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로회 서신
사전투표 참관기
우여곡절 끝에 송파구 석촌동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사전선거 투표소에 참관인으로 가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거라 수천 명에 달하는 참관인 지원자들을 처리할 수 있는 행정능력이 부족하여 실수가 많았다는 사과문자는 잠시 열리려든 뚜껑을 닫는데 진정제 역할을 했다. 민주당 참관인은 젊은 여자 혼자였고 야당은 국민의힘 2명에 이름도 생소한 '신자유민주연합' 추천을 받은 3명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거기서부터 네 편 내 편이 갈렸다. 일단 국민의힘 여자 2명은 아군에 속해 연락처를 주고받았지만 민주당 참관인은 고독해 보였다.
석촌동 '사전투표사무원'이라는 표찰을 목에 건 주민센터 여직원이 '사전투표 참관 안내' 팜플릿과 참관인 목줄을 나눠 주었다. 선관위 직원은 없고 그 위임을 받은 지자체 공무원과 알바생이 뒤섞여 책상 하나에 2명, 관내투표 10명 관외투표 2명으로 선거를 치른다. 유권자로부터 신분증을 받은 사무원이 '본인 확인기'에 삽입하면 바로 옆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 인적사항이 뜬다. 확인을 마치면 '발급프린터'에서 열다섯 명의 후보자 이름이 찍힌 투표용지가 즉각 인쇄되어 나온다. 이번에 도입된 신기술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 기표소 장막에 써진 글이다. 거기서 기표하고 투표함에 접어 넣으면 끝이다.
참 대단하다. 이런 자유대한민국을 1970~80년대 공부도 제대로 안한 룸펜 정도 구닥다리 운동권 팔이들이 통치랍시고 북괴군 군관 아들을 대통령이라 떠받들며 나라를 말아 먹어 버렸으니 과연 금번 투표에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전자개표기로 뭉개버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처음이라 매의 눈을 부릅뜰 참이었는데 가만 보니 여기서는 그럴만한 사안이 전혀 없었다. 지자체 공무원이라는 투표관리관도 억지로 배정되어 이 일을 하고 있다며 미쳤다고 허튼 짓 해서 감방가고 연금 못 받을 짓거리 하겠느냐 마음을 내 보인다.
새벽부터 나왔다는 나이 지긋한 우파 참관인은 5년 전에 아주 건강에 좋은 커피를 스스로 발명하였다며 명함을 주면서 꼭 한 번 찾아오라고 하였다. 어쩌다 나라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언젠가는 밝혀져야 할 것이다. 투표소는 오전보다 오후가 훨씬 붐볐다. 출생의 비밀과 함께 간첩이라는 의혹에 대해 밝히라는 빗발치는 요청도 묵묵히 부답하고 퇴임 후 농사를 지을 거라며 농부로 위장한 서류를 꾸며 밀어붙인 용도변경으로 차익을 확보한 놈. 그런저런 울분을 삭이는데 도와줄 유권자가 나타났다며 사무원이 이해를 구한다.
시각장애인은 선관위에서 지자체별로 인원을 파악하여 점자투표용지를 작성해 투표소에 미리 분배하는데 가족이나 사무원의 안내를 받아 투표지를 더듬어서 기표를 하게 되니 오해하지 말라는 거다. 도대체 누구를 찍으려고 기권자유도 포기한 채 어려운 걸음걸이를 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혼자서 3층까지 올라왔으니 무언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았나 싶다. 얼마 못가서 이번에는 누나의 부축을 받은 40대 초반쯤의 시각장애인이 왔다. 부축을 하고 부축을 받으며 기표소를 나오는데 채 접어지지 않은 투표지의 뒷면이 눈에 비치었다.
인주가 찍힌 위치로 보아 맨 위는 아닌 것 같았다. 지금시각 오후 4시. 이런 이들이 5명이나 되었다. 휠체어는 물론 부자유한 하체를 목발에 의지하여 힘들게 찾아온 유권자도 만만찮았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온 이들은 그 나름대로 어찌 그 부자유스런 육신을 끌고 오는 게 당키나 하겠는가.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줄이 끝이 없다. 하나 둘 셋 넷…족히 열 사람이 넘고 엘리베이터와 계단 쪽도 만원이다. 사십 대로 보이는 짧은 머리를 한 사람에게 오줌을 누면서 말을 걸었다.
"아이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아요." "네, 다른 동사무소도 들렸었는데 거기도 많았어요. 대부분이 다 그렇답니다." "누구를 찍으려고 이럴까요?" "2번이죠." 오후 4시 50분. 여자사무원이 투표가 끝날 때쯤이면 너무 바쁠 것 같다며 일당이 든 봉투를 건네면서 사인을 해달란다. 관외투표함은 우체국으로, 관내투표함을 경찰과 함께 선관위로 운송하는 참관인에게는 2만원이 별도로 지급된단다. 좌파 쓰레기 박원순과 오거돈 때문에 낭비되는 838억 원의 국민세금이다. 투표가 끝났다. 점심과 저녁을 쫄딱 굶었는데도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 나온 참관인들에게 여기서 사인한 관내투표 봉인함을 찍어 4월 7일 개함 시 국민의힘 참관인들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하니까 사진을 못 찍게 할 거라면서 우리의 임무는 여기가 끝이란다. "투표참관인은 투표함의 봉쇄. 봉인과정 촬영가능" 안내문을 보여주었더니 그제야 그렇게 해보겠다고 했다. 관내투표 2362표, 관외투표 269표, 2개의 봉인된 투표함을 싣고 먼저 선관위에 관내투표함을 인계하고 다음에 송파우체국에 관외투표함을 인계하는데 몇 십 명 우체국 직원들이 4, 5명씩 나뉘어 먼저 수작업으로 밀봉된 50표 단위의 투표지를 검표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계산기로 개별 카운트 해 269표를 확인한 후 바구니에 담았다. 다른 곳과 400표 단위로 합쳐 한 바구니를 만든 다음 봉인하고 이를 동서울 집중국에 보내면 거기서 다시 봉인을 뜯고 서울과 부산의 선관위로 분류하여 배달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과정을 복기해보니 적어도 서울 부산 선관위 도착 시까지는 부정이 개입될 소지는 희박하다. 4월 7일 전자개표기가 문제다. 거기를 참관해야 한다. 2021년 4월 첫 번째 사전투표일에 순리대로만 하면 분명히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