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5
- 부부
정명숙
제 몸 치수도 모르는 어리숙한 발이
튼튼해 보이는 가죽만 믿고
선택한 구두
처음부터 조여오는 발의 통증이
잘못된 선택임을 암시했지만
가죽은 길들이기 나름이라고
억지로 끼워 신고 길을 나섰다
먼길 동행하는 동안
상처투성이가 된 발과 구두는
갈망하는 자유를 위해 기회를 엿보지만
뿌리 깊어 가는 굳은살 속에
길들여진 시간은
헤어질 수 없는 핑계를 대며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고
낡고 색바랜 구두와
굳은살투성이가 된 발
티격태격 불화음을 내며
오늘도 길을 간다.
동행 6
- 꽃과 돌
정명숙
만냥금* 화분에
잿빛 몽돌 몇 개 앉아 있다
줄기 아래 조롱조롱 달린
만 냥짜리 빨간 열매 맺기까지
흔들리며 지나온 노정에
귀 모으는 몽돌들
뿌리 눌러 주며 열매 함께 키운다
밤이 되면 알을 깨고
아기별로 올 것 같은 둥근 돌을
어미 새인 양 품어주는 만냥금
거실 풍경 엿보던 달님
꽃과 돌의 동행 길에
금빛 가루 뿌려 준다.
* 만냥금: 백량금의 다른 이름. 꽃말은 가치, 사랑, 부귀, 1년 내내
달린 빨간 열매가 금전운을 부른다고 만냥금이라 불림
시집『그 많은 인연의 어미는 누구인가 』2024 글나무
정명숙 시인
-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 2006년 <문학마을> 신인상 수상
- 시집 『섬이 바다에 머무는 것은 』, 『그 많은 인연의 어미는 누구인가』가 있음
- 2018년, 2024년 강원문화재단 전문예술 문학창작 지원금을 받음
- 현재 강원문인협회 이사. 설악문우회 <갈뫼>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