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의 지독한 경쟁 시스템으로 인한 부작용 네이쥐안(内卷, Involution)]
네이쥐안은 본래 농업 사회에서 노동력을 계속 투입해도 생산 효율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정체 상태를 뜻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발전 없는 경쟁'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가장 쉬운 비유는 극장이다. 앞사람이 더 잘 보려고 일어서면 뒷사람들도 줄줄이 일어서야 하고, 결국 모두가 서서 영화를 보게 되지만 누구도 이전보다 더 잘 보게 되지는 않는 상황과 같다. 모두가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지만, 나 혼자 앉으면 아예 화면을 볼 수 없기에 멈출 수도 없는 지옥 같은 구조다.
한국 역시 입시와 취업 경쟁이 치열하지만, 중국의 네이쥐안은 규모의 압도성과 성장 속도의 급격한 둔화라는 특수성이 결합해 있다.
한국의 9급, 7급 공무원 경쟁도 치열하지만, 중국은 수천만 명의 대졸자가 매년 쏟아져 나오며 말단 지방직 공무원 한 자리에 명문대 박사가 수천 명씩 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보다 복지 체계나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경쟁에 밀려나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공포가 더 크다.
성장의 역설
부모 세대는 고도성장기에 노력만큼 보상을 받았으나, 현재 청년들은 부모보다 훨씬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보다 가난해질 가능성이 큰 첫 세대라는 박탈감이 강하다.
네이쥐안이 사회 불안 요소로 떠오르자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적 개입을 시도했다.
솽젠(双减, 두 가지 경감) 정책
2021년, 중국 정부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며 사교육 전면 금지에 가까운 조치를 단행했다.
내용: 초·중학생 대상 교과 사교육 업체의 영리 행위를 금지하고 신규 허가를 중단했다.
결과: 수조 원대 규모의 사교육 시장이 순식간에 붕괴하고 수많은 실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인 '학벌 지상주의'와 '입시 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교육 경쟁은 음지로 숨어들어 고액 과외비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빅테크 규제와 공동부유
996 근무제(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를 주도하던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형 IT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과도한 노동 착취를 금지하고 부를 재분배하겠다는 '공동부유(共同富裕)' 기조를 내세웠으나, 이는 오히려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기도 했다.
청년들의 반격: 탕핑(躺平)에서 바이란(摆烂)으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삶이 나아지지 않자, 청년들은 심리적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탕핑(躺平): "그냥 드러눕겠다"는 선언이다. 집을 사지 않고, 결혼하지 않으며, 소비를 최소화해 경쟁 시스템 자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무저항 운동이다. 이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바이란(摆烂): 탕핑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자포자기 상태다. "어차피 상황이 나쁘니 그냥 썩어버리게 내버려 둔다"는 뜻으로, 개선의 의지조차 상실한 채 파국을 기다리는 냉소적인 정서를 대변한다.
네이쥐안은 단순히 중국인들이 성실해서 혹은 경쟁심이 강해서 생긴 현상이 아니다.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졌으며,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된 구조적 모순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이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저성장 시대의 병폐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内卷(네이쥐안) 논쟁’ : 네이버 블로그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