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가 조약까지 맺고 거액을 투자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사업은 한동안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의 대표적 사례로 통했다. 이미 가라앉아 버려 건질 수 없는 비용에 집착한 결과 기업이나 국가가 오류의 늪에 더욱 깊이 빠지는 것은 그들이 특별히 불합리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선행 판단과 행위를 정당화하고 싶어하는 인간 본성의 작용이다.
▼콩코드 사업은 상업비행이 시작된 1976년 이후 여러 번 중단 기회가 있었지만 사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인 2003년에야 막을 내렸다. 미국의 심리학자 하들리 아키스는 1985년 심리 테스트를 통해 개인적인 결정에서 매몰비용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50%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 후 심리학계의 연구에선 개인보다 집단이 매몰비용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원회나 추진단 같은 합의체가 댐 도로 등 투자사업을 결정할 때 매몰비용에 휘둘리기 쉽다는 것이다.
▼같은 일이라도 들이는 시간 단위에 따라 달리 보인다. 당장의 큰 성공이 나중에는 실패의 씨앗일 수 있고, 뻔한 실패가 길게는 성공의 초석이 되기도 한다. 인간 예측 능력의 한계에 덧붙여 결과가 성패를 가리는 최종 잣대이기 때문이다. 경제 거품이 꺼져봐야 거품이었는지 알듯, 대개의 예측 평가 모델은 엄밀한 예측 모델이 아니라 결과를 대입해야만 메워지는 `사후 설명 틀'이다. 국책사업의 으뜸 성공 사례인 경부고속도로도 급속한 경제발전과 물류수요 증대가 아니었다면 평가가 달라졌다.
▼정부, 도, 평창조직위가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방안에 대해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평창 슬라이딩센터 건립공정은 상당히 진척돼 있고, 중단 시 매몰비용이 610억 원에 달하는 점을 들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 매몰비용이 먼 훗날 투자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