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신항 1-1단계 부두 개장식이 열린 것은 2006년 1월 19일. 따라서 19일은 부산 신항 개장 10주년이 되는 셈이다.
부산 신항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해 부산항은 사상 처음 환적컨테이너 1000만TEU(길이 6m 짜리 1개의 단위·이하 '개'로 표기) 시대를 열었고 올해는 총 물동량 2000만 개 고지 점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현상과 사물이 그렇듯,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지난 10년간의 신항 운영 성과 이면에는 극복해야할 문제점도 없지 않다.
본지는 신항 개장 10년을 맞아 2회에 걸쳐 부산항의 변화와 성과를 정리해 보고 풀어야 할 문제점 및 과제도 진단해 본다.
- 90년대 적체 심각…교통체증까지
- 글로벌 항만 국책사업으로 추진
- 서부산 개발 · 순환도로 연계 등
- 연쇄효과는 부산의 지도 확 바꿔
- 지난해 물동량 개장 첫해의 55배
- 세계 유수 항만 0.4% 감소에도
- 부산항은 신항 효과로 4%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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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부터 2002년 6월 신항 건설 위한 매립 작업. 2003년 9월 부두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 2005년 5월 조기개장할 3개 선석 공사 마무리 단계. 2005년 12월 3개 선석 공사 완료. |
부산 신항은 1990년대 중반 기존 부산 북항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개방개혁에 따라 급부상하던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 공룡'에도 적절히 대비하면서 세계적 글로벌 중심항만으로 가기 위해 탄생하게 됐다. 특히 배산임수 지형인 부산 원도심에 자리잡은 북항은 좁은 부두면적과 전무한 배후부지 등으로 인해 1990년대 중반 당시 체선 체화가 극심했고, 시가지 교통 정체의 주범으로까지 낙인 찍히면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당시 김영삼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창설하고 1996년 7월 20일 고시된 항만 기본계획에 신항 건설을 확정했다. 당시 정부는 부산 신항 건설을 경부고속철도 건설, 인천신공항 건설, 평택항 및 아산항 건설 등과 함께 5대 국책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됐던 부산 신항은 이후 '부산의 지도를 바꾼 대역사'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항 건설은 북항대교 남항대교 을숙도대교 등 해상 순환도로의 건설과 항만 배후부지 개발, 에코델타시티 및 국제물류도시 건설 등 서부산 일대의 개발, 개항 이래 최초의 재래식 부두 재개발이라는 북항 재개발 등의 연쇄효과를 가져왔고 육상 수송을 위한 순환도로 확충까지 이어졌다. 부산의 지형과 미래 비전까지도 바꾸어 놓고 있다. 또한 신항은 해상과 항공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부산 지역사회의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든든한 논리적 받침돌 역할까지 하고 있다.
■10년간 처리한 컨테이너 6333만 개
신항은 2006년 1월 3개 선석을 시작으로 그해 12월 3개 선석, 2009년 3월 4개 선석, 그해 9월 3개 선석, 그해 12월 4개 선석, 2011년 11월에 4개 선석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어 현재 21개 선석이 운영되고 있다.
개장 첫 해인 2006년에 처리한 컨테이너 화물은 23만7000여 개에 불과했지만, 2012년 944만2000여 개를 처리하며 마침내 북항(당시 760만3000여 개)을 추월했고 지난해는 무려 1264만여 개(잠정치)를 처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처리량의 66%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부산 신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는 총 6333만8000여 개에 달한다. 컨테이너 1개 길이 6m 감안할 때, 이들 컨테이너를 이어 붙이면 약 3억8002만m로 지구에서 달에 닿을 만큼(지구 표면과 달 표면 평균 거리 약 3억8000만m 감안)이나 된다. 이 길이는 또한 1바퀴 약 4만㎞인 지구를 약 9.5바퀴 돌 거리이고 경부고속도로(416㎞)를 약 457회 왕복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컨테이너 높이 약 2.4m를 감안해서 쌓을 경우에는 총 1억5201만여m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8848m)을 약 1만7180개 쌓을 수 있고 세계 최고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829m)를 18만3367개 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환적화물 1000만 개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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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신항 모습. 국제신문DB |
이처럼 신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와 시설을 바탕으로 부산항 전체의 급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항은 사상 처음 환적화물 1000만 개 시대를 열고, 환적부가가치 창출액만 1조1894억 원을 달성했다. 2003년 환적 화물 425만 개 부가가치 5015억 원에 비하면 약 2.4배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부산항의 수출입화물을 포함한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은 1945만 개(잠정치)로 1868만여 개를 처리한 2014년보다 77만 개(4.1%) 증가했다. 신항 개장 이전인 2005년의 1184만 개와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싱가포르와 홍콩 등 세계 유수 항만의 물동량이 전년 대비 0.4% 줄어든 것을고려하면 부산항이 4%대 성장세를 유지한 것은 대단한 일로 평가받는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신항 효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신항은 드넓은 배후단지를 확보, 글로벌 종합항만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항 배후단지는 현재 419만㎡의 조성이 끝나 55개 업체가 입주해 영업하고 있으며 이 기업들이 창출하는 화물은 연간 140만 개에 이른다. 부산항만공사는 2020년까지 배후단지 525만㎡를 더 조성해 80개가량 업체를 추가로 유치, 고용규모를 1만 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단순 하역처리 항만 기능에서 벗어나 배후단지의 물류 기능과 가공 무역 기능을 흡수하는 종합항만으로서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선박 대형화 추세에 맞춰 크레인 등 하역장비도 세계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현재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가운데 가장 큰 1만9천TEU급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머지않아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될 2만TEU급과 2만2천TEU급 선박이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신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수심을 18m까지 늘리고, 항로 입구에 있어 선박 운항에 지장을 주는 섬(토도)을 완전히 제거하는 공사도 벌이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우예종 사장은 "신항 개장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2020년까지 홍콩을 제치고 부산항을 세계 2위의 환적항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