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치킨게임 강자입니다.
치킨게임은 다들 뭔지 아시죠?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 계속해서 미친듯이 경쟁하는 겁니다.
즉 제품의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진다 하더라도 상대를 죽이기 위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온몸을 던지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의 반도체 전통 강호였던 미국, 일본, 대만, 독일을 다 박살냈습니다.
특히 일본의 엘피다는 GG를 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파산까지 하게 됩니다.
해당 치킨게임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3강 체제가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죽어도 중상 아니면 사망에 이르는 지옥의 치킨게임 초대장을 보낸 이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사실 팬데믹이 끝나고 IT수요 부진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D램은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처럼 D램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는 DDR4 8Gb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에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설비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지속적인 저가 공세를 취하면서 D램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쭉쭉 빠지는 중입니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의 생산능력 비중은 지난 2022년 고작 4%에 불과했지만, 올해 말 12%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D램 생산 비중이 각각 37%, 25%, 17% 수준인데 CXMT가 3위 마이크론의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죠.
게다가 CXMT는 D램을 쌓아 만드는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에도 들어갔다고 합니다.
물론 CXMT의 주력 제품은 2013년 상용화된 구형 D램 ‘DDR4’이라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고성능 ‘DDR5’보다 기술력이 5년정도 뒤처져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DDR4가 여전히 PC·스마트폰·가전 등 소비자용 IT 제품에 널리쓰이고 있기에 범용 D램 가격 하락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수요가 양호해 가격 방어력을 갖춘 선단 제품인 DDR5 가격도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1월 PC용 DDR5 16Gb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9달러로 전월의 4.05달러 대비 3.7% 내렸으며, 지난 7월의 4.65달러와 비교하면 16.1%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격 하락세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참고로 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하는 D램 현물 가격을 살펴보면, 범용 D램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764달러로, 연고점인 지난 7월 24일의 2달러 대비 11.8% 내렸습니다.
D램 현물 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가격인데, 통상 4∼6개월 후 기업 간 거래 가격인 고정 거래 가격에 수렴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에 삼전, 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에 대한 매출이 단기간 부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