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꽤 오래 캠핑을 다니다보니 이제 아주 특별한 여행계획이 아니고서는
즉흥적으로 움직일 때가 있다.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로, 산속에 박혀 있고 싶으면 산으로 향하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차에는 기초 장비들이 실려 있고, 차는 기름만 채워주면 가줄 것이고,
먹을 거 간단하게 쿨러에 채워넣으면 자연은 언제든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이가 오래 전부터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다가 안면도로 향한다.
집에서 출발하면 1시간 30여 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다.
언제부터인지 여름 바다에 가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새벽에 출발해서 밤 늦게 돌아오는 당일 코스.
바닷가에 타프 하나 덜렁 쳐놓고, 평소에는 잘 안 먹는 삼겹살 한 번 구워먹고,
쓰러질 만큼 물놀이를 하고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여름 휴가 얻어서 일 년에 한 번 밖에 나오는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며칠 푹 놀다가는 게 맞겠지만,
사시사철 밖에서 떠도는 우리 같은 종자들에게 여름은
늘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계절이 아니던가.
아침을 달려 다다른 바다는 여전하다.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찾아와도 좋다고 얘기하는 듯한 바다의 품은 넓다.
이제, 하루만 신세를 지고 가면 된다.
바다, 바다.....
2.
여름 바다에 올 때는 늘 같은 버전입니다.
미니 타프, 사이드테이블, 그리고 잠깐의 휴식을 위한 야전침대 하나.
물놀이 하는데 더 필요한 게 있겠습니까...
휴가 끝무렵이라 바닷가가 한적합니다.
갈매기들도 심심한지 날아올랐다가, 모래밭을 걷다가 한가롭네요.
니들 마음이 내 마음이다... 싶습니다.
사람 사는 거 늘 거기서 거기고, 연애하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요.
남자는 여자를 물에 빠뜨리고 박장대소를 해야 하고,
여자는 주저앉아 살짝 삐진듯한 미소를 날려주는 전통적인 씬입니다.
거기서 거기는 인류의 역사와 맞먹지만, 이래서 당사자들에게는 거기서 거기가 아닌 것이지요...^^
아예 더 새벽에 오면 물 빠진 바다에서 조개를 많이 잡을 수 있나 봅니다.
아침 나절 물이 들어오니 조개잡이는 포기, 그냥 물놀이나 실컷 하고 가야겠습니다.
사람들은 다 지혜가 있습니다.
바닷바람에 모래가 날려 먹을 것에 죄다 모래가 들어가는데,
어떤 캐빈 텐트를 친 분이 사각타프를 저렇게 해서 막아 놓았습니다.
삼봉해수욕장에서는 바다에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치는 것이 좋겠더군요.
몇 년 전에는 주로 가족형 캠핑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결혼하지 않은 연인들이 캠핑하는 모습을 꽤 눈에 띕니다.
집 가까운 개천에서는 일본브랜드 풀셋을 구비해 나온 연인도 있더군요.
이렇든 저렇든 보기 좋은 건 보기 좋은 겁니다.... 내 청춘은 어디로....^^
오후 들어 안내 방송이 바빠졌습니다.
너울이 높아져 위험해질 거라고 합니다.
실제로 철수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보트 위에 앉아 높은 파도에 밀려 다니는 맛은 캐러비언 베이가 명함도 못내밀 정도입니다.
바다에 와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이번 만큼 컸던 적도 없는 것 같네요.
높은 파도 때문에 모두 철수....
짐을 싸도 될 시간이라는 얘기네요.
안녕하세요, 3학년 김담입니다. 제 얼굴 안 까먹으셨죠? ㅎㅎ
짐을 싣는 동안 담맘이 담이를 데리고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합니다.
워낙 싸온 짐이 없으니 후다닥 때려넣고 저녁 뭐 먹을지 회의 시작...
다음에는 지인과 백패킹으로 올까 생각중입니다.
안내판에는 기지포에서 삼봉 해변까지 산책로,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기지포에서 꽃지까지 바닷길을 걷고, 마을과 항구를 지나는 코스를 한 번 짜볼까 싶네요.
해변에서 큰 길로 나오면 간장게장, 우럭매운탕 전문점이 있습니다.
자, 다 같이 드시죠....^^
첫댓글 담이 오랜만에 보는구만.
많이 컸구만..여름에 함보는줄알고 기둘렸더만....^^
추석때 올라오면 얼굴 함 보세나...^&^
그려... 추석 연휴때 남양주 근처에서 한 2박 정도 캠핑할까 생각중야...^^
왠지 어두운 후기 인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멀까여?
ㅎㅎㅎ 맘속에 솔캠에 대한 갈망을 표현것 같네요.
그렇게 어둡게 느껴지셨나요? ㅎㅎ
트래킹 하면서 캠핑도 즐기는 가족 캠핑을 생각한 겁니다.
기왕이면 서너 집 정도 같이 걸어볼까 계획중이구요....^^
내 인생은 어디에?...... 다 거기서 거기지만 세상을 보는 생각과 마음은 다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단순하게 보는 생의 승자와 폐자도 한 인생이었을 따름......인생의 끝을 보는 회한같은 것이 생길때 당신의 옆에는 당신이 세상에 만들어 놓은 다음세대가 세상을 보며 꿈을 꿉니다. 그게 인생인 것이죠.
우리 진지모드 샤이안님... 오랫만이네... 점점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어지누만.... 추석 연휴 남양주 근처에 있음 얼굴이나 보세....^^
간장게장이....쩝 먹고파 ^^
만물님 드시면 되지요... 그 동네에 간장게장 파는 데 없어요? ㅎㅎ
역시 담이님 후기에는 뭔가 있습니다. 담이도 많이 컸구요. 캠장에서 뵙고 녹차를 한잔 올려야 되는데..ㅎㅎ
여하튼 내가 번개 한 번 침세.... 캠장 아자씨랑 상의 좀 해가지구서.... 부르면 내려올 거지? ^^
뭔가 깊이가 있는 후기 같군요 ^^*
간장게장 한번 가서 먹어 봐야 되겠네요 ^^*
원래 이곳에서 유명한 게 젓국이니 그걸 먹어보세요....
먹는 거보다 해변길이 그만이니 윤수 데리고 쭉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겠어요...^^
여름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해수욕장이 한산하네요. 물론 날씨탓도 있겠지만서도...
횟집 수족관에 전어가 그득한 걸 보니 가을이 시나브로 오고 있네요.
흐미 간장게장~~~
집안에 깨소금을 만들려면 전어는 꼭 먹어줘야겠지요?
집 나간 며느리는 올해는 꼭 돌아오려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