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유적지를 둘러보며
임병식 rbs1144@daum.net
일전에 경남 고성에 있는 공룡발자국 유적지를 답사하며 문득 김소월의 시 <부모>를 생각했다. 거기에 보면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라는 시구가 있는데, 눈앞에 펼쳐진 수억 년 전의 공룡발자국이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시인은 그 시에서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해 하지만 나는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공룡 발자국을 보고서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놀라기만 했다.
나는 바닷가로 내려서기 전 먼저 산 정상에 조성해 놓은 공룡박물관부터 구경했다. 거기에는 입구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공룡 발자국을 탁본해서 배열해 두고 있었다. 이끄는데로 전시관에 도착하니 집채만 한 크기의 초식공룡 아르겐티노사우루스 형상이 먼저 안내를 했다. 그 크기에 대번에 압도당했다. 이렇게 큰 생명체가 있었단 말인가.
목이 어찌나 긴지 터놓은 2층 공간까지 뻗어 나와 있었다. 공룡은 우선 풀을 먹는 초식류와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동물로 나누는데 그 종류만도 228종에 이른단다.
이것들은 2억3천만 년에서 6천 5백만 년 전까지 활동을 했는데 그 시기는 쥐라기에서 백악기에 걸친 시기라고 한다. 말이 2억 3천만 년이지 얼마나 까마득한 것인가. 그것도 1억5천만년 동안 지구에서 터전삼아 살아왔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에 비해 인류는 형태를 갖추고 존재하기나 했던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불과 100여 년 전, 화가 폴 고갱은 1887년 대표작이면서 문제작인 대작 한 점을 남겼다. 제목이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였다. 그는 마지막 자살을 결심하면서 유언으로 그 그림을 그렸는데, 한 달간 밤낮으로 강행군을 했다고 한다.
그가 이 그림을 남겼을 때 인류 중에 그 대답을 내놓은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현대과학의 힘으로 그 해답을 밝혀냈다.
그 사람은 바로 미국의 물리학자 한스 베테라. 그는 1938년 별 내부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변화하는 핵융합과정에서 별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최초로 구명하였다. 그 업적으로 그는 나중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 이전 인류는 수 천 년 동안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비로소 “ 어디에서 왔는가”를 알게 된 것이다. 그 근원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일까. 46억년 전에 생겨난 지구에 32억년전 산소가 생성되고 박테리아가 생겨나면서 100여만 종의 동물이 서식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 사람과에 속하는 고릴라 속, 침팬지 속, 사람 속의 1종이 두 다리로 걷는 ‘호모사피엔스 종’.
사람이 두 다리로 걷게 된 것은 획기적이다. 뒷다리만으로 직립보행이 가능하게 됨으로서 앞발을 자유로이 움직이며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고기를 익혀먹는 바람에 충분한 단백질 공급과 추위를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로 자연스레 뇌 용량이 커지고 다른 동물과의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니 얼마나 대단한 진화인가.
공룡이 멸종한 것은 운석의 충돌설이 지배적이다. 지구폭풍을 일으켜 햇빛이 차단된 바람에 기온이 급강하하여 절명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사체들이 일시에 묻힌 게 오늘날에 검은 보석으로 알려진 기름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얼마나 많은 공룡이 대단위로 묻혀 있기에 지금까지 파도파도 계속 나오는 것일까.
공룡은 일시에 전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는 형질이 보존되어 새와 악어, 거북과 타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중 내가 보기에 코모도나 도마뱀이 유전적으로 가장 많이 형질이 전해지고 있지 않나 각한다. 형상 자체도 육식공룡인 수각류를 많이 빼어 닮아 있기 때문이다.
공룡공원의 주 관람객은 어린이들이었다. 아이들은 공룡을 형상화 해 놓은 미끄럼틀과 입을 벌린 티라노사우르스 입속에 들어가 놀고 있었다.
성인들도 공룡에 대해서는 신기해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공룡시대에 인류는 아직 별에서 떨어져 나온 원소의 입자에 불과했지만 인연이 닿아서일까. 아무튼 인간의 출현 이전에 앞서서 세상을 지배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기원을 통상 200만년으로 본다. 그것도 현생인류의 출현은 기껏 5만년이다. 그런 기준으로 볼 때 공룡이 활동한 시기는 얼마나 아득한 것인가.
그런데 나는 눈앞에 펼쳐진 공룡의 형상물과 찍혀있는 발자국을 보면서 신비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 있음으로 이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마냥 감회에 젖는다. 먼 별에서 떨어져 나온 유성에서 어머니의 몸을 거쳐서 지금 전설을 접하는 마음에 경이로운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 (2024)
첫댓글 별에서 온 존재가 마주한 경이로움 이르겐티노사우르스 형상은 2억3천만년이나 되는데 그런 공룡의 형상물과 발자국을 보면서 참으로 無我地境에 빠지셨겠습니다.
6천 5백만 전 까지 살았다고 하니 신비의 도가니입니다. 100만종의 동물 가운데 발자국을 남긴 동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驚異의 瞬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연환경 파괴로 이 지구도 또 언제 開闢할지 모르는 危機에 살고 있는 昨今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곳 잘 다녀오셨습니다.^^♥
모처럼 문학기행에 따라나서 좋은 구경을 했습니다. 고성 공룡박물관은 규모도 크고 잘 꾸며놓았더군요.
진기한 경험을 하셨군요 파충류가 그렇게 거대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공룡시대를 그려보면서 인류의 기원을 생각해 봅니다 역시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서 번민하게 되지요
공룡은 늘 어린이들의 관심의 대상이지만 성인들도 공룡생각을 하면 가슴이 뜁니다.
고성공룡박물관은 규모가 대단하여 놀랐습니다.
그것을 일단 본 후에 현장에 찍힌 공룡발자국을 보게 되어 있는데, 조금전에 본 기억때문인지
신비감이 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