로, 멕시코시티 주변의 지역 명칭으로서 멕이코 역사에 많이 등장하는 Tacuba[따꾸바]라는 지명의 변천과정을 들 수 있다. 이 지명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 표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Tlacopan >Tlacuba >Tacuba22) 이 지명에서 고전 나와들어 시기, 즉 아스텍제국 정복 이전에는 TL이 T였으므로, ‘Tacopan >Tlacopan’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지명도 우리말로 구성된 어휘이다. 이 지명은 ‘Ta(따) + co (고) + pan(판)’으로 구성되었다. 이 세 가지 어휘는 모두 ‘장소’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Ta(따)는 ‘땅’의 고어이고, co(고)는 ‘곳’에서 받침소리 ‘ ㅅ’이 탈락한 것이며, pan(판)은 ‘벌판, 들판, 모래판’의 ‘판’이다23). 한 지명에 장소를 뜻하는 어휘가 여러 개 사용되는 것이 우리나라와 멕이코 지명의 또 하나 공통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예를 들어, ‘구들재 고개, 구들티 고개, 한계령 고개, 한티재’ 등에서 중복 사용된 21) 우리말에서 서술종결어미 ‘-다’는 18세기 이후에 정착되었고, 그 이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와들어에서도 이 어미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극히 일부 동사에는 사용되었다. 필자가 확인한 경우는 다음 3 개의 어휘이다: itta(있다), tlachota(다 좋다), tata/tlatla(타다)
22) 앞의 두 가지 표기는 Roldán Dolores, 『Códice de Cuauhtemoc, Biografía』, 1984, p. 46 &53에 나온다. 마지막 표기는 현재 멕이코에서 사용하는 표기이다.
23)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pan(판)은 멕이코에 먼저 들어 온 부여의 고리족 어휘로 보인다. 고리족의 정착지와 이동 루트의 지명에 이 어휘가 두드러지게 사용되었다. 특히 이 어휘를 반복하여 사용하여 ‘판판한’ 의 뜻으로 사용한 예가 고리족이 살았던 지역의 지명으로 나온다. 베라쿠스주의 Papantla[빠빤뜰라](파판따) 는 원 지명이 Panpanta(판판따)로서 그 뜻은 ‘판판한 땅’을 의미한다. 그 곳에 세워진 피라밋에는 우리나라에도 남아 있는 우리민족의 고고학적 유물이 새겨져 있고, 그 지역 사람들의 장례 풍속에는 우리민족의 장례 풍속이 뚜렷하게 남아있음을 확인했다. 이 어휘는 아르헨티나 지명에도 나온다. 남미로 내려간 집단은 우리민족 중에서도 고리족이다. 별도의 연구에서 다루겠다.
‘재/ 고개/ 티/ 령’은 모두 장소를 뜻하는 어휘이다. 이 지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언어 혼란기를 겪은 뒤에 T>TL로 변했던 형태소가 다시 T로 복원되었다. 지명이 이렇게 바뀌는 이유는 그 지역 사람들이 Tla[뜰라]라고 하기 보다는 Ta[따](다)라고 계속해서 발음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명은 언어 변화에서 가장 잘 안변하는 경향이 있다. 음소 p가 b로 변한 것은 모음과 모음사이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유성음화 때문이고, 마지막 음절의 pan(판)에서 n이 탈락한 이유는 스페인어 발음 원리 때문이다. 스페인어에서는 받침소리가 없고 발음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오늘날 지명은 Tacuba[따꾸바]가 되었다. 결국 원주민의 원래 말 ‘따곳판’이 ‘따꾸바’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발음 종류의 축소화로 사라져 버린 가장 중요한 우리민족의 어휘중 하나가 ‘태백’ 일 것이다. 이 어휘도 멕이코로 건너간 우리민족이 매우 많이 사용했다. 스페인 신부들은 그것을 스페인어 알파벳 체계에 따라서 tepec이라고 기록했고, 스페인어와 같은 언어는 받침소리가 없기 때문에 때때로 tepe라고도 기록했다. Tepec은 스페인어 발음 체계로 읽으면 [때빽]이지만, 우리 국어 발음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대백/ 태백/ 때백/ 대빽/ 태빽/ 때빽)으로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뜻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말과 ‘합치’하도록 읽을 수밖에 없다. 즉 나중에 보겠지만, tepec은 그 뜻이 ‘산’을 의미하고, 우리말에는 ‘태백산’이라는 명칭이 많이 나오므로, 이 어휘를 우리말에 존재하는 산의 명칭에 ‘합치’하도록 ‘태백’으로만 읽어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말하는 ‘복원’과정이다. 