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호주에 있을 때 딱 한 번 와인파티라는 것을 가 보았습니다.
호기심이 지금보다는 무척 왕성한 때라서 도대체 얘네들의 와인 파티 라는것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욕구의 강도가 분별력을 날려 버렸지요.
넒은 홀을 와인잔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그에 비례한 뻘줌함은 어찌도 그리 끔찍하던지...
저를 에스콧한 아이는 그 가운데 지인들이 있는지라 이런 저런 짧막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생면부지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순수 100%의 꼽사리에겐
한시라도 빨리 빠져 나오고만 싶은 자리었습니다.
딸 아이가 졸업생 파티가 있는데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와인파티라고 했을 때 솔직히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한 순간 제 안에 있던 뻔뻔세포가 다시금 강한 생명력을 띠고
예전의 기억을 싹 밀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딸에게 물어본 것은 고작 "다른 애들도 엄마를 데리고 가는
아이가 있을까?"였습니다.
"그건 가봐야겠지. 그런데 여기 애들 다 자기들끼리 끼리 끼리잖아.
아마 많이 뻘줌할거야. 그래도 같이 가!"
에들레이드 시내에 있는 와이너리 센터 갤러리에 마련된 졸업생 파티장에
들어서는 순간 예전의 기억이 살짝꿍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제 옆에 천군만마와도 같은 제 딸이 옆에 있었습니다.
와인파티였지만 다양한 음료와 간단한 음식이 서빙되고 삼삼 오오 끼리끼리
모여서 담소를 나누더군요.
다행히 눈치껏 샴페인잔을 집어 들고 안쪽으로 들어서니 한 구석에
남미계로 보이는 저처럼 오지랍 넓은 어머니가 한 분 딸하고 앉아 있었지요.
동지를 만났다는 생각에 조금 있다가 가서 말이라도 붙여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성적우수자 시상식이 끝나자 마자 조용히 사라져 버렸더군요.
역시 끼리 끼리였습니다.
딸의 클라스 메이트들이 와서 제게 인사를 하는데 모두 아시안 백 그라운드계
학생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시드니 의대로 편입해 간다는 아프리카계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베트남과 파키스탄계통이었습니다.
백인아이들은 제 근처에도 오지 않더군요.
그러면 어떠랴, 딸아이가 이리 저리 다니면서 친구들, 교수님들과 이야기 하는
사이 전면 유리 바깥으로 펼쳐지는 경치를 구경하면서 상념에 잠겼지요.
지난 3년의 세월이 슬라이드쇼가 되어 지나가고 나름대로 호주 사회에 잘 적응하는
딸 아이를 보면서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백옥같은 피부에 빨간 머리를 가진 과 친구하나가 무려 7개의 상을 휩쓰는 것을
김병만의 별난세상 시청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딸 아이는 그다지 주눅이
들어보이지도 않더군요. 잠시 제게 와서 "엄마, 내가 저 가운데 하나라도
받지 못해서 좀 서운하지 않아?"하고 사회적 멘트를 해 주길래 저도 몹시
쿨하게 "아니~"했지만 정말, 정말이지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입학 초기의 갈등과 우여곡절을 딛고 일어서서 제 코스에 졸업을 하고
게다가 내년에 우등학사 프로그램에 선발이 되었는데 제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참으로 오랜만에 자랑질 좀 해봤습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올만입니다....
글을 보니..전혀 다른 분인 느낌은?
모진 세월이 흐른게지요... 어, 근데 저 살 무지하게 찐 거 시드 니에서도 보여요?
오우~~축하드려요~^^ 따님께서 발레리아님을 무척 사랑하나봅니다...그런 느낌이 들어요..^^
넵, 우린 서로 몹시 사랑하는 사입니다.
우등학사 프로그램 선발을 축하드립니다
^*^ 때 맞추어 이민법에 약간의 개정이 있어서 우등학사 출신들은 졸업후 3년의 취업비자가 주어져요.
한 숨 고를수 가 있어서 다소 여유가 생겼어요
아지 아무것도 해결이 된게 없는 것이네요 ㅠㅠ
ㄱ
음,,,,원하시는데로 된것 맞죠? 기억이 가물가물. 암튼, 오랫만에 발레리아님 덕분에 에들레이드 불이 반짝반짝 했네요. 한국은 추울텐데 감기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