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을 주다 보니
베란다 구석에 있는
춘란이 진다홍색 립스틱빛깔의 꽃을 피웠다
아...
얘야 미안하구나..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는 순간도 모르고
이제야 보다니....
물만 주어도 제 목숨다하여
온 힘으로 꽃을 피우는 작은 춘란....
나는 그렇게
아주 최소한의 것만 받고도
온힘으로 화사한 꽃을 피웠던가....
그냥 적당히 피우지 않았던가....
2.
아침마다 립스틱을 꼭꼭 바른다
타인을 위해서라기 보다
나 자신의 느낌을 위해서...
거울속의 나 자신이 생생해 보여서 좋다
어제 오후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발랐다
그러나 마스크를 썼기에 표가 나지 않지만
하지만 예의이다.
나와 그 사람에 대해....
어제 만난 정다운 사람은
새로이 집짓는 땅을 사러 다니고
7개의 방이 있는 2층 집을 지어
자녀와 합가할 계획을 가지고 짓는다는
그러한 자랑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부럽지는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이 축적한
그것에 대한 예의로
잠자코 들어주었다.
3.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운 작은 춘란을 보니
4년 전에 그 춘란을 준 제자가 떠올랐다
코로나로 인해 띄엄띄엄 오다가
이제는 오지 않는
골프싱글인 내 나이또래의 그 제자분...
누군가의 물건을 받으면
그것을 준 사람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사람과의 여러가지 추억들도.....
짭짤이 대저토마토를 먹어도
그것을 준 언니가 떠올라
잠시라도 감사하면서 먹는다
좋은 오버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마 버리지 못하는
어떤 물건들을 보면
아팠던 인연도 떠오른다
떠올리고 싶어서 떠올리는 것이 아닌
절로 오버랩되는....
오버랩의 추억은 잡지 말고
그냥 바람처럼 지나가게 그냥 두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좋은 것이든 아픈 것이든
지나간 천만금의 추억들 보다
단돈 천원의 현재..
지금이 소중하니깐.....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립스틱과 오버랩
늘 평화
추천 1
조회 191
22.04.20 09:5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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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7개의 방이있는2층집...
참 부러운 인생이될분이군요
볶고 부대끼며 사는 가족애는
여자분들의 역활이 젤 크겠지요.
춘란-이야기 립스틱 이야기등..
이쁜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자랑할때는 가만히 들어주기만
해도 그 분이 신나는 것 같아요 ㅎ
평온한 하루 되세요
@늘 평화 그런 소소한 행복때문에
피터지게 공부하고 돈 모으는것
아닐까 싶어요 ㅎㅎ 맞나 모르겠어요
춘란에 대해서 말씀을 하셔서ᆢ
제가 춘란 5개를
집에서 키워라고 집사람한테
주었는데요
6개월 후에
생명을 마쳣답니다
춘란도 키우기가
만만치 않터라고요
저도 딸들 신혼집에 꽃화분을 보내면
1년도 안 되어서 모두 초상을 쳐서
이제는 안 보낸답니다 ㅎ
우리집은 안 키워도
그냥 물만 제때 주고 자주 보는 것 뿐인데
저절로 잘 자라서
분갈이를 해서 나누어서
제자들 주기도 해요 ㅎ
임주희가 부른
'립스틱 짙게 바르고'가 생각납니다. 문득.
슬펐건 기뻤건
가난했건 넉넉했건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정 소중한 날! 입니다.
아 맞아요
그런 노래가 있지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글이 꽃처럼 이뻐요
아무렴 내것 만큼 귀한게 있나요
소박하고 작아도 내 가진 것이 젤 소중합니다.
담백하고 심심한 맛의
꽃차 같은 글이 저는 좋더라구요 ㅎ
오늘도 평온한 하루 되세요
일곱개의 방이있는 집......
정말 부럽습니다 ^^
제가 죽기전에 주택에 살아보는 것이 소원인데....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평생 남의집만 지으며 살았는데......
남의 집을 참 잘 지어주신 것 같아요
고들빼기님은....ㅎ
평온한 하루 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삼족오님 고맙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날이라 조금은 설레네요 ㅎ
평온한 하루 되세요
모든걸 가져봤지만
그것들이 없다고 불편하지는
않는걸보면
좀 부족하고 힘들어도
지금이 행복한건 왜일까요
편한 마음인거 같아요~
얼굴에 분칠을 한후
마무리는 립스틱이라죠~
마스크에 가려있지만
보이던 보이지않던
칠하고나면 나의 즐거움과
그리고 타인의 대한
예의이기도 하구요~
예전에는 듣기가 싫었는데
이제는 나와는 다르지만
있는자의 얘기도 들어주는
맘의 여유도 생겼답니다 ㅎ
저도 예전에는 남의 자랑은 듣기 싫어
슬그머니 일어났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들어준답니다
얘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탄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