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 경영학부
학번 : 4631046
이름 : 이주영
내가 제일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는 수업으로 꼽고 있는 영상예술의 이해 수업에서 드디어 첫 번
째 레포트가 주어졌다. 바로 대구에서 열리는 단편 영화제를 보고 감상문을 써올 것!!
부담은 약간 되었지만 내심 기대가 되었다. 나는 친구랑 같이 목요일 4시 상영을 보기로 하였다.
영화제라고 해서 극장 앞에 큰 포스터가 붙어 있고 사람도 많이 보러 올 것 이라는 상상을 하면
서 발길을 옮겼다. 영화제가 열리는 곳은 동성아트홀 이라는 곳이었다. 처음 들어본 극장이었
다. 위치는 동아 백화점 근처라고 했는데 솔직히 동아 백화점도 어딘지 잘 몰랐다. 시내 지리에
깜깜한 내 자신이 정말 답답하였지만, 다행이 내 친구가 같이 동행해줘서 무사히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여러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극장은 올라가는 계단이 매우 비좁았다. 간신히 3층에 도착
을 해서 표 2장을 끊고 대기실로 보이는 소파에 가서 앉아 기다렸다. 흡연 구역도 따로 있어 극
장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담배를 물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근심어린 표정을 읽을 수 있
었다.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보았다. 드디어 시계가 4시를 가리키
자 가방을 주섬주섬 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중간에서 좀 뒤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
다. 드디어 뒤에서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많이 없는 탓에 약간 썰렁한 분위기
에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내가 지금 쓸 영화는 <시선> 이라는 영화이다. 제목에서 왠지 모를 음산함이 녹아 있는 것 같다.
어지러운 방 중간에 한 남자가 너부러진 짐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가에
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서있고 가운데는 길이 나있는 그러한 그림의 액자를 들고 벽에다 걸 채비
를 하였다. 액자를 걸고 다른 것을 하려는 순간 액자가 그만 못이 빠지면서 떨어져 버렸다. 다행
이도 액자가 깨지지 않았다. 남자는 그것을 다시 달려고 벽을 보니깐 한 1cm 정도 지름의 구멍
이 나 있었다. 사람의 심리가 무슨 구멍 같은 게 있으면 엿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 남자 역
시 그랬다. 한쪽 눈으로 구멍 안을 들여다보니 한 아리따운 여자가 보였다. 그 여자는 무언가에
취해 있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근데 그것을 엿보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이
상야릇한 상상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하여튼 남자들
이란 별수 없는 것 같다. 그 후로 남자는 종종 구멍을 통해 옆집을 엿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
느 날 남자는 열심히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집에서 비명소리와 무언가를 깨트리
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남자의 눈은 다시 작은 구멍으로 들어갔다. 남자가
엿보는 광경은 너무나 끔찍하였다. 아름답기만 하던 여자가 어떤 남자를 무참히 살해를 하는 것
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누군가 자기를 엿보고 있는 것을 아는 듯 작은 구멍으로 째려보는 것
이었다. 순간 남자는 흠칫 놀라면서 벽에서 물러섰다. 그 후로 남자는 공황에 빠진 듯 멍한 표정
을 지었다. 하긴 그런 끔찍한 상황을 목격했으니 당연하다. 남자는 잠시 눈을 붙였다. 이윽고 아
침이 되자 밑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침대에서 깨어나서 창문을 통해 밖을 보
았다. 응급차가 와서 누군가를 실어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려 가는 환자는 바로 구멍으로만
몰래 엿보던 그 여자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황급히 응급차고 실려 가는 것이었
을까? 그러다 잠시 화면이 액자 쪽으로 움직이더니 점점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무
언가가 튀어 나올 것만 같은 극도의 긴장감이 나를 엄습하였다. 화면은 액자를 통과해서 옆집 내
부를 찬찬히 보여 주었다. 큰 액자가 보였는데 그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바로 급하게 응급차
로 실려 갔던 그 여자였다. 액자에서 그녀는 우리를 향해 해맑게 웃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그러
다가 잠시 화면은 밑으로 내려갔다. 휠체어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옆에는 부서져서 나동그라진 첼
로가 보였다. 그랬다. 그녀는 사고로 인해서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첼로로 승화시키려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
해보니 다 저마다 상징이 있었다. 남자가 몰래 엿보았던 구멍은 일반 사람들이 장애인을 쳐다보
는 안 좋은 시선들과 편견이었다. 남자는 작은 구멍으로 보이는 것이 마치 전부인 냥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분신 이었을 첼로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받는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하려는 그런 치료제 역할을 한 것이었다. 몸이 불편해서 밖에도 잘 못 나가고 집에만 있으
면 답답했던 그녀는 첼로를 연주함으로써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였던 것이다.
지금 아테네에서는 장애인올림픽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그전까지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지
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뉴스를 통해서도 메달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기쁘다. 몸
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자신과의 한계를 이겨내는 모습들이 진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그들
의 몸은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보통 사람들보다 강인한 정신력과 승부욕으로 가
득 차 있는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금메달 보다 더 값진 그 무언가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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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부산상영작 ㅡ <시선>
1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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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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