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집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16일 오전 한 은행에서 볼 일을 보고나니 허기가 느껴지는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은행 주변 마땅한 식당을 떠올리니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칼국수 단골집이 생각났다. 칼국수 집과 계약한 유료주차장이 좁아 서둘러 갔다.
서두른 덕인가. 티켓을 주는 주차장 험상궂은 관리요원은 ‘차를 똑 바로 주차하세요!’라고 명령하듯이 큰 소리. 조금 떨어진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한 빌딩 타워주차장을 지나야한다. 나이 좀 든 주차장 관리요원이 앉았던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서며 칼국수 집에 가려면 지하 계단을 한층 내려가야 하는 데 혼자서 내려갈 수 있겠느냐며 따뜻한 한마디.
칼국수 집홀은 텅 비어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무얼 드릴까요? 며 다가서는 사람이 없다. ‘주문 받으세요’라며 불렀다. 다가선 여 종업원은 12시부터 주문을 받는다며 조금만 기다리라는 것. 시간을 보니 11시50분.
잠시 뒤 앉아있는 테이블 옆을 지나던 사람이 주춤거리며 멈추더니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나 몰라요?’ 이런 낭패스런 일이 있나. 그는 자기 가슴을 치며 내 이름을 대며 아무개가 아니냐고 물었다. 이름까지 기억한 그의 얼굴을 읽을 듯이 쳐다보니 구름 피어나듯 떠오르는 그의 성과 그가 살았다는 고장 이름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4년 선배에다. 공군 복무도 선배가 되는 그는 지금은 그 고장에 살지 않고 대전 시내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며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며 홀 안쪽으로 갔다. 선배는 1962년 공군에 입대 후보생대에서 4개월간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임관, 자대배치를 받아 간 교육대에서 처음 만났던 오 중위!
우선 수육 한 접시를 주문. 수육이 나오길 기다릴 때 또 한 사람이 식탁 옆에 멈춰서며 손부터 내밀며 ‘얼굴이 참 좋아졌다’며 악수하면서 활짝 웃음. 고등학교 4년 선배인 그는 내가 다니던 회사 사장으로 함께 근무하던 ‘*사장도 곧 들어 올 것’이라며 출입 문 쪽을 쳐다보고는 모임자리에 간다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자리에서 일어서 문 쪽을 바라볼 때 간편한 등산복 차림을 한 *사장은 일어선 모습을 보고는 팔을 들어 올리며 다가와 껴안았다. *사장과는 다니던 회사에서 퇴임할 때까지 함께 근무했던 직장 선배. *사장은 먼저 자리 잡은 고교 선배들과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 사장은 친구들 좌석으로 갔다.
이 집이 자랑하는 주문한 수육 한 접시와 이 집이 역시 자랑하는 잘 익은 열무김치가 나왔다. 상추에 수육 한 점을 넣어 싸서 먹으려할 때 한 중년 여자가 식탁 앞자리에 서며 인사. 그녀는 한 신문사 입사동기로 한 때 함께 근무하기도 했던 사람. 그녀는 서울에서 내려온 오빠가 이야기하는 칼국수를 함께 점심하러 왔다며 소개해 그녀 오빠와도 인사.
30여년 단골인 전통의 칼국수 집은 그 칼국수 맛과 그 수육 맛이 입에 밴 사람들이 점심과 저녁때만 되면 약속이나 한 듯이 몰려들어 자연스레 만나 수육과 칼국수를 즐기는 만남의 장으로 뿌리를 나날이 깊게 하여가고 있다. (2011. 8. 17.)
첫댓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느땐가 서로 맞나고 헤여지는 것이 인생사 아니겠는가.
이런 저런 사람이 다 모이는 것을 보니 그 칼국수 집은 정말 유명한 곳이군. 칼국수 집인데 수육도 판다고? 괜찮겠군.
그 칼국수 집은 명사들이 자주 찾는 곳인 듯하군...
대전 근처에는 유명 맛집이 너무 많고 지인들이 많아 가는 곳마다 반갑게 인사하며 닥아오는 사람이 많아 부럽구려. 언제 한번 그 칼국수집에 가봣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