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 대 이(李).'
2003시즌의 '양강' 기아와 삼성의 선봉장인 이종범(33)과 이승엽(27)이 22일부터 사흘간 달구벌에서 시즌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다.물론 살가운 선후배로서가 아니다. 적과 적,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자신이 쓰러지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대척점에 서야 한다.
양팀은 21일 현재 1.5게임차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선두싸움을
벌이고 있다.먼저 치고나가는 팀이 페넌트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기선제압의 차원에서 시즌 첫 대결인
이번 3연전은 매우 중요하다.
김성한 감독과 김응룡 감독이 끝간데 없는 선두전쟁을 선언한
것도 한번 넘어지면 시즌 내내 기가 죽어 정규리그를 두번째로
골인할 공산이 크다고 판단해서다.그렇게 되면 기아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애를 먹은 것처럼 올해 한국시리즈 도전에도 크나큰 문제를 노출할 가능성이 높다.
양팀의 간판스타로 자부하는 이종범과 이승엽의 마음이 편치
못한 것도 팀내에서 차지하는 무게답게 온몸으로 멍에를 짊어지고 있어서다.사사로운 감정은 접어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달구벌 원정에 나선 이종범은 별명처럼 '바람몰이'를 잔뜩 다짐하고 있다.톱타자와 주장으로서 특유의 집중력을 자랑하는
기아 타선의 뇌관 역할이 그의 어깨 위에 놓여진 임무다.최근
팀 타선 뿐 아니라 그 자신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상태라 3연전에 나서는 그의 심정은 사뭇 비장하다.
반면 이승엽은 이종범에 비하면 다소 부담이 덜하다.전방위로 지뢰밭처럼 터지는 타선이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하지만 동료들에게 맡길 필요가 없다. 지난 19일 일주일만에 홈런포를 터뜨리면서 손맛을 확인한 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평소 누구보다 절친한 선후배다.비록 이종범은 호남의 명문 광주일고를, 이승엽은 영남의 명문 경북고를 나온 영호남의 간판이지만 둘은 선후배 관계를 떠나 돈독한 우의를 쌓아왔다.이종범은 이승엽을 귀여워하고, 이승엽은 선배 이종범을 형처럼 따른다.하지만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우정을 가슴속에 담아둬야 한다. 오직 냉험한 승부의 세계만이 놓여있다.
과연 누가 올시즌 첫 대결에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온통 달구벌에 집중되고 있다.
국경선기자 gutm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