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에 위치한 민주지산은 매번 가고픈 라이딩코스 일순위였다. 몇년전에 비박라이딩을 추진한적도 있는데.. 우천으로 취소되고..
수많은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결심이 되었는지 민주지산을 가야만 했다. 공지에 1박 2일이라고 올리니 김희균님만 나선다. 현실성없는 장거리 라이딩에 모두 흥미를 잃으셨나 보다..
젊은피 김희균님을 새벽에 수원IC근처 정류장에서 픽업하고..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영동읍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놀라운 지척거리다..ㅋ
아침을 간단히 분식집에서 김밥도 마련할 겸 해결하는데 영 속이 부글거리고 좋지 않다.
영동읍내 하천가에 위치한 무료고수부지에 차량을 파킹.. 출발을 한다.
읍내에 위치한 다리가 인상적으로 생겼다.. 파노라마 고수부지 위로 올라가.. 다리를 건너 멀리 보이는 뚝방길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왼쪽으로 진행하다 다시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고..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개천을 끼고 계속 진행한다.. 소로가 이어지고.. 왼쪽에는 엄청난 규모의 육군행정학교부지를 끼고 오른쪽에는 개천을 끼고 서남향으로 계속진행한다. 국도 굴다리를리 지나 첫번째 나타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뒤에 패니어를 그득히 달고 온지라..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1박2일을 각오로 짐을 한껏 실었다.
영동군은 온통 포도밭이 지천이다..
멀리 우리가 들어가야할 골짜기의 정경이 눈에 들어온다. 정확히 구분은 되지 않지만.. 우리가 올라가야할 임도를 간직한 장대한 위용의 산맥이다.
예상했던데로 완만한 도로업힐이 계속이어진다.. 아직까진 그런데로 차없는 도로가 한가롭고 여유있다..
계속이어지는 지루한 도로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오르다 보니.. 원래 이길을 다녀온 산고양이 엄기석님의 루트에서 더 올라왔다. 하지만 위로도 우회하는 길이 있다. 도로에서 제대로 진입하는 좌회전 삼거리..(M3)
M4삼거리에서는 우회전이다.. 개들이 주위에서 어지럽게 짓어댄다.. 라이딩할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이 풀어놓은 개들이다.. 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쭈뼛..
조금 올라가니 본격적인 임도시작임을 알리는 바리케이트가 보인다. 오늘의 고난(?) 라이딩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저번 가덕산보다 패니어무게가 더 나가서인지.. 업힐이 영 수월치 않다.. 저단으로 한껏 낮춰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업힐은 콘크리트, 흙길, 구비구비 계속사이를 휘몰아치며 끝도 없이 위로 넘실거린다. 한숨 돌릴만한 곳에서 결국 배탈이 난다.. 잠시 볼일보고 쉬어도 보고.. 멀리 우리가 출발한 마을이 아득하다..
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어진다.
마치 산허리를 쭈욱 잘라서 선을 그어 놓은듯하다.. 임도의 헤쳐온 우리의 상념과 땀방울이 같이 흐르는 듯 싶다.
드디어 정상부를 찍고 첫번째 내리막이다.. 4키로의 내리막을 내려서지만 패니어로 인해 속도를 낼 수 없다.. 조심스럽게 경직되어 딴힐을 거듭하니 금새 M4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왼쪽으로 다시 4키로의 업힐이 기다린다.
업힐초반에 쉬고.. 숨을 고른다.. 서로가 쉬지 않고 맘의 여유가 없는 탓일까.. 선뜻 쉬자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인지 이만큼을 오고야 두번째 휴식이다..ㅠㅠ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 지역에서 세번째 휴식..^^ 오르는 내내 패니어.. 임도의 가파른 경사.. 땅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바닥아니면 정상에서 쉬는 우리의 모습이 우스광스럽다.. 3반장이 준비해준 포도를 꺼내어 배부르게(?) 먹는다.
영동부터 거슬러온 골짜기의 아득한 길이 펼쳐져 있다.. 아까 우리가 바라보며 다가간 그 커다란 위용의 산중이 여기인 듯 싶다.
집에다 오늘 잔다고 얘기하지 않고 나왔다는 김희균님.. 일단 라이딩을 하고 보자는 막가파 스타일이시다..ㅋ 오늘 1박라이딩의 목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길이 쉬이 우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산허리가 무너져 완전히 막고 있다.. 잔차를 메고 넘어야 한다.
