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맹점
우리 눈의 구조를 살펴보면, 가장 바깥쪽에 각막이 있고, 각막 다음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 그리고 안구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리체, 그 뒤에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이 있고, 망막을 감싸는 맥락막과 공막이 있다.
망막중에서 정면으로 들어온 수정체의 빛이 모아지는 부분인 황반이라는 특별한 센서 밀집지역이 있고, 망막과 황반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취합해서 뇌로 전달하는 신경계가 밀집해 있는 맹점이 있다.
망막과 황반에 수 많은 센서인 광수용체(약 1억개)가 있는데, 이 센서의 역할은 빛에 반응해서 전기신호를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된 전기신호를 뇌에 전달하기 위해 전선에 해당하는 시신경이 있고, 이 시신경은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와 연결되어 있다. 눈의 시신경은 한쪽 눈에서 약 100만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눈에는 약 1억개의 센서가 존재하고, 그 센서의 신호를 약 100만개 (백분의 일) 의 전선으로 받아서 100만개 정도의 펄스 시스널을 뇌로 전달한다. 이 숫자를 잘 기억하라. 이 100만이라는 숫자은 나중에도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정말 많은) 백만개의 전선이 한곳으로 모여 전선 다발 뭉치로 형태로 뇌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이 전선다발 뭉치가 모여있는 곳이 맹점이다.
이 전선 다발 뭉치 때문에 이부분은 센서가 구조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만약 이부분으로 들어오는 빛은 구조적으로 감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맹점의 위치가 가장 중앙 부위인 황반과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황반 기준으로 아래방향, 코쪽으로 약 15도의 위치에 존재한다.
어찌보면, 이것은 설계미스다. 뭔가를 감지하게 위해 센서를 설치하는데, 가장 중요한 센터 바로 옆에 전선 케이블 뭉치가 있어서 그곳은 센서를 놓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대 장비를 누군가 그렇게 설계한다면 그는 엔지니어로서 자격이 없을 것이다.
(장대익 교수는 오징어의 맹점과 사람의 맹점을 비교하면서, 인간의 진화란 것이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논리로 완벽한 설계를 하지 않은 신을 부정한다. 오징어는 맹점이 반대쪽에 위치해서 센서를 설치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인간의 시각 인식 시스템에서는 이 맹점의 위치는 사실 아무 문제가 없다. 장대익 교수가 틀린 것이다.)
맹점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https://youtube.com/shorts/ADBXtnsdkHY?si=gUa4AhGdtg0xkleT
Take This Test to Find Your Blind Spot
한쪽눈을 가리고 두개의 점이 있는 판을 바라보면서 한쪽 점에 촛점을 맞추고 그 판에 점점 다가간다. 그러면 어느 순간 처음에는 보였던 다른 점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다가 더 다가가면 다시 그 안보였던 점이 보이게 된다.
우리의 눈에 처음에는 각각의 두점이 망막의 시신경에 같이 잡히게 되는데, 어느 순간 다른 한점의 신호가 맹점을 지나는 순간 우리 눈에서 그 다른 한점에서 나오는 시각신호를 캐치할 수 없게 되므로 그 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 신호의 위치가 맹점을 지나 시각센서가 있는 곳에 다다르면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몇번 해보다 보면, 우리눈에 확실히 맹점이라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최낙언 박사는 이 맹점실험을 통해 시각시스템을 이해했다고 한다.
사실 이 맹점 테스트는 맹점(?)이 있다.
만약 실제로 우리눈에 맹점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보는 화면에서 항상 어느 부분이 블라인드 처리되어서 온통 까맣던지, 온통 하얗게 보여야 정상 아닌가?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히 중앙에서 약 15도 되는 지점에 센서가 없으니까, 그지점의 화면은 텅 비어있어야 한다. 마치 LCD TV 가 오래되어서 어떤 특정한 부분이 계속 하얗게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우리가 보는 세상에 우리가 보는 화면에 구멍이 난 것을 본 적이 없다.
맹점테스트에서의 핵심은 사실 다른 한점이 사라졌느냐, 다시 나타났는냐가 아니다.
그 한점이 사라졌을때, 그부분이 어떻게 보이는 가가 사실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만약 하얀 바탕의 종이에 두점이 있다면, 맹점부위에서 그 점이 사라졌을때, 그 부위는 하얀색의 다른 바탕과 똑같이 보인다. 만약 빨강색 종이에서 실험을 하면, 빨강색으로 보인다.
