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한에서 스키 타는 날이 올까?
주성하기자
2013-06-07 8:21 am
북한이 6일 전격적으로 당국간 회담을 제안했고, 우리도 외면할 이유가 없으니 응했습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도 거론했는데, 물론 이것도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북한은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 재개에는 관심이 많았습니다.
개성공단이나 개성관광과는 달리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이 오롯이 산 좀 구경시켜 주고 달러를 얻을 수 있는, 북한 입장에선 가장 수지가 맞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현재까지 5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참고로 박왕자 씨 유가족이 현대에서 20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3가지를 요구했죠.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신변안전보장….
북한은 2009년 8월 김정일이 직접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 등에 대해 구두로 ‘약속’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했습니다만, 정부는 ‘당국 간 보장’이 아니라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남북 양측은 2010년 2월 개성에서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었습니다.
정부는 역시나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신변안전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의외로 북한은 합의서 초안을 통해 수용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은 자기 할 거 거의 다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MB 정부에 북한과 상대하기 싫어하는 강경파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에선 아마 엄청 열 받았습니다. 북한에서 신 즉 고드인 김정일이 직접 나서서 다신 안그러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신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묵살됐으니 말입니다. 김정일의 말은 북한의 기준으로 당국간 합의 보다 훨씬 더 무게있는 담보입니다.
그 이후 북한은 완전 심술 모드로 돌아섰습니다. 2010년 3월 금강산에 있는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4월에는 정부 자산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소방서,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문화회관과 온천장, 면세점, 현대아산과 협력업체의 부동산을 동결·몰수하고 관리인원을 추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금강산 관광은 찬성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인데요, 차라리 개성이나 평양 관광은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도 있지 금강산은 폐쇄된 구역을 다녀와선 달러만 가져다 주는 꼴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에 당국간 회담을 하게 되면 김칫국 마시는 이야기긴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웬지 재개될 것 같습니다. 역으로 북한이 그만큼 관심이 크고, 이번에는 많이 양보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또 현 정부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것을 앞세웠기 때문에 북한이 열성적으로 나오면 그냥 무시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 요즘 북한이 마식령에 스키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 눈길이 갑니다.
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 신문이 1면 전면에 김정은 이름으로 첫 호소문을 냈습니다.
강원도 원산에 건설 중인 마식령 스키장을 올해 안에 완공하자는 내용입니다.
김정은이 지난달 26일 직접 스키장을 찾아 현지 시찰도 했습니다. “남들 같으면 10년이 걸려도 할 수 없는 대공사이지만 마식령 속도를 창조하
여 스키장 건설을 올해안으로 끝내자”고 했답니다. 스위스에서 600만 유로, 우리돈 88억짜리 리프트로 사온다고 합니다.




저기서 궐기대회를 하는 사람 숫자를 보십시오. 스키장이나 하나 건설하는데 한국 현대그룹 직원 숫자보다 더 많은 군인들이 달라붙은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군대에 나가면 그때부터 농사꾼, 삽질꾼이 돼야 합니다. 조국을 지킨다는 명목이래 삽질이나 하자고 집 떠나서 10년 개고생을 하는 청년들이 불쌍하고…군대를 만들어 별 잔뜩 붙여주고 삽질이나 시키는 북한이란 곳도 한심하고…
암튼 김정은이 요즘 놀이공원, 유원지 이런 데 삘 받아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스키장은 저도 의외라 놀랐습니다. 게다가 스키장 하나를 건설하면서 무슨 마식령속도까지…그런 식으로 말하면 스키장이 엄청 많은 한국은 속도에 파뭍혀 죽었겠네 하는 생각까지…
저는 저 스키장 왜 건설할까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런 스키장 북한 주민들이 이용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통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평양에서 원산 가려면 정말 교통이 어렵습니다. 마식령까지 스키 탈 고객을 실어나른다는 것은 먹고 살기 어려운 북한 실정에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죠. 지금 북한에선 휘발유가 금값인데… 휘발유 1리터가 옥수수 4~5키로 정도 가격입니다. 휘발유 1리터 가격이면 한 명이 열흘을 먹고 살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일단 저 스키장 만들어서 관광지로 활용할 계획이 가장 크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원산 갈마공항을 거점으로 원산, 금강산 일대를 관광휴양지로 개발하려 했거든요.