고개마루를 넘어서면 바로 삼거리(M7)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도마령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좌회전하다 멀리 우측을 바라보면 놀랍게도 멀리 무주스키장이 보인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설천봉의 모습과 이곳의 따스한 햇살이 너무 대조적이다.. 마치 외딴 세상에서 다른차원의 정경을 보고 우주를 누비는 여행자가 된 것같다.
몇구비를 따라 내려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구절양장의 도마령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우측의 민주지산 휴양림 지구를 돌아보기로 했는데.. 그냥 건너뛰기로 한다.. 아무래도 오늘 저길 다돌면 몸이 퍼질 것 같다..ㅠㅠ
왼쪽의 뚜렷한 도마령임도를 따라서 정상까지 오르기로 한다.
이처럼 고개로 이어지는 임도의 모습이 명확하다..
도마령임도로 오르는 삼거리(M8)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집이 길을 막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거슬러 오르면 우측으로 길이 나 있으니 그냥 좌회전하면 된다.
초반에 가파른 콘크리트 업힐이 구불렁 출렁 이어진다.. 뙤약볕이 따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나마 초봄이라 다행이다.. 여름에 오르면 햇살에 봉변당하기 좋은 곳..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임도길로 들어서 흙을 밟으면 가파른 길도 위안이 된다. 삭막한 콘크리트보다 황토흙길이 좋은 이유다. 안정감있게 오르다 길가에 마련된 자리에서 쉬면서 김밥을 덜어먹는다. 라면을 끓여보려하다 불붙일 라이터를 준비해 오지 않아 낭패를 봤다..
임도출구 철문.. 그냥 열면 연린다..^^
맨 아래부터 이길을 올랐으면 입에 거품이 보글거렸을 것이다.. 정상을 4백미터 앞두고 도마령 구절양장의 끝을 탄다.
이곳에서는 무주리조트가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티벳의 수미산과 킬리만자로가 한꺼번에 떠오른 것은 왜일까? 아득한 이상향처럼 늘 맘속에 자리잡은 설국이 저기서 손짓하는 탓일게다. 땀을 많이 흘려서 인지 정신이 아득해진다.
도마령정상에서 바라보는 양의 곱창이다.. 로드길 중에서도 참으로 탐스런 업힐길이다.. 힘만 있다면 밑바닥부터 훓어 보고 싶은 욕심이 울끈한다.
감회도 잠시 바로 도마령을 찍고 내려서야 한다.
시원스럽게 내려오다 보면 오늘의 최악업힐 물안리로 넘어서는 임도업힐 나온다. 우측으로 다리를 건너서 바로 왼쪽 업힐길을 오른다.
초반부터 극악스런 멀고먼 업힐이다.. 초반에 업힐의 경사에 한탄하며 오르다 잠시 물보충으로 한숨돌리고..
걱정했던 패니어가 끊임없이 뒤로만 나를 당겨 체력이 바닥을 찍고 나서야.. 몇구비인지 헤아릴수도 없는 언덕을 거푸 오르고야.. 정상인지 눈녹아 푸석거리는 땅에 더이상 타이어를 굴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나서야.. 내리지 않으려고 거친호흡을 수도 없이 고른 후에야.. 정상에 도착한다.. 몽롱하다.. 체력이 쑥쑥 빠지는 느낌.. 목도 마른데 물도 바닥이다..ㅠㅠ
물안골까지 내리막은 시원스럽다.. 이길을 거꾸로 오르면 아까 올랐던 업힐보다 더 낭패다.. 헤어핀이 많은 구비를 수도 없이 돌아 물안골의 도로와 만난다. 우회전하면 물안골로 더 깊이 들어가 오늘 숙박지에 도달할 수 있겠으나.. 희균님의 오늘 사정을 고려 당일치기로 모드는 변경된다.. 이곳부터 도로를 타는데 몸이 여의치 않다. 삼거리에 도착하니 건너편에 매점이 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장사를 않한다.
도로를 따라 크게 우회하여 다시 마지막 업힐을 위한 고개초입에 들어서야 한다. 도로를 우회하는 길은 초반은 길고 완만한 내리막이다. 맛바람이 불어 쉬이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목이탄다. 중간 팬션에서 운영하는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 들이킨다. 작은 갈증을 달래면서 갈 수 있었다. 가스버너를 붙일 수 있는 라이터도 장만했다.
