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이상없다’의 <줄거리>
주인공 파울 보이머와 신학에 관심있는 요제프 벰, 법학에 관심있는 알베르트 크로프, 모든 것에 관심있는 뮐러, 산림원이 되고픈 케머리히, 레아, 차덴, 데터링 등등 그의 친한 여러 친구들은 칸토레크 교수의 조국애를 강조하는 연설에 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바로 군대로 입대한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그들이 직면한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동네 착한 우편부 아저씨였던 히멜슈토스가 훈련소에서 교관을 맡고 있었는데, 착했던 그는 더이상 없었다. 그는 파울 일당을 무자비하고 과하게 훈련시켰고 도를 넘어서 훈련이 아닌 그저 횡포에 가까웠다. 그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은 괴물일 따름이었다. 히멜슈토스는 파울 일당을 죽기 일보직전까지 괴롭혔지만 그래도 그들은 끈기 있게 이겨냈고 전선으로 향했다.
전선으로 가자 선임인 카친스키가 그들을 맞아주었다. 카친스키는 황무지에서 먹을 것을 구해오라고 하면 몇시간 만에 맛난 고기와 술을 가져올 능력을 가진 그야말로 전선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 베테랑이었다. 카친스키는 파울 일당에게 전장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려주며 리드해나갔다.
시간이 흘러 여기는 병원. 파울의 친구였던 케머리히는 전투에서 한쪽 발을 잃고 병원에 누워있다. 그가 오래 못 살꺼라는 판단을 한 군의관들은 케머리히가 잘때 몰래 케머리히의 물품을 훔쳐가버리곤 했다. 케머리히는 곧 의사들이 자신의 비싼 신발까지도 가져갈꺼라고 하소연했다. 사실 문안을 온 파울의 친구 중 뮐러도 케머리히의 군화를 탐내고 있었다. 후에 파울과 친구들이 케머리히의 곁에 자주 있어주었지만 결국 케머리히는 세상을 떠났고 뮐러의 소원대로 케머리히의 군화는 뮐러의 손에 들어간다.
길고긴 시간이 지났다. 카친스키는 여전히 새로온 신병들에게 목숨을 지켜줄 진짜 무기는 장검보단 삽이라는 등 생존에 필요한 여러 상식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훈련소에 있던 히멜슈토스가 파울 일당이 있는 전선으로 발령을 받게되는 일이 일어났다. 훈련소 이후로 히멜슈토스와 파울 일당이 만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전선에서도 히멜슈토스의 지위는 그대로였지만 이번엔 좀 사정이 달랐다. 이곳은 최전방 이었고 어느새 베테랑이 다 되가던 파울 일당에게 히멜슈토스는 눌려만 갔다. 최전방에서의 영향력은 계급순이 아니던 것이었다.
하루하루 전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큰 전투를 겪었지고 파울 일당은 매일 살아남았지만 신병들은 여전히 죽어 나가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폭군이었던 히멜슈토스도 실제 전장에선 서서히 겁쟁이가 되어갔다.
어느날, 공세를 펼치다 후퇴를 하던 중 파울은 뒤쳐지게 됬고 결국 구덩이에 숨어서 죽은 척을 하게 한다. 그러나 의도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쫓아오던 프랑스군 중 한 명이 파울이 있던 구덩이에 들어오게 됬고 순식간에 파울이 그 프랑스군을 단검으로 찔러버렸다.
파울은 몇시간 동안 구덩이에서 프랑스군 시체와 함께 있었다. 구덩이 밖으로 나와 본부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몸을 조금만 내밀어도 총알이 날아왔다. 파울은 독일과 프랑스의 두 참호라인 가운데 갇힌 셈이었다. 게다가 파울은 자신이 죽인 프랑스군 병사를 보고 자꾸만 죄책감에 시달리게 됬다. 밤이 되도록 거기에 있었던 파울은 죄책감에 미쳐버릴 지경에 도달했다. 파울은 자신이 죽인 프랑스군이 인쇄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이어받아 자신이 전쟁이 끝나면 인쇄공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어느날, 크로프와 파울은 전선을 이동하다 포격에 부상을 당하고 수녀원으로 가게 된다. 편하디 편할거 같던 병원도 여전히 불편한 점은 존재했다. 수녀와 마찰을 내기도 하고 크로프는 이미 살 가망을 잃었다. 심각한 치명타를 입은 크로프는 더이상 살 가망을 잃었고 포크로 자신을 찔러 자살기도를 하기도 했다.
한편 파울은 병원에서 치료를 끝내고 2주 정도의 휴가를 받았다. 일단 집에 들려서 가족들과 만났다. 하지만 파울은 부모님에게 자기가 당한 수많은 일과 전선에서의 끔찍함은 말하지 않았다.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파울은 케머리히의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그녀는 케머리히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어떻게 죽었냐고 물었고 파울은 고통없이 편하게 갔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오래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었다는걸 알면 그녀가 더 슬퍼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론 술집에 잠깐 들렸으나 노인들의 탁상공론에 파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노인들은 실제 전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벨기에 쪽에서 포위를 해야 한다느니 현실성 없는 말만 떠들고 있었기 떄문이다.
그리고 파울은 자신과 친구들을 사악한 전쟁 속으로 밀어 넣은 칸토레크 선생을 찾아 갔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학생들을 전선으로 입대시키기 위해 설득을 하고 있었다. 파울을 본 칸토레크는 기뻐했지만 파울이 전선의 이야기를 말해주자 칸토레크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착잡한 파울은 휴가가 끝나려면 4일이나 남았지만 그냥 전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느날 적의 독가스에 신병 하나가 고통스럽게 병원으로 실려갔다. 소년 병사는 기껏해야 2,3일밖에 살지 못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온갖 고통은 그가 죽을 때까지의 이 기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능청스럽던 뮐러는 그 사이에 죽었다. 또한 레아도 프랑스군과 소규모 접전을 하는 중 부상당한 중위에게 달려가다가 전사했다. 이에 파울은 격분한다.
그리고 언제나 파울 일당과 함께하며 듬직한 선임이었고 파울 일당이 여태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였던 카친스키가 포격의 파편을 맞게 된다. 파울은 카친스키를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이미 과다출혈로 죽어있었다. 파울은 카친스키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다면서 울분을 토한다.
다 죽었다. 파울의 모든 친구들이 말이다. 파울과 함께 했던 친구며, 학창시절 친구였지만 입대 후 갈라졌던 친구까지도 모두다 죽어나갔다. 물론 크로프는 아직도 병원에서 살아 있을 수는 있지만 어느날 자살했다는 소문이있다. 또한 데터링은 전선의 갑갑함에 못이겨 탈영을 해버렸다. 그는 인근 꽃과 나무가 무성한 곳에서 발견됬는데 곧 총살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악질적인 히멜슈토스도 같은날 죽어버렸다.
온 전선이 평온하고 전쟁도 끝나가던 1918년 10월 어느날, 우리의 파울 보이머도 손에 새가 그려진 종이를 쥔채 죽고 말았다.
하지만 그날 사령부 보고서엔 서부전선 이상없다고 적혀있을 따름이었다.
이 소설은 고발이나 진술이 아니다. 특히 여러 작품이나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한 영웅의 이야기도 아니다. 전쟁에서 빠져 나오려고 했으나 전쟁으로 죽어 나간 이들의 이야기를 전할 뿐이다. 파울이 죽었을 때 그에겐 인생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서부전선에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병들은 죽어 나가고 쥐가 넘치는 참호, 콩을 볶는 듯한 포격,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참호전. 서부전선의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