그런데 마식령 스키장 만들면 갈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중국 사람들도 갈 이유가 없고, 일본도 홋카이도를 두고 갈 이유가 없고…혹시 금강산과 연계하면 금강산 보려 가서 스키탈 수도 있겠지만, 금강산을 겨울에 관광한다는 것도 그렇고…
결국 가장 갈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한국인들인데. 우리도 강원도에 스키장들이 영업이 안되는데, 누가 금강산까지 갈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북한서 스키탄다면 한번쯤 흥미 때문에 가보고 싶을 사람들은 있을 것이지만, 현재 북한이 금강산 관광에 내거는 돈을 보면 거기 스키장 한번 갈 돈이면 한국 스키장 겨울 정기시즌권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마식령스키장에서 마음 먹으면 스키는 탈 수는 있겠지만, 북한이 저걸로 돈을 벌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한번 건설해 놓으면 두고두고 조금씩 현찰이 들어오겠지만, 사실 현찰 벌자면 저것보다 훨씬 좋은 아이디어가 널려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경제 상식이 없는 김정은이 개인적 협소한 인식의 세계에서 충동적으로 내린 지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강원도 산골에 목장을 건설하겠다고 총궐기대회를 연 것이 작년입니다. 그거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제가 글 적기도 했죠.
김정은 머리 속을 해부해보면 아마 머리 속에 스위스에선 본 것이 가득차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요즘 중요 판단의 기준이 스위스가 아닐까.
스위스 알프스에 젖소떼가 흐르는 것이 깊게 머리에 남았겠죠. 또 알프스에서 스키 타던 사람들이 멋졌겠죠. 그러니 우리도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을 해볼 순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스위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실에 무지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의 의도를 좋게 분석해 봅시다. 김정은은 스키를 좋아합니다. 일본 요리사 회고록 보면 김정은이 어렸을 때 “우리는 겨울에 스키도 타는데 인민들은 뭐 하면서 놀까”라고 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인민을 위해 스키장 꾸려주겠다고 나선 것도 어쩌면 일리는 있을 수 있겠다…그것이 인민들을 생각한다는 자신만의 개인적 소원일 수도 있고. 그런데 철부지 시절의 꿈에선 빨리 헤쳐나와야 하겠는데요…
또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게 김정은의 심리를 보는 다른 잣대는 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고 싶은 것이 자기 고향에 대한 애착일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원산 초대소에서 출생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인데, 그러면 원산이 고향인 셈죠.
그러니 자기가 태어난 강원도를 스위스처럼 만들고 싶은 욕심 정도는 있을 수 있겠다…
세번째로 김정은의 개인 이기주의적 관점에서 한번 예상해 본다면 고향이자,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원산에 자주 놀려가고 싶은데, 여름엔 원산초대소 송도원 바다에서 수영치고 요트타면 되는데 겨울에 놀 거리가 마땅치 않은 겁니다.
이번 겨울에 놀려가니 이건 뭐 스키탈 데도 없고, 그나마 어렸을 때 타던 스키장은 멀고, 시설도 스위스에 비하면 너무 열악하고…그러니 짜증이 났을 수도 있었겠죠.
내가 왕인데, 내가 스키 탈 곳도 없다는 것이 말이 돼? 관광객이 오면 좋겠지만, 안오면 내가 스키 탈 곳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이런 심리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스키 마니아라면 스키장이 없는 상황이 정말 못견딜 수 있는 거죠.
사실 개개의 가능성보단 김정은이 스키장에 집착하는 이유가 위의 3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죠.
강원도에 스키장이라…얼마 전엔 김정은이 전국을 잔디로 덮으라고 해서 저를 놀라게 하더니…
참 북한을 보면, 저도 태어나 자란 곳이긴 하지만, 저런 말도 안되는 지시에 궐기대회까지 하면서 관철하자고 찍소리 못하고 따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기막힌 일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나 한숨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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