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0일 성탄 팔일 축제 제6 일
-조재형 신부
복음;루카 2,36-40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그때에 36 한나라는 예언자가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37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38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39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예수님의 부모는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40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 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5년 전에 미국에 온 이유는 주교님께서 ‘미주가톨릭 평화신문’에서 일하도록 권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라고 순명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제가 미국에 온 또 다른 이유는 본당은 맡지 않겠다는 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좌 신부님들이 본당 사제가 되기까지 20년 가까이 있어야 하는 현실이 있고, 저라도 양보하자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제 몇 년이 지나면 저를 포함해서 ‘원로사목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보좌 신부님들이 본당 사제가 되는 기간도 짧아 질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ME 대표 신부’를 맡았던 이유는 제가 한국에서 ME 주말 봉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ME 대표 신부가 되었습니다. 3년 동안 팬데믹 중에도 피정, 소풍, 주말 체험, 총회에 함께 했습다. 부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감사했고, 유익했습니다.
제가 ME 대표 신부를 마치고꾸르실료 지도 신부가 된 이유는 전임 지도 신부가 권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꾸르실료 봉사를 했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는 신심단체들이 있습니다. ‘성령 기도회, 레지오, ME, 꾸르실료’와 같은 단체들이 있습니다. 사제는 가능하면 이런 신심단체가 성장 할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영화의 주제는 생, 노, 병, 사를 넘어서는 깨달음을 이야기 합니다. 달마 조사는 527년 남인도에서 당나라 낙양에 도착하여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면벽 수도를 하였습니다. 인도를 중심으로 하면 달마조사는 동쪽으로 가신 것이며 중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서쪽에서 오신 것입니다.
서쪽 인도에서 중국으로 오신 행보로 인해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라는 조주 스님의 문답이 있습니다. 조주 스님은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동쪽 당나라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달마 조사는 동쪽으로 온 까닭에 대해 답했습니다. “내가 본래 이 나라에 온 것은 법을 전하여 미혹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함이라. 한 꽃에 다섯 잎이 피어서 결과가 저절로 이루어지리라”고 답했습니다.
사제가 되었으면서도 사제가 된 이유를 모르면 방황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지 못하고 세상의 것들에 빠져들게 됩니다. 사제가 되었다는 것은 달마 대사가 동쪽으로 왔던 것처럼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성탄 팔일 축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까닭은 무엇일까요? 요한복음은 친절하게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 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성탄을 지내면서 카드를 보내는 것도, 구유경배를 하는 것도, 선물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성탄을 지내면서 예수님을 믿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묵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독서는 신앙인들이 삶을 살아가야 할 방향과 목적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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