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한 청년의 산재 사망을 대통령까지 나서
'위험의 외주화'라며 불문곡직 외주화에 책임을 묻고, '죽은 것은 왜 모두 비정규직이냐'는 노동계와
언론의 감성적 선동이 기승을 부리자, 고용노동부가 위해.위험한 작업의 외주화를 제한하고
기업의 처벌을 강조하는 내용이 산안법에 담겨 있다.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이슈화가 과연 순수한 산업안전의 증진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부목할 필요가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통계를 보면 2017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 964명, 질병 사망자 993명으로
무려 1986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고, 재해자는 9만 명에 가깝다.
올해에도 지난 9월까지 사망자가 1588명에 이르고, 재해자는 무려 7만4529명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증가하고 있다.
연간 9만여 건이나 되는 재해에 대해 사회적으로 그렇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많은 산업재해가 외주 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아무런 과학적 통계도 없다.
그런데도 노동계와 親노동 정부가 공기업 협력 업체의 젊은이 죽음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이슈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시적이라고 볼 수 있는 수많은 산업재해에 대해 침묵하던 정부나 노동계가 유독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죽음에 대해서만
정치 이슈화하고 외주화가 주범이라는 근거 없는 단순 논리를 펼쳐왔다.
이는 불행한 죽음을 호라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자,
김성을 자극하는 언어로 기업의 외주를 음모론적으로 단정하며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
기업의 외주화가 무조건 위험을 전가하기 위한 행위라는 주장의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의 요구는, 자동차 운전은 위험한 행위라는 생각에서 전문기사가 아니라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최고경영자(CEO)가 스스로 운전을 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주장과 같다.
기업이 외주화를 하는 다양한 이유 가운데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專門 기업에 맡기는 경우도 非一非再하다.
현대적 기업들은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비핵심 사업을 외주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문화 추세다.
안전 또는 전문기업들을 육성해서 이들을 호랑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이러한 추세에 부합한다.
산업재해는 기계설비의 오작동은 물론, 기업의 안전 투자나 교육 등의 미비도 원인이지만,
안전 수칙 무시하거나 부주의한 일부 작업자들도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파견근로의 지나친 규제가 원청 기업에서 파견근로자들을 직접 교육과 지시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사고 예방을 어렵게 한다는 점은 자주 지적되는 사안이다.
이러한 원인은 모두 무시되고, 전문가들의 과학적 분석도 없이 정치적이고 감성적인 선동의 여론전에 떠밀려
그 실효성이나 역효과는 다지지 않는 '묻지마' 규제부터 도입하는 또 다른 사례이자
국민경제를 희생으로 한 강성 노조의 또 한 번의 승리로 귀결될 공산이 매우 크다.
그러잖아도 이미 기업에 예측 불가한 공포의 규제 기관이 돼 버린 고용부에
기업의 경영 활동을 아무 때나 금지할 수 있는 더 큰 칼을 쥐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외주로 생산하던 일감을 해외에 맡길 유혹만 더 키웠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