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큰 매체와 작은 매체에 대한 차이를 게시판에 썼어요. (하단 링크 참조) 그런데 그 때 작은 매체를 너무 열악하게만 묘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점도 모아보려고 손꾸락을 들었습니다. 규모가 작다고 개개인의 자부심마저 작은 건 아니라는 점, 확실히 해두고 싶거든요.
(http://cafe.daum.net/forjournalists/7tN/5280 이전글 ‘언론사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매체가 좋으면 기자도 뛰어나다? 과연?
상대적으로 소규모 매체가 입사 문턱이 더 낮죠. 그렇다고 해도 기자를 지망하는 사람들의 ‘평균’이 훌쩍 올라가버린 이상, 실력에 운까지 따라줘야 하는 취업난 속에서 요즘 지원자들의 능력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 ‘이런 사람이 왜 이런 매체에..’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저 매체에..’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답니다. 물론 자기계발에 유리한 조건, 더 원활한 취재환경, 더 많은 봉급 등 요인으로 갈수록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긴 하지만 자신 노력 여하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잘은 모르지만 언론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는 처음부터 큰 매체에 가는 ‘공채’란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 작은 매체, 지역 지에서 경력을 쌓아올라가다 결국 뉴욕타임스 같은 주요 매체로 옮기는 구조라고 하더군요. 사실 S대가 ‘똑똑하다는 이미지’를 가졌을 뿐 실제 모두가 똑똑한건 아니란거 알고 계시죠? (똑똑한 S대님들께는 죄송)
△“애들 배울까 무섭다” 편하게 놀고먹는 주요 매체
제가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기자들과 기사들을 두루 보다 보니 ‘개인 역량’ 향상에는 큰 매체나 작은 매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다 자기하기 나름이지.
사실 주요 매체들은 편하게 일해요. 이슈가 되는 기사들도 보면 ‘원천적인 내용’들은 전문지/지역지/주간지/월간지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죠. 그렇게 말하면 혹자는 반박하겠죠. 주요 방송사나 일간지에서 단독 기사들이 나오지 않냐고. 하지만 그건 개인 '취재력'과는 별개로 제보에 의한 것이나 그럴 듯한 소설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 출입처 내에서 상시적인 업무를 하다 보면 이런 구조가 있어요. 먼저 전문지가 익명의 ‘설’을 보도하죠. 그러면 좀 더 매체력 있는 전문지가 관계자를 인용한 ‘기사’를 내고. 그러면 주요 일간지가 고위 관계자를 인터뷰해 사건을 정리해 주죠, 방송기자는 한참 지켜만 보다가 대중에게 알려주는 구조. 묘한 구조죠. 아 요샌 블로그부터 시작되는 정보 유통도 뜨고 있죠?
우스개 소리지만 일간지 선배가 속보 매체 선후배들에게 “빨리 정리해라. 그래야 내가 보고 쓰지”라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결국 독자/시청자에게 직접 전달되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하나의 완성된 정보가 되는 거죠.
매체가 크든 작든 '최종 정보를 가공하는 과정'에 있다는 자부심, 현재의 여건 속에서 가장 정확하고 재미있게 현상을 풀어낸다는 묘미는 어딜가나 있어요. 단 ‘자기의 이름’이 이 과정 속에 묻혀 버린다는 건 아쉽죠.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니까 걱정 마세요.
하지만 작은 매체라고 해서 '구글링'에만 의존해 흥미 위주의 인터넷 뉴스를 가공하는 매체라면 곤란하겠죠. 뭐 이 경우도 ‘글빨’만이라도 내세울 여건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 매체겠죠. 비추. 결국 ‘사건의 현장’을 누빌 수 있거나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매체가 크든 작든, 대우가 좋든 나쁘든 개개인은 자부심을 갖고 일할 만 해요.
아 소제목이 ‘왜 편하게 놀고먹는 주요 매체’냐고요? 많지는 않지만 간혹 있어요. 매체력 덕에 편하게 놀고 먹는 기자. 온갖 꼬장 다부리는 기자. 기자가 벼슬인 줄 아는 기자. (봵) 뭐 작은 매체에서도 말도 안되는 건수로 콩고물이나 좀 주워먹어 보려는 ‘구악’들이 있고. 뭐 어디가나 그런 사람들은 꼭 있는 듯 해요.
△“큰 코 다친다” 소규모 매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
소규모 매체는 취재가 잘 안되서 답답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하지만 소규모 매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표면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체력과는 별개로 진심으로 대하는 취재원들도 많아요. 그 이유는 ‘나비효과’ 때문이에요.
먼저 소위 ‘기자 여론’이란게 있거든요? 매체력과는 무관하게 기자 내 여론을 주도해가는 사람들. 아무리 ‘짬밥’ 많이 먹은 기자라고는 해도 그 분야 종사자가 아닌 이상 ‘준전문가’지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누구도 완벽하게는 몰라요. 그런 가운데 기자 여론은 진짜 무서워요.
