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로 '니체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우리말로 괜찮다, 상관없다는 뜻인데, 이 말은 다분히 러시아적인 기질, 무관심주의를 나타내는 적합한 말이다.
국가와 권력에 시달리면서도 항거할 능력도 없이 묵묵히 압제에 순종해 나가는 데서 오는 절망적인 무관심주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내와 관용은 자포자기의 무관심주의에서 보다는 오히려 종교적인 희생의 관념에서 온 것이 더 많았다.
'유로드스뜨보'(바보인 체 하는 것)이라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또하나의 러시아 민족정신의 특징을 상징한다. 즉 그리스도를 위해서 조소를 참고 거기에 대하여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구의 어느 사회학자는 러시아의 심리를 분석한 글에서 "러시아인들은 끈기있게 고통을 참고 관용적이며, 악을 행하기 보다는 오히려 악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러시아 민중의 무저항주의적인 관용성을 뒷받침하는 말이다.
소박, 겸손, 사랑의 정신은 러시아인의 본능적인 특성이다.ㅣ
이론적인 자기중심주의는 러시아인의 본성하고는 인연이 멀다. 러시아인이 가령 선을 행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나 동정, 자선의 본능에서이지, 의무감에서는 아니다. 이것은 러시아 음악이나 문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