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비인과적 연기 : 우연의 인연(2)
비인과적 연기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언명과 동일한 표현이 우리 사회에서도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tvN 2019.12~2020.2)에서 윤세리(손예진 분)가 리정혁(현빈 분)에게 인도 속담이라며 했던 말입니다. 이 말은 인도 영화 ‘런치 박스’(2013)에 나온 대사로도 제법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불교와 인도철학의 영향을 받은 쇼펜하우어의 언명이든 인도 속담이든, 비인과적 연기에 관한 표현은 그 배경에 인도문화가 아련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비인과적 연기를 인도불교나 초기불교보다는 북방불교의 전통으로 보는 시각은 재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방불교와 북방불교를 떠나 우리 삶의 현상을 해석하고 생활해 나감에 있어서 비인과적 연기에 관한 이해는 불가결한 것입니다.
[보충]
* 윤세리가 한 이 말은, 김민식 피디의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2019.5)의 에필로그에 먼저 쓰인 바 있습니다.
* 홍창성 교수는 비인과적 연기를 북방불교의 입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남전불교와는 달리 북방 대승전통에서는 연기를 단순히 인과관계뿐 아니라 (…) 비인과적 관계로까지 확대해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 불광출판사, 2019, 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