또 한 가지 미리 생각해 둘 사항으로는, 아스텍 제국을 정복한 직후에 원주민들의 말을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차음(借音)하여 적었던 -정확한 의미에서 이것을 나와들어라고 한다- 최초의 사람들은 16세기 스페인의 정복자나 선교사, 그리고 그 후에 이 선교사들에 의하여 스페인어 교육을 받고 자란 원주민 역사가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이들은 음성·음운학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과, 기록 도구로 사용된 것이 음성학적 부호가 아니라 스페인어 알파벳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 째, 스페인어에는 원래 알파벳 ‘k’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말의 파열 연구개음 ‘ ㄱ, ㄲ, ㅋ’을 들었을 때, 그 당시 스페인 사람들은 어떻게 기록했을까? 다른 언어로 차음하여 기록할 경우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원래의 음(音)에 가장 가깝게 표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우리말의 파열 연구개음을 가장 잘 나타내는 방법은 이 음소들 뒤에 모음 ‘ㅣ, ㅔ, ㅐ’등이 오면 ‘qu’ 또는 ‘cu’로 표기할 수밖에 없고, 그 밖의 모음이 오면 알파벳 ‘c’로 표기하는 것이었다. 둘 째, 우리말의 파찰 경구개음 ‘ㅈ, ㅉ, ㅊ’을 가장 잘 나타내는 방법은 스페인어 알파벳으로는 ‘ch’이다. 그리고 16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나와들어를 기록할 때 많이 사용한 자음소 ‘tz’도, 위 도표를 고려해 보면, 이 파찰 경구개음에 가장 가까운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들은 파찰 경구개음을 표현하기 위하여 때로는 ‘ch’를 사용하고 때로는 ‘tz’를 사용했다. 그리고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우리말의 모음 ‘ㅓ, ㅡ’는 스페인어에는 사실상 대응 음소가 존재하지 않아서, 생략하거나 개별 상황에 따라서‘e, o, u’나 심지어 ‘i’까지 사용하기도 했다는 것을 앞에서 예를 통하여 보았다.
1.2.4. 형태소 대응
지금까지 역사 비교 언어학에서 어떤 두 언어의 유사성을 비교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해왔던 방법은 음운대응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대응이 나와들어와 우리말의 일치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본다. 이 두 언어의 비교에는 형태소나 어휘, 혹은 구나 문장의 대응 비교가 보다 타당하다고 본다. 이유는 음운대응은 기본적으로 비교 대상의 언어들 사이에 일치하는 형태소가 많지 않을 때, 그리고 특히 그 형태소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어휘들 가운데 같은 어휘가 거의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말 ‘ㄱ’음과 일본어의 ‘ㄱ’음이 같다는 것을 음운대응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우리말 일본어
감 [kam] 과일 = かき[kaki]
갓 [kas] 傘 = かさ[kasa] 우산
거미 [kɔmi] = くも[kumo]
것 [kɔt] = こと [koto]
같(다) [ka-ta] = ごとし[gotosi]
이 음운대응에서 보듯이, 기준은 ‘의미’이다. 즉 같은 뜻을 가진 우리말과 일본어 어휘들을 비교하여 보면, 각각의 어휘가 전체적으로는 같지 않지만, 그 시작하는 첫 음(音)인 [k]소리, 즉 ‘ㄱ’ 음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음운대응을 통하여 두 언어의 동일계통을 확인하는 방법론은 이렇게 일치하는 음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 그 예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설득력이 강해진다. 그러나 어떤 두 언어 사이의 이러한 음운대응으로 찾아낸 음소들의 일치성이 아무리 높을 지라도 형태소 일치나 어휘나 구(句) 또는 문장의 일치에는 그 정확성이 미치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과 일본어가 이와 같은 음운대응으로 찾아낸 ‘같은 음소’들이 아무리 많아 도 우리말과 나와들어 사이에 확인되는 ‘형태소, 어휘, 구(句), 문장’의 일치가 보여주는 정확성에는 미칠 수 없다. 왜냐하면 문장의 일치는 그 문장에 사용된 구(句)들의 일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구(句)들의 일치는 어휘의 일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어휘의 일치는 형태소들의 일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형 태소들의 일치는 음소들의 일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음운대응으로 찾아 낸 음소들의 일치가 아무리 많아도 형태소들의 일치보다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어휘의 일치는 형태소 일치보다 더 정확성이 높으며, 구(句)의 일치는 어휘들의 일치보다 더 정확성이 높고, 문장의 일치는 가장 높은 단계의 언어적 일치이다.
