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기 ② MAUI - 라하이나의 밤
또 마우이섬의 라하이나 이야기입니다. 마우이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글에서 언급했구요.
저는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참 많이 찍습니다. 풍경이건 인물이건.. 건물도 많이 찍고,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찍습니다. 제가 찍은 대부분의 사진들은 '일상적인' 느낌의 사진들입니다. 저는 그런것이 매력적입니다. 가급적이면 '일상적인 삶'을 느끼려고 애씁니다. 가령 일본에 가면 일본인들만 가는곳에 가고 싶어 합니다. 만화가게라던지, 식당도 아주 작은 동네 식당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제가 외국에 가면 '한국인'들과 거의 마주치지 않습니다.
여행 루트나, 호텔이나 교통편을 모두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패키지'나 '코스투어'를 하게 되면, 더 편하고 많은것을 볼 수 있어서 때로 장점이 있긴 합니다만, 좀 아쉬워도 하나씩 부딪쳐 나가는 여행을 하는것이 제 스타일입니다. 하와이도 그랬습니다. A-Z까지 제손을 거치지 않은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쉬울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희안하게 '주요한 코스'를 알게 모르게 다 거치게 됩니다. 의도치 않게 말입니다.
라하이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이 나중에 알고보니 '가이드북'에도 나와있는 아주 유명한 식당이더라는 거지요. 이곳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음. 지금 책을 좀 뒤져봤더니 그곳의 이름은 '이오'라는 곳입니다 .주소는 505 Front St. 이렇게 나와있구요. '바다를 보면서 특선 요리와 마티니를..'이라고 적혀있는데, 책을 못 보고 가서, 엉뚱한것을 시켜 먹었지 뭡니까.
미국에서는 가장 힘들었던 것이 '메뉴'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영어로 '채소'이름을 잘 모르지 않습니까. 고작 알아야 '시금치(Spinach)'정도랄까요. 뭐 양배추 따위도 압니다만, 가령 상추라던지, 가지라던지.. 뭐 이런건 잘 모른단 말이죠. 그래서 아무리 메뉴를 봐도 뭔지 모를때가 많습니다. 또 생선이름도 잘 모르구요. 좀 흔한 생선이 Mackerel(고등어), Salmon(연어) 정도인데, 자주 듣던것도 한국이름과 연결시키기 어려울때가 많죠. 가령 우리가 피자 먹을때 먹는 '엔쵸비' 같은게 겨우 '멸치'였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셨던건가요.
후훗. 나만 몰랐던게죠. 여튼 저는 한참동안 메뉴를 보다가 mussles(홍합)과 어떤 생선 스테이크가 들어간 스프 같은것을 시켰습니다. 제 머리속에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나오고 나니 완전 딴판의 요리였습니다만.. 미국에 가서 계속 그런식으로 헤맸습니다. 그 외에 샐러드 같은 것을 시켰구요. 기본적으로 미국에는 어떤 식당이든 '빵'을 정말 장난 아니게 다양하고 많이 줘서.. 게다가 계속 줘서 맘에 들더군요. 물론 저는 빵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풍성'하다고 느껴지니까요.
이런게 나왔습니다. 하하하. 전혀 생각했던것이랑 틀렸지만, 맛은 있었습니다. 조금 짰던거 같기도 하구요. 각종 해물과 생선살로 만든 스튜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그릴'류의 뭔가가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고 시켰습니다. 무식한것이 죄지요.
루다가 '참새'같은 놈들에게 빵을 던져 줬습니다. 너무 잘 받아 먹더군요. 루다가 너무 신기해 하면서 손짓하며 '오.오.오.'라고 소리쳤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귀여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봐 주시더군요.
이곳에는 선셋(Sunset)이 정말 '죽여'줬는데요. 오후 6시가 지나니까 뮤지션이 와서 기타를 치며 운치를 한껏 돋우어 주저군요. 루다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습니다. 해가 서서히 떨어지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분주하게 사진기를 챙겨 순간 순간을 포착하더군요. 늘 느끼는 거지만, 선셋은 너무 멋집니다. 태양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쉬러 들어가는거지요. 저는 많은것을 느낍니다. 그 느낀것을 여기 풀면 너무 길어지니. 여튼 많이 느낍니다. 잠시 감상하시지죠.
어느 TV 광고를 보면 세상 '아빠'들이 사진에 없는 이유를 참으로 아름답게 그리두만요. 가족을 위한 헌신 같은.. 하하하. 저도 그 말이 뭔지 느낍니다만, 요즘은 사실 '피곤'이 얼굴에 누적 되어서 그런지 사진을 찍어도 20대때 처럼 싱싱하게 안나옵니다. 뭔가 수심이 가득한 ㅋㅋ. 그게 얼굴에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찍히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루다'랑 찍은 사진이 잘 없습니다. 게다가 달랑 3식구인데도 함께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잘 안되더군요. 제 사진기는 꽤 묵직하고 커서, 외국인들에게 찍어달라고 설명하기가 '약간' 복잡하기도 하고, 늘 찍고 나면 핀트가 나간 사진들이더군요. 그래서 와이프와 서로 루다를 번갈아 안아가며 찍곤 합니다. 와이프도 사진기에 익숙치 않아 초점을 저 멀리 보내버리죠.
식사를 하고 나왔더니 날이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옛 항구도시의 아취(雅趣)를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는 풍경이네요. 오렌지색 불빛과 1960년대 미국을 연상시키는 단층으로 연결된 거리. 한적한 거리를 여유롭게 거니는 사람들. 검게 변한 바다. 늘어선 야자수들.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하와이 입니다.
반얀트리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습니다. 라하이나. 매력적인 거리예요. 길게 늘어선 상점들. 별로 살것도 없고 마음에 드는 상품도 없었지만, 풍경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첫댓글 음식 맛있어 보이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