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주3회 정신없이 다니던 수업이 끝나던 10월 중순은 정말 날아 갈 것 처럼 좋았다.
수업으로만 끝나는것이 아니라 평가를 통해서 합격을 시켜야만하는 중압감은 멀리 영국에서 금해가 왔다고 동무들이 다 모일때도 못 간 '사회통합 이수프로그램'이라는 수업이 .
막상 끝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진듯 허전하던차에 종합평가와 구술면접을 모두 통과한 이주여성들이 '대접'해 준다고 몇 번 연락이 왔지만 법부부에서 돈도 받고 진행 한 수업인데 괜찮다고 하다가 정이 그리운 이들이 답답한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오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좋아하는것을 사줄려고 돈을 각출했다며 30분이나 일찍 나와서 전화하는 이들에게 진월동 채식뷔페- 살림-을 가서 이것저것 맛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어서려는데 고추 몇 개가 남아서 아깝길래 휴지에 말아서 가져갈려고 가방에 넣었다.
(노란꽃 옆에 사장님이 계셨다!!)
마지막 남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이 분들이 우르르 나가지를 않는가!
그러더니 손에 손에 쌈, 된장, 풋고추를 접시에 담아 와서 "선생님 이것도~"
하필 우리가 앉은 곳은 주인 아주머니 바로 뒤인데 이를 어쩌면 좋아!!
'나는 이것 가져 갈 수 없어. 그리고 여기서 음식 싸가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
먹던 고추 포함 3개를 말아 넣던 선생을 위한 이 헤프닝의 원인 제공자인 나는 하필이면 봉다리도 없어서 손수건에 둘둘 말아서 가방에 넣는데 앞에 앉아있는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놓고 갈 수도 없었던 이 음식을 싸면서 부끄러워서 땀이 나고 얼굴은 붉어지고 오히려 이 중국 아줌마들이 '괜찮아요'위로한다.
나는 지들 욕 안 먹이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대강 수습하고나서 주인에게 이실직고하고 사과했더니 웃으시며 '괜찮아요'하신다.
그래도 절대로 안괜찮은 일임을 누누이 설명하고 헤어져서 더불어 숲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의 가을볕이 참 좋았다.
(사무실에 가져와서 펼쳐보니..)
대부분이 재혼가정이었던 , 가슴에 멍울을 간직한 아줌마들이어서 많이 어려웠던 시간들이었던만큼 더 오지다.
그러면서 오늘도 또 배웠다.행동 하나하나를 더 조심해야함을.
첫댓글 보기 좋네요. 아름다운 관계,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벌써 세월이 흘렀는지 따님이 가르쳤던 새댁들이 모두 애엄마가 되었고 그 중에 두 명이 이번 수기 공모에 2등과 4등에 당선되었답니다. 로안과 레티니가 예원이와 동갑이라서인지 안부를 물어요.
얼마 전에 예원이에게 전화가 왔더래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던 것 같았는데 언어 소통이 자유롭지 못해 아쉬웠다고요.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아 참 애틋했어요.
아마도 잘난 아들 보여주고 싶었을걸요^^
스승님을 모시는 법을 배웠네
아무리 아까와도 참았어야했어. 부끄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