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울 드는 그때
유진
전생을 보고 오는 길이라는 여자의 멍 자국에
잠시 진달래가 피었다.
.
짙은 화장으로 표백된 여자의 멍이 내 오후를 두 번이나 가로챈 뒤로
벌거숭이 산기슭에 우람한 느티나무를 찾았다던 여자가
크게 깨쳤다는 고승과, 갑옷에 긴 칼을 찬 우람한 무사와, 초롱꽃 같은
여선생을 데리고 와서는 수백 년을 거슬러 되사는 그때
나는
문이 없는 여자의 집, 진회색커튼의 골바람을 열었다.
.
절임당한 아이가 영어학원에서 종이접기를 하고 있을 때도
요양병원 침대에 팔다리 묶인 노모의 링거액이 줄어들 때도
암수 한 몸인 민달팽이 점액 끈적거리는 저울대위에서 여자의 남편과
여자의 남자가 시소를 타고 있을 때도
음습한 여자의 집 우둘투둘한 바닥엔
바퀴 없는 세발자전거가 지그재그 사선을 그어가며
바퀴자국을 내고 있었다.
.
내 오후가 세 번째 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그때
비늘 돋친 멍울의 지문을 팍팍 문지르고 있는 그때
ㅡ「우리詩」2015년 6월호
첫댓글 유진 님 글 잘 감상 했습니다.
여러번 읽어 봐도 알수 없은 여러가지 문구에 자꾸 눈이 가군요.
바퀴 없는 세발자전거가 지그재그 사선을 그어가며 어떻게 바퀴자국을 내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나오는 지 여러번 읽어 봐도 잘 잡히지 않군요.
내 오후가 세 번째 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그때에서
세 번째 구멍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무튼 멍이 든 여자분의 마음 잘 잡히지 않아요.
약간이나마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렵게 써서 우선 죄송하군요.
사랑과 불륜을 혼동하며, 불륜 중에 있는 한 여자가 제 시간과 가슴에 세번이나 구멍을 냈거든요.
여자와, 여자의 남편, 여자의 남자가 굴리는 세발 자전거는 바퀴가 없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불륜으로 인해 지그재그로 흔들리고 무너지는 가정의 질서와 정신적 황폐, 갈등을 적어본 것인데
너무 어렵게 써 졌나봅니다. ㅎ,
네, 이제 잡히고 시어들의 의미가 짝이 맞추어 집니다.
잔잔하면서 어지러운 인간관계의 다양한 군상을 포착 하셨군요.
세 번이나 나신 구멍이 관계의 회복을 위한 창으로서 승하되어
멍든 마음이 치유 되시기 바랍니다.
세바퀴가 굴러가는 것을 달관하는게 삶이라고 할수도 있으니, 우리의 인생이 결국에는 하나의 바퀴만 남을수도 있으니 그게 인생이니 어쩌겠습니까? 그게 삶의 일부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