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장차 거목이 될 나무는 씨앗 속에서 처음 싹터 나오는 잎부터 그 징조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속담에 쓰인 '떡잎'은 그래서 거목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징표인 셈인데, 우리말에는 '떡잎' 외에도 흔히 '싹'이 이런 의미로 쓰입니다. 특히 '싹'이 사람을 가리킬 때에는 '싹수'로 쓰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싹수'는 어떤 사람의 <앞이 트일 징조>를 가리키는데, '싹수가 있다'나 '싹수가 없다', '싹수가 노랗다', '싹수가 보이다' 등의 여러 가지로 쓰입니다.
전라도 말에는 표준말 '싹수'에 대응하는 말로 '싸가지'가 있는데, 이는 '싹'에 '-아지'라는 접미사가 결합된 말입니다. 물론 '-아지'는 강아지 망아지와 같은 의미의 접미사입니다. 전라도 말의 '싸가지'는 그 의미가 '싹수'와 같으나 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싸가지가 있다', '싸가지가 없다'처럼 '있다', '없다'와 함께 쓰일 뿐, 표준어처럼 '싸가지가 노랗다'나 '싸가지가 보이다'와 같은 말은 쓰이지 않습니다.
그럼 여기서 싸가지에 밥비벼먹을놈 이란 욕이 있습니다. 싸가지가 없다라는 뜻은 싸가지=싹수=싹=떡잎 입니다. 그럼 다시 돌아가서 떡잎=싹=싹수(싹이 사람을 가리킬때, 앞이 트일 징조)=싸가지 입니다. 그럼 싸가지가 없다란 뜻은 앞이 트일 징조가 없다는 말입니다. 싸가지가 있다면 칭찬이고, 싸가지가 없다면 욕이란 뜻입니다. 그럼 싸가지에 밥비벼먹을 놈은, 싸가지가 많아서 즉, 떡잎에 밥을 비벼 먹는다는 소리가 됩니다. 그러므로 이 말은 욕으로 들릴텐데, 해석을 하면 칭찬이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