예를 들어, 나와들어의 전쟁도구 명칭에는 macahuitl(마까기틀)이라는 몽둥이가 있다. 나중에 보겠지만, 이 명칭의 형태소 구조는 다음과 같고, 그 각각의 형태소는 다음의 우리말 형태소에 일치한다.
나와들어: macahuitl(마까기틀) = ma(마) + ca(까) + hui(기) + tl(틀)
우리말: 막 까기 틀 = 막 + 까 + 기 +틀
나와들어, 즉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표기된 멕이코 원주민어는 스페인어 발음체계가 받침소리를 표기하지 않으므로, 첫 형태소 ‘막’의 ‘ㄱ’음이 생략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나와 들어 무기 명칭이 우리말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마까기틀’이 우리말 ‘막 까기 틀’과 발음과 뜻에서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도의 일치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첫째, 나와들어와 우리말에서 사용된 9개의 음소들이 음운대응으로 일치해야 한다.
m=ㅁ, a=ㅏ, c=ㄲ, a=ㅏ, hu=ㄱ, i=l, t=ㅌ, l=ㄹ, t와 l사이에 표기되지 않은 소리= ㅡ
둘째, 이 음소들이 결합한 각 형태소들이 일치해야 한다. 형태소들의 일치는 발음과 뜻의 일치를 말한다.
ma=마/막, ca=까(다)/ 때리다, hui=기(동사의 명사화 접사), tl=틀(도구)
셋째, 이 형태소들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명사구가 일치해야 한다. 명사구 일치는 각 형태소들의 결합 순서가 일치해야 하고, 그 결합으로 이루어진 각 형태소들의 뜻의 결합이 일치 해야 하며, 그 결합 과정에 사용된 기능어(문법소)들의 사용 위치와 기능이 일치해야하며,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명사구의 구조와 뜻이 일치해야 함을 말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ma+ca = 막 + 까 → 막 까(다)
maca+hui = 막 까 +기 → 막 까기
macahui +tl = 막 까기 + 틀 → 막 까기 틀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말에서 명사구와 명사구를 연결할 때 기능어 ‘이’가 접사로서 사용되는데, 앞에 오는 명사구가 모음 ‘ㅣ’로 끝나면 이 기능어가 생략된다는 사실이다.
영순 + 옷 → 영순+이+옷 → 영순이 옷
갑돌 + 돈 → 갑돌 +이 +돈 → 갑돌이 돈
영미 + 책 ---------------→ 영미 책
막까기 + 틀 ---------------→ 막까기 틀
위 형태소들의 결합 과정에서, 우리는 나와들어 ‘macahui +tl’의 결합 과정에서도 우리말과 같이 기능어 ‘i(=이)’가 사용되지 않았고, 그 이유는 앞에 오는 명사 ‘macahui(마까기)’ 의 마지막 모음이 ‘i(=이)’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고도의 일치는 단순한 음운대응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형태소 대응 비교가 나와들어와 우리말의 일치성 연구에서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영어와 우리말에서 우연히 비슷한 예로서 자주 거론 되는 것이 영어 어휘 many(매니)와 우리말 ‘많이’이다. 이 두 어휘는 외적 발음에서는 상당히 유사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 두 어휘를 형태소로 분석하여 대응 비교 해 보자.
영어: many [meni]
우리말: 많이 [mani]
언뜻 보기에 음소들과 그 결합구조가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말의 ‘많이’는 ‘많+이, 게, 아서→많이, 많게, 많아서’에서 보듯이, ‘많다’는 의미는 ‘많’에 있고, 어미 ‘이’는 아무런 뜻이 없는 기능적 요소로서, 형용사 ‘많다’를 부사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같은 방법으로 영어 many를 ‘ma+ny’로 나누어 보면, ‘ma’에는 ‘많다’는 의미가 없고, ‘ny’도 부사화 기능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이’는 부사이지만, many는 형용사이다.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많 + 이
(‘많다’의 뜻) + (부사화 기능)
ma + ny (또는 man +y)
(뜻없음) + (아무런 문법적 기능 없음)
이렇게 형태소 대응 비교를 해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유사한 어휘들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매우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정확성은 단순한 음운대응으로서는 찾아낼 수 없다. 따라서 나와들어와 우리말의 일치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사용하는 형태소 대응 비교가 훨씬 더 설득력 있고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