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만들어지는 16개 보(洑) 가운데 가장 먼저 가동을 시작한 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의 금남보. 수문이 없는 고정보 사이에 설치된 가동보의 전도식 수문을 서서히 앞으로 기울이며 열어 하얀 포말과 함께 강물을 쏟아냈다.
며칠간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 다음인 8월 19일 금남보를 찾았을 때는 고정보 위쪽 수면에 일고 있는 흰 물결로 그 위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금강살리기 사업 행복지구 제1공구에 속한 금남보는 강을 가로지르는 3백48미터 길이의 보에 고정보(총 1백25미터)를 기둥 삼아 가동보(총 2백23미터)가 번갈아 섞여 있는 형식으로 시공됐다.
각각 61~81미터에 이르는 금남보의 가동보 3곳 중 먼저 완공된 가동보 2곳의 전도식 수문은 집중호우가 내린 뒤 보 위쪽 수위 상승을 막기 위해 최대한 앞으로 기울여 열려 있기에 수면 위쪽으로 물결도 일지 않았다. 가동보 수문으로 전날 밤 대청댐에서 초당 5백 톤씩 방류하며 늘어난 강물이 빠져 나가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금남보 남쪽 강변에서 보면 금남보가 끝나는 북쪽 강변 너머로 한창 건설 중인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공사장이 선명하게 보이는 이 지역은 세종시에 속하게 될 수변공간이 조성될 곳이기도 하다. 금남보 위쪽 강 양편에는 5, 6톤급 요트 24척이 정박 가능한, 수위에 따라 높이가 조절되는 선착장 4곳과 역사공원, 모래강변 등이 들어서게 된다.
행복지구 제1공구 박장환 감리단장은 “오늘 금남보 수위는 평소보다 1미터50센티미터 이상 상승해 금남보의 제 모습을 보긴 어렵지만, 이는 ‘침수’가 아니라 물이 불어난 홍수기에 생기는 당연한 잠김 현상”이라며 “열린 수문을 통해 충분히 강물을 내보내고 있어 금남보 위쪽 생태하천이 물에 잠기는 일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에 만들어지는 3개 보 가운데 가장 상류에 위치한 금남보 위쪽은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지역이다. 크고 작은 하중도(河中島)에 갯버들, 갈대 등 친수식물과 텃새인 백로, 오리 등이 살고 있는 생태하천 조성사업지여서 이곳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금남보의 높이는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낮게(4미터) 설계돼 관리수위를 1.5미터로 설정하고 있다.
행복지구 제2공구인 생태하천 조성사업지에는 앞으로 세종시 하수처리장에서 연기천을 거쳐 미호천으로 흘러드는 2차 처리수를 정화시켜주는 인공습지와 봄내공원, 합강공원, 한나래공원, 봉기리 한글공원 등 환경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공원들이 조성된다.
금남보를 포함한 행복지구 제1공구는 8월 초 현재 가동보 2곳 완공을 비롯해 48퍼센트의 공정을 끝냈다. 보 구간의 강폭은 1백10미터에서 4백50미터로 늘었으며 제1공구의 준설 목표(3백12만 톤) 중 약 70퍼센트가 완료돼 초당 30톤이 흐르는데 그쳤던 이 구역의 금강 수량이 준설 이후 초당 1백33톤 수준으로 늘었다.
준설 덕분에 수해도 방지되고 있다. 8월 7일 연기군 일대에 하루 55밀리미터에 이르는 장대비가 내렸고, 한국수자원공사가 금남보 일대 수위가 11.4미터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금남보 수위는 10.6미터까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준설로 얻는 수해방지 효과는 금남보에만 머물지 않는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지금까지의 4대강 준설작업 이후 하천 단면 형상을 측량해 분석한 결과 7월 말 현재까지 전체 준설량의 26퍼센트(1억3천8백만 세제곱미터) 준설에 따라 1백 년 빈도의 홍수량에 대해 최대 1.7미터까지 홍수위가 저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8월 16일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일각에서 ‘우기 시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수해가 발생할 것’이란 막연한 우려가 제기돼왔으나 금남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준설로 강바닥이 낮아져 장마와 제4호 태풍 ‘뎬무’를 맞아서도 별다른 홍수나 수해 피해 없이 지나갔다.
금남보 위쪽으로 아직 준설이 진행 중인 구역에는 준설한 흙에서 흘러나온 탁한 물이 곧바로 금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침사지(흙탕물을 장시간 머물게 하는 곳)와 오염방지막이 지그재그 형태로 배치돼 임시수로를 만들고 있었다. 느린 속도로 임시수로를 거친 흙탕물은 맑은 모습을 되찾아 금강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공사 중 오염방지 예방책이 효과를 거두고 준설로 강물의 양이 많아지면서 과거 대청댐에서 흐르는 맑은 본류(1급수)가 미호천(7급수)과 섞이면서 4급수에 머물던 이곳 수질은 최근 3급수 수준으로 맑아졌다.
이곳에서 준설한 흙을 넘겨받아 모래를 선별 판매한 연기군은 지금까지 31억원의 판매 순수익을 올렸다. 4대강살리기 사업이 지방자치단체 살림에 직접 보탬이 되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사람이 물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었던 기존의 각진 콘크리트 제방과 다른 금남보 인근의 친수형 제방과 둔치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곳 제방은 높이가 1, 폭이 5의 비율로 만들어진 완만한 경사의 제방으로, 콘크리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갈대, 잔디, 초화류 등 씨앗을 담아둔 생태매트만을 깔아두었다. 옥수수 녹말로 만든 생태매트는 제방과 둔치에서 3년간 형태를 유지하면서 토양을 보호해 씨앗이 발아해 자라게 하고, 또 환삼덩굴 같은 생명력 강한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한 다음 3~5년 사이 서서히 부패해 흙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매트다.
이곳에서 남은 공사는 가동보 한 곳과 보의 한쪽 끝에 설치되는 소수력발전소(2천3백10킬로와트 규모), 토목 공정을 마친 제방 및 둔치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 편의시설 설치, 조경 등이다. 지금 공정 진행 속도대로라면 내년 6월 말까지는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제1공구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기대다.
갯버들이 우거진 하중도와 강물에 자연스레 이어지는 친수형 제방이 만들어내는 강변 풍경이 마치 유럽의 어느 강변처럼 보이는 금남보와 주변 금강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연기군 지역 금강 하천변 둔치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 1백여 명이 만든 하천부지생계위원회 임성묵(47·남면 양화리) 총무는 “처음에는 환경파괴 걱정도 된 데다 무엇보다 4대강살리기 사업 때문에 평생 농사를 짓던 하천변에서 쫓겨난다 싶어 반대를 했으나 막상 강변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4대강살리기가 환경을 완전히 파괴하는 사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말했다.
생계 터전을 잃는다는 생각에 이웃 주민들과 대책모임을 만들고 경운기를 몰고 와 현장 입구를 막기도 했다는 임 총무는 “금강살리기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보니 4대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는 아니어도 많이 해소됐다”며 “우리 지역 주민들은 친환경 공사를 하겠다는 정부와 시공사의 약속을 믿고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지금도 지역주민들이 이곳 현장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지만 강 살리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