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일요일)
마침 화순에 들른 막내동생의 차를 얻어탔다.
서해안고속도로 향한 전주 군산간 국도는 벚꽃터널이다.
방송국의 규모가 자못 웅장했다.
수위 아저씨께 퀴즈 참가자임을 당당하게 말했더니 공손하게 한손을 길게 뻗어 안내를 해주었다.
접수를 마친 나는 분위기가 이상해서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건 숫제 비장한 시험장이다.
참가자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두꺼운 책이나 손수 작성한 노트들을 실내 공기를 긴장시켜 가면서 탐독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짧은 후회를 했다.
내가 순진했었다. 퀴즈를 삶의 가벼운 유희쯤으로 생각했었다.
퀴즈쇼도 치열한 삶의 현장이구나.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어떤 삶의 국면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의 대응방식은 어차피 천차만별이다. 재미로 참가한 나는 그냥 재미있으면 된다.
매점에 들러 1500원짜리 김치를 곁들인 라면을 한사발 먹고 나니 힘도 솟고 긴장도 풀렸다.
분장실에서 불러 메이크업을 시킨다.
남자가 화장해본건 난생 처음이다. 어쨋든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중에 화면에 나온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검다.
함께 출연하는 다섯명과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금방 친해졌다.
서로 격려와 위로를 진심으로 주고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대구에서 오신 아줌마는 6 개월 동안 준비했다고 했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본선에서 그분을 이겼을때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나를 위해 낸 문제 같았다.
정답이 '쇠붙이'거나 '균여'라면 이건 국어 선생을 위한 문제라고 밖에 볼수 없다.
음악이나 6,70년대 영화에 관한 문제가 처음부터 나왔다면 무조건 탈락일텐데...
26만원 중 세금 25 %, 차비를 제하면 남는게 별로 없지만...
누구든 TV만 얘기하면 상금의 일부는 그의 것이다.
올해안에는 기꺼이 쏠 준비가 되어있다.
TV에 나온 내가 그깟 몇푼을 아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