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를 세상과 이어주는 ‘공감’과 ‘배려’
“왜 꽃씨를 받아요?”
“다음에 뿌리려고.”
“가만둬도 꽃씨가 멀리뛰기 해서 가잖아요.”
“미나는 정말 재미있게 생각을 하는구나.”
체육 시간에 적응하지 못한 미나와 화단에서 봉숭아 꽃씨를 봉투에 담고 있는 보안관 아저씨의 대화예요. 반 친구들은 재미있게 피구를 하고 있지만 룰을 모르는 미나는 스스로 보안관 아저씨가 있는 쪽으로 걸어와 이야기를 나눠요. 보안관 아저씨는 엉뚱하게 들릴 수 있는 미나의 생각을 ‘재미있는 생각’이라며 공감을 해 줘요. 미나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을 이해하려 노력해 주었지요. 게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미나의 재미있는 생각을 칭찬해 주기도 해요. ‘칭찬’을 받은 미나는 보안관 아저씨의 손길이 물줄기처럼 마음으로 흐르고 온몸으로 퍼져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기분을 느껴요. 보안관 아저씨의 공감과 배려 덕분에 미나는 한층 더 자신감이 생겼을 거예요.
이야기 속 보안관 아저씨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면 미나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먼저 공감을 하는 태도로 다가가요. 그런 태도에 미나는 자신감을 얻어 서슴없이 다가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을 거예요.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상상이 아닌 현실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은 훨씬 가까울 거예요. 남들보다 훨씬 많은 좌절감을 겪게 될 학습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좌절감을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해요. 무조건적인 공감과 배려가 아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장애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과 따뜻한 관심, 응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학습 장애를 가진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자존감을 잃거나 좌절감을 견뎌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무엇보다 필요한 건 ‘공감’해 주는 마음일 거예요.
“내일도 여전히 잘 지낼게요.”
오늘도 미나는 세상을 향해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뎌요.
학교는 다양한 성격과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일정한 규칙 속에서 서로 어울리고 부딪치며 함께 보내는 곳이에요. 유난히 행동이 튀는 아이가 있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자기 역할을 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누구와도 서슴없이 어울려 인기가 많은 아이도 있을 거예요. 미나는 그런 아이들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아이예요. 궁금한 것투성이, 모르는 것투성이의 미나지만 그저 모른 채로 지나가지 않고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멈추지 않아요. 왜냐하면 궁금하니까요. 비록 친구들에게는 답답한 상황일 수 있지만, 아마도 반 친구들 중에 미나처럼 궁금해하는 친구도 분명 한둘은 있을 거예요.
유명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해요. 친구들이 그런 미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해 준다면 어쩌면 미나만의 상상의 세계가 현실이 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된다면 미나는 혼자만의 상상의 숲에서가 아니라, 교실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상상을 나눌 수 있을 거예요. 기꺼이 친구들이, 선생님이 그리고 가족들이 미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다면 말이에요.
아직은 혼자만 즐기는 상상의 숲에서 미나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잘 지낼 거예요. 신나고 즐거운 것이 가득한, 모두가 함께하는 멋진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디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