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석양을 받은 경산
왼 쪽 산 아래가 내가 사는 신매동이고 오른 쪽 산이 성암산이다
여기서 살방살방 놀며 가면 1시간 여면 하산한다
3. 숲을 빠저나오기까지
그런데 하산길 20여분을 남겨두고 이변이 일어났다
조금전까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던 태양의 붉은 기운도 사라지고 머리 위에는 욱어진 나뭇잎이 검은 터널을 만들었고 어느때부터인가 산길에는 인적이 끊어지고 교교한 달빛은 간간이 머리위 숲 사이로 나와 발아래 풀잎을 하얗게 비쳐주었다
달 빛이 희다는 옛말을 실감하면서 밝았다 어두었다 하는 산길을 내려간다
중턱에 내려왔을 즈음 높이 약 2미터 정도의 경사진 길에 로프를 달아 놓은 곳이 있다
어두운 곳이므로 로프를 사용하기 싫어 약 6미터 정도를 둘러가는 길을 택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3미터 정도를 간 다음, 우로 꺽어들면 될 것을 정면으로 길이 나 있어 그대로 직진했다. 이제 산 아래까지 얼마 남지 안았으니 어디로 간들 같을 거겠지 하면서.....
그러나 사정은 달랐다
거의 다 내려왔을 법한 시간인데도 길은 좌로 꾸불 우로 꾸불거리고 낙옆이 켜켜히 쌓여있어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없었다
산은 거의 다 내려왔을 높이이고, 나무가지 사이로 아파트의 불빛도 보이고 고속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도 지척에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길이 뚝 끊켜 없어져 버렸다
수성구청에서 나무들을 간벌하고 정리해 두지 않아 이리저리 나둥그러져 있는 나무등걸을 타넘고 가시덤불을 해쳐가며 나아가니 발 밑은 돌부리 계곡도 있고 미끄러운 도랑도 있었다.
바람 한점 없는 숲 속에는 달빛만 교교하고 벌체한 곳에는 그새 무릅만큼 자란 풀잎이 달빛을 받아 길처럼 나를 속였다.
그 곳을 길인 줄 알고 따라들었다가 돌아나오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10여분이면 나갈 듯 한 거리의 숲속에서 거의 2시간여를 해매었다
목이 마르다.
배도 곺으다.
다리에 힘도 풀린다
칡넝쿨과 가시덤불이 무슨 괘기영화에서 처럼 정말 두 발을 휘감을 때도 있었다
구조를 요청하려고 핸드폰을 꺼내니 밧테리가 나갔다
잰장
땀은 비오듯 하는데 간단하게 생각하고 작업복 차림으로 오른 탓에 손수건 하나 준비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쓰고간 모자는 양 옆이 그믈로 되어 있어 천쪼가리가 얼마되지 아니한다
그래도 모자를 손수건 삼아 땀을 훌터내며 헤메다가 문득 유산 배창묵의 조난일화가 생각났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능선으로 올라가라"
말이야 쉽지 ......
다 내려온 곳에서 다시 능선으로 오르라니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목마르고 배곺은데 능선으로 다시올라가?
맞는 말이지만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여기서 죽기는 싫어서인지 계산된 생각이 아니라 거의 본능적으로 내려가는 길을 포기하고 그렇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옆으로 능선으로 붙는 절충안을 택했다.
가시덤불을 해치고 약 10분을 올라가니 부자간인 듯한 무덤 두기가 아래위로 나란히 누워있었다
지난해 벌초를 깨끝이 한 탓인지 잔디만 무상하게 곱게 자랐다
무덤 앞에 서서 숨을 고르며 방향과 거리를 가늠해 보니 도로까지의 거리는 아까보다 다소 멀어졌다
무덤 오른쪽 앞으로 풀이 갈라진 틈이 보이므로 벌초길인 듯하여 들어갔더니 키를 넘는 풀이 더 이상 길을 내 주지 않았다
되돌아와서 두 무덤의 주인에게 중얼거렸다
초면에 미안하지만 길 좀 안내 해 주소, 내 여기서 죽은 들 그대들과 친구할 것 아니잖소.
이번에는 무덤 옆 중간 지점에 갈라진 풀숲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비스틈한 언덕이 나타나고 그 언덕의 가시덤불을 해치고 올랐더니 매양 다니던 등산길이 나타났다.
아! 이제야 살았다.
산속의 두 혼령은 뉘신지 모르지만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머리속은 계산으로 바쁘다
평소의 걸음으로는 10여분이면 산을 빠저나갈 것이나 이 정도 속도면 20분은 넘어야 될거야
거기서 목욕탕까지는 300미터? 아니면 500미터?
목욕부터 해야지
산자락이 끝나는 지점에서 앞을 내다보니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분주하고 그 건너편 아파트에는 불빛이 휘황하다
여기서 숨 좀 고르자
앉아서 숨을 고르며 다친데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카메라를 꺼냈다
이 무슨 청승인지 모르겠다
일어 설때 목욕탕부터 가기로 했는데
100여미터를 걷다가 생각을 바꿧다
식당을 찾아 목부터 추기자
음식점 까지는 가까운 줄 알았는데 막상 걸어보니 산 밑의 오솔길을 지나 못뚝을 거쳐 500 미터가 넘었고 느낌은 1000미터도 더 되는 듯하다
상점 안 불빛은 휘황하나 늦은 시간이라 손님 하나 없고, 주인은 낮에 사용했던 식기를 싯으며 그날의 장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초췌한 몰골로 들어서면서 맥주 한병을 달라고 하니 몹씨 귀찮아 하는 눈치다
괘심한.....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9시이다
그렇담 20분거리를 2시간을 헤멨단 말이 된다
속으로는 왕건이 물 마시듯 천천히 천천히를 외치며
실제로는 맹물 들이키듯 들이켜지는데 그놈의 가스가 가슴을 칵 막는다
맥주맛도 모르겠고 다만 차갑다는 느낌 분이었다
그제야 정신이 좀 들어 목욕탕으로 되갈까 생각하다가
다리가 천근인지라 집에가서 하자고 마음을 고쳐 먹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넓은 주차장에는 방범등 불빛 아래 마을 아낙네 2-3명이 빠른걸음으로 맴돌고 있다
그녀들
지들 끼리만 오래도 살라고 하네 와 남자들은 없노
조금전까지의 위기를 다 잊고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한심하단 생각을 하며 차에 오르며
산 !.
산을 경외하라.
첫댓글 산은 가능한 둘이가 함께 가야하고 혼자 가드라도 아는 길로 가야하며, 반드시 몇시경에 돌아 온다고 집사람(내자)에게 알려주고 가야한다. 큰 경험 하셨어요. 겨울 싸인 눈길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야간에 혼자 산행을 하다니 너무 무모 했네요 그것도 70노인이.....앞으로는 위험한 일 자처 마세요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