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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생물처럼 호흡하고, 먹고, 배설하며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심장이 뛰면서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듯 도로는 시시각각 물자를 운송한다. 또 도시 곳곳을 가득 채운 건축물들은 생물의 장기처럼 각자의 기능이 있다. 그래서 도시는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고 늙어가고, 다시 소생하기도 한다.
도시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한 산업의 존재 여부다. 일자리가 생기며 사람이 모여들고, 늘어난 사람들로 인해 지역 경제가 발전하고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산업구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도시의 수명을 결정한다고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구조 변화에 잘 대응해왔던 사례는 과거 울산 동구처럼 조선업의 도시였다가 자동차의 도시를 거쳐 최근 지식집약산업 도시로 변모한 스웨덴의 예테보리다.
예테보리는 1970년대 초까지 북유럽에서 가장 커다란 항구도시이자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지역 고용의 25%를 조선업이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선업은 제1차 세계 석유파동(1973~74년)이 발생하고, 높은 인건비와 더불어 일본과 신흥공업국인 한국의 조선업 발전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빠르게 저하됐다.
그러자 예테보리는 과도한 조선업 의존도를 탈피하고 지역 산업구조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1977년 예테보리지역산업협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지역 내에 1920년대 후반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자동차산업을 육성시켰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글로벌 기업인 볼보(Volvo)가 그 주인공이다. 그 결과 1980년대 말 자동차산업은 지역 내 고용비율이 33%에 달할 정도로 최대 산업으로 부상했다.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산업이 침체되기 시작하며 예테보리는 2차 지역경제위기를 맞았다. 자동차산업 부문에서 약 1만여 명의 실직이 발생했고, 볼보의 승용차 부문이 중국의 자동차 기업에 매각됐다.
다시 한번 예테보리는 산업구조 재편에 나서 첨단산업을 기초로 하는 지식중심 서비스산업으로 중심 산업을 전환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기면서 지역 내 고용창출 능력과 경제성장률도 전국 평균보다 월등하게 높아지게 되었다.
50년 넘게 조선업 도시로 살아온 동구도 심각한 조선업 침체를 겪은 후 산업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미래 산업인 전기차 부품, 수소연료전지 제조 관련 업체 유치를 위한 남목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이 그 한 예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최근 정부의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 완화 방안 발표로 해소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일산해수욕장을 중심으로 관광산업도 육성 중이다. 대왕암공원 해상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올해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고, 관광해양특구 지정을 위한 `지역특화발전특구 계획 수립 용역`도 울산발전연구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증가하고 있는 해양레저관광 수요 흡수하기 위해 정부에 `해양레저관광 거점사업`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이 실제 동구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산업단지의 경우 청년층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 유치가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산업단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주변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관광산업도 전국적으로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특색있고, 구체적인 동구만의 관광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또 기존 산업인 조선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예테보리의 성공적인 산업구조 재편의 열쇠로 꼽히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하에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한 노력이다. 동구에서도 특정 기관의 주도가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 도시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산업구조 재편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