만약 배경이 체크무늬가 있는 배경이라면, 신기하게도 그 점이 사라진 부위에 주위의 체크무늬가 전혀 이상하지 않게 그 점의 위치에 채워져 있다.
맹점부위의 화면은 눈에서 감지를 할 수 없는데, 이부분을 그 주변부의 상황에 맞추어 채워넣어 준다는 뜻이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맹점채움(BLIND SPOT FILL-IN) 이라고 한다.
(요즘 AI를 이용해서 이런 작업을 많이 한다. 이번의 삼성폰 광고가 바로 이 채워넣기를 실현했다고 자랑하는 광고다.)
과학자들은 맹점에서 물체가 사라진다는 것과 그 사라진 곳을 우리 시각시스템이 주변환경에 맞게 자동으로 채워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실 어느 누구도 왜, 어떻게 이런 맹점채움 현상이 존재하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우리 눈의 채워넣기 기능에 대해 또다른 중요한 채워넣기가 후에 발견된다.
이런 기능은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때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그 기능이 마비되었을 때 발견된다.
(이런 우수개 이야기가 있다. 어떤 기업에 CEO가 바뀌었는데, 그동안에 그 기업에 해킹사건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별로 할일 없어 보이는 IT 부서를 없애버렸다고)
다음은 최낙언 박사의 연재글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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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채워 넣기 기능은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오히려 명확해진다. 1981년 독일인 교수 요제프 칠은 한명의 환자를 소개받는다. 기젤라 라이볼트는 뇌졸중을 겪은 후 시각의 다른 기능은 멀쩡한데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하게 됐다. 움직이는 차의 모습이 뚝뚝 끊어지는 스냅사진으로 보이는 것이다. 마치 점멸하는 나이트 불빛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세상이 뚝뚝 끊어져 보인다. 그래서 그녀는 광장공포증을 겪게 됐다. 길을 건너려면 차가 얼마나 빠르게 접근하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전자로 물을 따르면 물이 얼어붙은 고드름처럼 멈춰 보인다. 그래서 언제 물 따르기를 멈춰야 할지 예측이 힘들고 물이 넘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사실은 그녀의 시각이 좀 더 정직한 것이고 우리의 시각이 조작된 것에 가깝다. 우리의 모든 신경 전달은 펄스로 끊어져 전달된다. 즉 스냅사진처럼 한 장 한 장 뚝뚝 끊어서 뇌로 전달되지 연속적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뇌가 그 중간을 채워 넣기(fill-in) 때문에 동영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 채워 넣기 장치가 고장 나면 움직임은 사라지고 동작들은 스냅 사진처럼 툭툭 끊어지고, 잠시 주의를 놓치면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가 휙휙 변해 불쑥 불쑥 다가오는 것처럼 인식된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 갑자기 다가온 자동차에 공포를 느껴서 광장에 나가기 무서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능이 없으면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려 해도 우리는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된다. 영화는 사실은 스냅사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정상인에게도 경두개 자기자극기로 중간 측두 영역을 자극하면 나머지 시각 기능은 멀쩡한데 움직임을 파악하는 기능은 즉 채워 넣기 기능이 사라진다고 한다.
감각의 채워 넣기 기능은 소리에도 있다. 간단한 예가 일부러 앞에 기침소리를 넣은 후 eel 발음을 녹음해서 들려주되 문장 구성을 각각 달리한 경우이다.
“The *eel was on the orange.” 이라고 들려주면 eel을 ‘peel’로 듣고,
“The *eel was on the shoe.”라고 들려주면 eel을 ‘heel’로 듣는다.
만약 소리를 있는 그대로 있는 지각한다면 ‘eel’이라고 들어야 맞다. 하지만 우리는 짐작하는 대로 소리를 채워 넣는다. *eel의 정보를 채워 넣는 orange나 shoe는 *eel 보다 나중에 온 단어지만 앞선 단어 *eel를 채워 넣기까지 한 것이다. 우리 감각의 채워 넣기 기능은 생각보다 방대하다. 맛에 있어서 감각 채움도 생각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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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식품저널 foodnews(http://www.food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