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프로야구 LG 이상훈이 88년 서울고 재학중일때 처음 만났다. 그 인연은 참 길다.
당시 OB가 서울고에서 훈련하던 것이 인연이 됐는데 이상훈의 강렬한 눈빛과 깡마른 체구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서울고 유태중 감독의 부탁으로 틈틈이 이상훈의 투구폼을 교정시켰는데 김 감독은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깨닫는 투수”라며 칭찬하곤 했다.
이상훈은 고려대에 진학한 뒤 4년이 지나 14타자 연속 탈삼진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이를 계기로 OB와 LG는 1차 지명선수로 이상훈을 내정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안테나를 집중시켰다. 지명 우선권을 놓고 OB와 LG는 주사위 던지기를 했는데 주사위는 LG편이었다.
이상훈은 98년 일본 주니치로 이적하기 전까지 LG에서 5년 60승31패47세이브(방어율 2.56)를 남겼다. 특히 OB를 상대로 11승4패10세이브의 아주 좋은 성적을 남겼다. 주사위 싸움에서 진 필자가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필자와 이상훈은 95년 다시 만났다. OB 김상호와 LG 이상훈이 시즌 MVP 후보로 올라 팽팽한 경합을 벌일 때 필자는 OB 홍보팀장이었다. 김상호는 25홈런에 101타점, 이상훈은 20승과 2.01의 방어율이었는데 기록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MVP 투표를 위해 LG보다 더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했던 OB가 이겼다. 46-9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김상호가 MVP가 됐다.
이제 야구 해설가인 필자는 이상훈을 라이벌 팀의 선수가 아닌 후배로 만나게 됐다. 카리스마를 지녔고 때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상훈은 근본적으로 싸움을 할 줄 아는 승부사이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검투사)의 자격을 갖춘 대형투수다. 필자는 이상훈의 국내 복귀를 편안한 마음(?)으로 환영한다. 올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