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에 씌운 장미 화관 꽃마다 바친 기도서 유래
불교에 염주가 있듯이 천주교에는 '묵주(默珠)'가 있습니다. 묵주는 라틴어로 Rosarium, 영어로는 Rosary라고 합니다. 묵주 한 알을 굴리며 성모송 또는 주님의 기도를 한 번 바칩니다. 성모송 10번과 주님의 기도 1번이 묵주기도 1단(端)입니다.
묵주에는 작은 십자가가 달려 있고, 그 위로 묵주알 다섯 개가 이어져 있습니다. 묵주알 수는 모두 59개입니다. 묵주알은 나무ㆍ유리ㆍ수정ㆍ나무열매ㆍ은ㆍ금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듭니다만 요즘엔 주로 플라스틱이나 구슬로 만들지요. 반지로 만든 묵주반지와 팔찌 모양의 묵주팔찌도 있습니다. 묵주는 모양이 목걸이와 비슷하지만, 목에 거는 것은 올바른 사용방법이 아닙니다.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한 것은 예수님이 교회를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대교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교인들에게는 자신을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쓰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신자들이 콜로세움에 끌려가 사자밥이 되던 그리스도교 박해 시절, 순교를 앞둔 신자 머리에 장미꽃 관을 씌웠는데 박해를 피해 살아남은 신자들이 순교자 시신을 몰래 거둬 그들이 썼던 장미꽃 관을 한데 모아놓고 꽃송이마다 기도를 한 가지씩 바쳤다고 합니다. 한편 이집트 사막에서 지내던 은수자(隱修者)들은 매일 구약성경 '시편'을 50~150편을 외었는데, 기도 숫자를 쉽게 세기 위해 돌멩이를 줄에 엮은 것이 묵주기도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2세기에 와서는 삼종기도 보급과 함께 성모 마리아 신심도 깊어져 주님의 기도 일색이던 묵주기도가 성모송 50번을 바치는 식으로 변화됐고, 13세기에는 영광송도 삽입됐습니다. 16세기 교회 분열을 틈타 이슬람교도가 로마를 침공했는데 당시 교황 비오 5세(재위 1566~1572)가 그리스도교 국가 왕들과 연합군을 편성,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바치며 전쟁에 나가 1571년 10월 7일 레판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이날을 묵주기도 축일로 제정했다고 합니다.
19세기에 들어와서는 묵주기도 보급이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1858년 프랑스 루르드에서 성모님이 베르나데트(1844~1879)에게 나타나 직접 묵주기도를 가르쳐 주시는 등 여러 차례 발현하셨기 때문입니다.
묵주기도는 환희ㆍ고통ㆍ영광ㆍ빛 등 네 가지 신비를 통해 예수님 강생과 고통, 죽음, 부활과 승천, 성모님 생애를 묵상하게 이끌어줍니다. 특히 2002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추가한 '빛의 신비'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활을 더욱 깊이 묵상하도록 해줍니다. 가정을 위한 기도이자 평화를 위한 기도인 묵주기도를 온 가족이 함께 바치면 큰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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