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만경대 사건? 이번엔 배역이 바뀌었다. 민간인 교수 강정구에서 정부의 고위관료 유홍준(사진) 문화재청장으로...
제1차 만경대 사건(?)은 지난 2001년에 일어났었다. 6·15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평야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한 남측 방북단의 일원인 강정구(동국대 교수)씨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생가에 비치된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을 이룩하자'라고 적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재향군인회, 6.25참전유공자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방북단 귀환 장소인 김포공항으로 대거 몰려가 강씨와 방북단을 격렬히 비난했고, 방북단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한총련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6·15 통일대축전 남측당국대표단 일원으로 참가해 14일 저녁 북한 박봉주 내각총리가 주최한 만찬에서 북한의 6·25전쟁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를 불러 충격을 주고 있다.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 연회장에서 진행된 이날 만찬에서 유 청장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북측 김수학 보건상의 요청에 따라 테이블에서 일어나 즉석에서 북측 노래를 불렀다.
이날 유 청장은 1990년대 말 한 달 동안 문화유산 답사차 북한에 체류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북측의 시와 영화 등을 주제로 북측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유 청장이 당시 북측 안내원이 즐겨 불렀던 ‘이름 없는 영웅들’이라는 영화의 주제가를 말하자, 김 보건상이 “한번 불러 보시라”고 청했다는 것.
유 청장이 기억을 더듬으며 “남모르는 들가에/남모르게 피는 꽃/그대는 아시는가/이름 없는 꽃”이라며 1절을 부른 뒤 2절 도입부에서 기억이 흐려졌는지 노랫말을 얼버무리자 북측 대표단 중 한 명이 일어나 “거치른 들판 우에/아련히 피어나는/그대는 아시는가/이름 없는 꽃”으로 이어지는 2절을 완성했다.
북한의 예술잡지 ‘조선예술’(1980년 12월호)에 따르면 월북 미국인 찰스 젱킨스 씨가 이 영화에 칼 스미스라는 미8군 소속 방첩장교로 출연했다.
'이름없는 영웅들'은 북한의 대표적인 전쟁 첩보영화로 김정일의 지시로 1978년 만들어진 20부에 걸친 대작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6·25전쟁 중 북한 스파이들이 영국 국적의 기자와 미8군 소속 첩보원으로 활약하면서 전쟁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내용이다. 탈북자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영화가 북한에서 널리 상영됐다.
유 청장이 이 영화 노래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주사파 출신의 한 인사는 “대학 운동권 시절 북한 영화를 보기는 했지만 주로 ‘꽃파는 처녀’나 ‘피바다’ 같이 항일 성향의 영화가 대부분이었고 ‘이름없는 영웅들’처럼 민감한 주제의 영화는 보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영화계 관계자는 “북한이 80년대 이후 세계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 이 영화를 출품했기 때문에 북한 관련 연구자들도 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1998년 11월 영남대 교수 재직 중 금강산 관광을 가서 북측 안내원과 함께 '김일성장군가' '적기가'를 불러 논란을 일으킨 전력도 있다.
한편 지난달 5일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로스앤젤레스(LA)지부 김광남 회장이 평통자문위원 50여 명과 함께 북한을 방문,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궁전에 비치된 방명록에 김일성을 '위대하신 수령님'이라고 표현하고 '김 주석의 지도하에 주민들이 편안함을...'이라는 내용으로 서명한 사실이 알려져 미주지역 교포사회는 물론 남한 사회에도 큰 충격과 파문이 일으킨 바 있었다.
한편 육해공군해병대(예)대령연합회(회장 서정갑)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노 대통령은 이적행위 유홍준을 파면하라! 호국의 달에 적도(敵都)를 찾아가서 '반역의 노래'를 부른 유홍준 청장을 파면하지 않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유 청장의 돌출행동이 언론에 알려지자 문회재청 홈페이지에는 유 청장을 비난하고 욕하는 글들이 수 없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 박영석씨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 자라.."라는 6·25 때 민·관·군이 함께 불렀던 진중가요를 자유게시판에 올렸고, 황오동씨는 "어쩐지 민족정기 운운 하면서 하는짓이 이상타 싶더니 정일이 장학생이네 그려.. 그런자가 우째 국민들의 세금으로 낸 그자리에 다 앉아 있냐? 국적포기한 넘들보다 100배 더하다. 진짜로 국보급이네 그려.."라고 비아냥 거렸다.
또 주요 인터넷 언론매체에도 수천 명의 네티즌들이 유 청장을 비난하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이태현(lth9950)씨는 "김정일이 그렇게도 좋으냐? 노래부르기 전에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어가는 현실을 보라. 배불리 먹고 나니 노래가 나오더냐? 너 자체가 인간 문화재이다."라고 비난했고, 조주형씨는 "이런 쪽제비 같는X. 그나이에 노래 한곡 외어부르기 힘들건데 어찌 그 가사를 외었던고? 애국가 4절까지 외우기나 하는지 모르겠군/ 어젠 방북단 중에 알만한 지식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 운운하지 않나 완전히 얼이 빠진 놈들이군....나무 벨 때부터 소갈머리를 알았다만 한심한 x들.." 말했다.
이승지씨는 "인천공항에 와서도 한번 불러라.. 사람은 한결같아야 하는법.. 거기서 불렀으니 여기서 못부를 이유는 없을것이다.. 국회 가서도 한번 부르고.. 청와대 가서도 한번 부르고.. ", 아이디 hch4873 는 "평상시 늘 부르던 노래들이니...그 어려운 자리에서도 쉽사리 불러졌다는게지? 북쪽 놈이 내려와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하고 노래부른 것 하고 똑같지 않냐? 그러면.. 그놈 북에 가면 총살당하지 않을까?"고 비난했다.
아이디 orbit303sak 는 "아무리 남북 교류가 중요하다지만 공직자로서 해야될 일이 있고 하지말어야할 일이 있거늘 정부를 대표한 사람으로서 좀 지나친감이있다. 그렇게 사고의 분별력이 없는 자가 어떻게 기관의 장이되었을까?"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