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종범, 오기로 세월 극복한다

[기아황제]

이종범, 오기로 세월 극복한다

2003.04.22 (화)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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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실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절대 듣고 싶지 않았다.”

흘러가는 시간이 오히려 보약이 됐다.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겠다는 그만의 오기가 발동했고 이것이 화려한 부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부진을 털고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기아 이종범(33)이 바로 그렇다.

이종범은 무서운 타격감으로 전성기 때 실력을 과시하며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21일 현재 타율 0.339에 홈런 3개를 기록 중이다. 19개의 안타와 5도루로 최다안타 부문과 도루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주 숨고르기를 하며 성적이 조금 떨어졌지만 2할대 타율이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지금의 분위기면 94년 스물네살의 나이에 자신이 세운 역대 한시즌 최다 안타인 196개를 넘어 200개 안타라는 대기록도 만들어낼 분위기다.

배트 스피드도 부쩍 빨라졌고 스스로 자신하 듯 펀치력은 전성기를 능가한다.

서른셋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던 94년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이종범은 “나이 들어 못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듣고 싶지 않았다”며 “지난 겨울 어느해보다 동계 훈련을 열심히 한 덕”이라고 분석했다.

2001년 시즌 중반 일본에서 돌아온 이종범은 지난해 정규리그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야구천재도 흐르는 세월 앞에는 어쩔 수 없다’며 수군거렸다.

이것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종범은 “아직까지 충분히 능력이 있다”며 자기최면을 걸었고, 체력 보강을 위해 지난 겨울 굵은 땀방울을 쏟고 또 쏟았다.

비디오 테이프를 꺼내 보고 또 보며 흐트러진 타격폼도 바로잡았다.

“데뷔 초반 좋았을 때와 일본에서의 타격폼,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장단점을 파악해 최고의 타격폼에 대한 감을 잡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왼쪽 다리가 너무 넓게 벌어지면서 흐트러졌던 타격폼은 이 덕분에 밸런스가 잡혔고 임팩트시 순간적인 힘은 더 세졌다. 세월을 거꾸로 돌리게 된 것은 야구천재의 오기, 바로 그것이었다.

김도헌기자 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