또 일부 출입처는 그 특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닷컴’의 위력이 대단해요. 전문가 수준의 기자들은 회사가 어디냐를 떠나서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해요. 그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가 왠만한 매체의 면톱 기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죠.
반대로 주요 매체 기자들이 ‘더러운 성격’ 때문에 왕따/유령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물론 기본 매체력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타사 기자들이 “이분 또 소설쓰셨네”라고 하며 무시하기 때문에 ‘정보 확산’에 한계가 있죠. 심할 때는 반론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매체력이 아까운 노릇이죠.
여튼간 요즘 인터넷 때문인지, 인터넷 덕분인지 언론 환경이 묘하게 변하고 있어요. 위에 잠깐 언급했듯이 그런 ‘정보유통의 흐름’ 속에 자신이 몸을 담그고 있다면 크든 작든 일정 정도의 매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소규모 매체라고 무시하는 아저씨들 있죠? 세상 모르고 있다가 큰 코 다칩니다.
◆인생은 어차피 무한도전.. 자부심을 갖자
유재석씨 좋아하시죠? 저도 좋더라고요. 특히 단 한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긴 무명생활을 겪은 점. 성공한 뒤에도 초심을 잃지 않은 점이 더 큰 감동이 된 것 같아요. 대표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마이너한 캐릭터들이 성장해 나간다는 콘셉트가 오버랩되면서 사람들에게 뭔가 ‘찡’한 뭔가를 안겨주는 것 같아요.
이 얘기 왜 하는지 아시겠죠? 기왕에 자기 하고픈거 하겠다고 나선 이상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누구든, 출발점이 어디였든, 성공할 거라고 믿어요. 실제 주위에도 있고요.
요즘 세태를 보면 불황 탓도 있겠지만 너무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과 인재는 여성분들 ‘쌍카풀’을 달거나 아저씨들 ‘이빨’ 떼우는데 자신의 능력을 소비하고, 문과 인재들은 ‘국가의 보조자’ 역할에 불과한 공무원님이 되려고 하시는거. 개개인의 선택이니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상당한 낭비라고 느껴져요. “나 사업가가 되겠어”라고 큰소리치신 분이 끽해야 대기업 공채에 목매다는 현실. 뭐 사회가 그러니 개인이 어쩐다고 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존재 이유가 있는 매체에서 님의 뜻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면 어디가 됐든 일찍 현직 일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봐요. 계속 시사/상식/작문만 공부하는거 좀 쑤시잖아요. 된다는 보장도 없고. 또 미미한 곳에서 시작하는만큼 ‘무한도전’의 감동은 더할 거라고 믿고요.
참고로 30년 전만 해도 방송 3사, 이런거 없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국내 대표 매체 순위 지도가 완전히 달랐고요. 10년 전 갓 생겨난 매체들이 현재 인터넷뉴스 세상을 완전 장악하고 있답니다. 물론 기자 개개인의 부침도 심하고요. 다들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어디서든 열심히 한다면 옛 유재석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기회’는 분명히 와요. 물론 그 전까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셔야겠죠.
△마이너 매체라도 해도 굶어죽지는 않아요
규모가 작은 매체에 오면 월급이야 둘째치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가질 수도 있는데. 당장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규모가 작은 매체라도 ‘존재 이유’만 있다면 그리 쉽게 망하지는 않거든요. 위기 땐 오히려 몸집이 작아서 유리한 것 같더라고요. 왕년에 이름을 떨쳤던 H일보처럼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이라면 대책이 없지만.
그리고 회사가 어려워진다고 하더라도 보통 능력과 일정 경력만 있으면 먹고 살 일은 걱정없더라고요. 취업 전에는 몰랐는데. 저도 최근 밥 열심히 먹고, 인사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타사에서 입사 제의를 받기도 한답니다. 아직 옮길 생각은 없지만 왠지 ‘짤려도 굶어죽지는 않겠네’란 생각에 속으로는 내심 든든하다죠.
ps. 얼마 전에 쪽지 주셨던 K사 기자님께 바칩니다^^ 기왕 들어가기로 결정한 거 함 제대로 부딪혀 보세요. 파이팅!
첫댓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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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보가 없어서 너무 답답하네요. ㅠㅠ
책 하나 내자. ^^
조선일보 정선배가 떡볶이 사면서 "요즘 소스 뽑을 곳은 온라인 매체 뿐이야" 하던게 생각나네요...ㅋㅋ
선배님의 따뜻한 마음 잘 느껴집니다. 감사해요. :)
정말 잘 읽었습니다. 대형매체 고시만 줄곧 준비하시다가 잘 안풀리자 쉽게 다른 쪽으로 마음을 접으시는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