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올렸던 '친구들에게.고함'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터줏대감이신 단골가게 사장님 덕분에 득템한 대왕한치를 갑판장은 그저 어떻게 먹어줄 것인가만 고민하면 됩니다. 누구와 먹을 것인가는 자연스레 정해질테니 말입니다.

한 마리는 회를 떴습니다.
워낙 크고 실한 놈이라 몸통은 오징어회를 썰듯이 얇게 채를 치는 것보단 두께를 살려 생선회를 썰듯 한입 크기로 길죽하게 썰었습니다.
날개는 얇게 채를 쳤구요.
한치의 살집이 야들하지만 칼을 먹여 더 연하게 씹히게 했습니다.
이래하면 칼을 먹여놓은 길을 따라 간장이 스며들어 먹기 편합니다.
요것은 당직을 서던 푸른군이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와서 대구처럼 마구 먹고 갔습니다.
하도 잘 먹기에 더 줄까 했더니만 냉큼 더 달라더군요.
그래서 갑판장은 한치회를 먹다말고 회를 더 썰어야 했습니다.
대왕한치 한 마리분의 몸통 중 2/3는 푸른군이랑 해치웠고, 나머지 1/3은 마눌과 딸내미에게 제공을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푸짐하니 갑판장네 가족이 먹기에 딱이더군요.
오징어회나 산낙지회를 잘 먹는 딸아이는 넓적하게 썰어놓은 한치회를 보고는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만 한 점을 먹어보더니 이내 폭풍흡입모드로 변신했습니다.
생선회라면 주로 광어나 도미 같은 흰살생선류를 선호하는 마눌도 한 점 맛보더니만 입안에서 쫀득하면서도 야들한 것이 모찌같다며 재밌어 했습니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얼음에 재어서 상경을 한 대왕한치라 갑판장이 손질을 하려고 도마에 올려놓으니 날개를 실룩거려 갑판장을 몹시 기쁘게 했습니다.
수족관에서 억지로 생명줄을 연장해 가며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았던 것보단 이런 것을 오히려 더 후하게 치는 갑판장입니다.
오전에 깔끔하게 손질을 한 후에 강구막회의 회냉장고에서 숙성과정을 거친 것이라 깊은 단맛이 도드라집니다.

다음 날 낮에 대왕한치에 돼지목살과 양파를 더해 주물럭볶음을 하여 강구막회 식구들의 밥상에 올렸습니다.
역시나 단골가게 사장님의 말씀마따나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입니다.
요래 해놓으니 한치의 몸통도 맛나지만 짧고 도톰한 다리가 낙지볶음마냥 연해서 오히려 먼저 골라 먹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혹시나 해서 주물럭 양념을 한 것을 남겨두었는데 그날 밤에는 특별히 갑판장을 찾아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뭐 다 지들 팔자인게지요.
그런데도 꼭 나중에 와서 뒷북을 치는 이들이 있어 갑판장을 괴롭게 합니다.
까짓 냉동실에 놓아 두었다가 뒷북 칠 이들에게도 맛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들 역시 그런 맛을 원하지는 않을테고 갑판장 역시 부러 찾아 온 이들에게 그런 요리를 제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챙겨 먹으면 그만인게지요.
진짜 맛은 억지로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레 (때 맞춰)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이 갑판장의 생각입니다.
<늘 甲이고픈, 그래서 갑판장人>
첫댓글 허허,,,,,,,,,,,,,
홍홍홍~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3.11.19 11:45
제 단골집은 막횟집 위주로 도매만 합니다. 영덕회식당, 영일만 등 소문난 막회집들이 다 단골입니다.
일반소비자가 다닐 집은 아닙니다. 도움이 못 되 죄송합니다.
말미잘에서 대구로 등업되었네요.
말미잘이 대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