M16에 도착하면 좌회전하여 다리를 건너 업힐이 시작된다. 그다지 긴 업힐은 아니지만.. 이곳부터 M11까지는 도로업힐이 지속된다.
앞서서 희균님이 리드를 하는데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말그대로 점으로 발린다..ㅠㅠ 내 몸이 맛이 갔는지.. 페달에 힘도 실리고 몸이 축축 늘어진다.. 미련한 몸이 늦게야 알게된 사실은 뒷바퀴가 실펑크로 인해 주저앉았다는 것.. 몸의 힘이 모두 소진되고야 도로 한곁에서 바람을 채우고 갈 수 있었다.. M11에 도착했을때 다시금 몽롱한 상태가 재현된다..
아까 우리가 지나온 마지막 업힐 입구다.. 이곳을 넘어야 영동으로 다시 회귀할 수 있다.. 준비해온 부식이 부족하여 허기까지 진 상태다.. 펑크 패치를 하고 출발하는데 허기가 일시에 파도처럼 몰려온다. 분명 무언가 먹지 않으면 체력이 바닥을 찍을 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M20에 도착해도 도대체 기력이 오르지 않는다.. 우측으로 가야 한다..
업힐은 경사도를 더해가고.. 몇구비를 지나면서 물이 보이면 라면을 끌여 먹으리라 다짐한다. 다행히 계곡물은 금새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희균님도 나도 배고픔은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버너에 불을 당기고 준비해간 라면을 끓인다.. 천상의 맛이 이런 것이리라.. 라면을 먹는데 조막김치와 어우러진 그 맛이 일품중에 특품이라..
국물에 햇반을 그냥 넣어 끓이니 그대로 맛난 물밥이 되었다.. 게눈 감추든 둘은 그릇 바닥까지 핥아 먹는다.. 사진으로는 왠지 X밥의 느낌이지만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사그러지는 우리의 포스를 회복시켜주는 결정적 역할을 라면과 밥이 해 주었다.. 하지만 근육에너지는 회복되지 않았지만 고개마루까지 오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남은 힘을 몽땅 동원하여 겨우 고개마루에 도착한다. 페달 한바퀴 돌릴 힘도 남아 있지 않는 듯 싶다..ㅠㅠ 무거운 짐과 시간이 원망스럽다.
본격적인 내리막이 시작되었는데.. 콘크리트 가파른 연속 헤어핀이 계속 이어진다. 브레이크가 금새 과열되어.. 베이퍼록이 발생한다. 희균님은 멀리 가버리고 난 잔차를 급히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캘리퍼가 식을때까지 끌고 내려가니 먼저간 희균님이 걱정되었는지 거슬러 오르고 있다. 브레이크를 작동하니 다시 된다. 조심스레 다시 출발하여 도로를 따라 금새 영동까지 진출한다. 거의 내리막 일색인지라 별로 힘들이지 않고 주차장까지 회귀할 수 있었다..
희균님의 GPS에는 이동시간 6시간반 평속12키로로 찍혀 있다... 거리는 무려 80여키로.. 표고추이를 보자면 결코 평범한 길이 아닌데.. 암튼 오늘 라이딩을 표현하자면 머슴라이딩이라고 하고 싶다.. 잔차 짠밥 몇년만에 거품물고 라이딩해보긴 모처럼만이다.
나중에 떠올리면 즐거운 추억일 듯 싶은데.. 한달이 넘어서야 쓰는 지금에도 민주지산은 끔찍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ㅠㅠ
원래 돌아보려 했던 몇몇 코스마져 포함한다면.. 제대로된 체력훈련 코스로 가장 적합하지 싶다.. 혹시 랠리에 출전하실 분들은 꼬옥 100키로 코스로 당일치기 하시길 기원한다. 이곳을 주간에 가뿐히 주파하실 분이라면 280랠리 쯤은 무난하게 시간내 완주가 가능하실 것이다.
비록 거품라이딩이었지만.. 다시금 살아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된 라이딩이기도 했습니다. 같이 라이딩하며 나를 끝까지 밀어부쳐주신 김희균님께 감사의 푸념을 늘어 봅니다..ㅋㅋ 민주지산.. 랠리참가자분들께 사전답사 코스로 강추합니다.
첫댓글 잼있음다 ㅎㅎ
산을보니
숨통이 트이고
고을고을 굽이길
행복으로 달리고
힘실어
함껏 외치고싶네요
죽도록 달리자고~~~
감사 감사
와우..실감나는 사진과 설명 탱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