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시간(霎時間)과 순식간(瞬息間) ◑
지진 후 밀려오는 무시무시한 쓰나미로 삽시간에 인근 마을이 초토화되는 모습을 보았고 홍수나 댐 붕괴로 도시나 마을이 삽시간에 쑥대밭이 되는 것도 보았지요 인간은 자연 앞에 얼마나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라는것도 확인했어요
“지나가는 비에 마음을 다 적시고/ 길을 잃은 사슴처럼 울고 있어요/ 피하지도 못하게 갑자기 와서/ 당신은 떠나갔어요/… 당신은 지나가는 비.”
‘지나가는 비’라는 노래 가사이지요 사랑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가 여우비처럼 홀연 사라졌다 하네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여우비'란 맑은 날 잠깐 내리는 비를 말함이지요 민간 설화에서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여우가 호랑이에게 시집을 가자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린 것에 빗대어 '여우비'라고 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비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나 소낙비 장대비는 우악스럽게 쏫아 지는 비이고 흔히 잔잔히 내리는 비를 ‘이슬비’, ‘가랑비’, ‘보슬비’로 구분하지요 ‘이슬비’는 아주 가늘게 오는 비인데 가랑비보다 가는 비를 뜻하고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뜻하는데 이슬비보다는 좀 굵은 비이며 ‘보슬비’는 바람이 없는날 조용히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뜻함이지요
‘삽시간(霎時間)’은 짧은 동안을 이르는 말인데 ‘삽(霎 : 雨 밑에 妾)은 ‘지나가는 비’를 뜻하는 글자이지요 잠시, 잠깐이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있어요 그러니 삽시간은 ‘지나가는 비가 잠깐 내리는 동안’이라는 말이지요 눈 한번 깜박하고 숨 한번 쉬는 동안이라는 뜻의 순식간(瞬息間), 눈 깜짝할 사이인 순간(瞬間), 약 75분의 1초라는 찰나(刹那) 등이 삽시간과 견줄수 있는 말들이지요.
글자대로 풀면 삽시간이 순식간보다 좀 긴 동안을 이르는 말인데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다’ ‘삽시간에 악화된 여론’ ‘명예를 잃는 건 한순간이다’ ‘배고팠는지 녀석은 순식간에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처럼 시간의 길이를 고려해보면 어감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본처 말고 데리고 사는 여자를 첩(妾)이라 하는데 이 첩(妾)자가 삽(霎 : 雨 밑에 妾)자에 붙어 지나가는 비 그러니까 잠깐이라는 뜻의 글자로 쓰인다는 게 묘한 여운을 주고 있어요
다시말해 삽시간(霎時間)은 삽시(霎時)에서 삽(霎)은 가랑비또는 이슬비를 말하는데 그냥 비오는 소리를 본뜬 말이기도 하지요 빗방울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시간이 삽시(霎時)이고 그 사이가 삽시간(霎時間)이지요
그런데 별안간(瞥眼間)에서 별(瞥)은 언뜻 스쳐 지나듯 보는 것이지요 별안(瞥眼)은 한번 눈길을 돌려 홀깃 바라보는 것이고 별안간(瞥眼間)은 눈 한번 돌릴 사이의 짧은 시간을 말함이지요 '갑자기' 또는 '난데없이'와 같은 뜻으로 쓰일때도 있어요
또 찰나(刹那)라는 말도 있지요 찰나는 순식간이나 별안간 보다 더 짧은 시간을 의미 하지요 산스크리스트어 크사나(ksana)를 한자로 옮긴 것이지요 찰나는 고대 인디아에서 쓰이던 가장 작은 시간 단위를 나타내는 말인데 찰나는 75분의 1초(약 0.013초)에 해당하는 극히 짧은 시간을 의미하고 있어요
또 순간(瞬間) 또는 순식간(瞬息間)이란 말도 있는데 눈을 한번 깜빡 하거나 숨을 한번 쉴만한 아주 짧은 동안을 말함이지요 그런데 수유(須臾), 순식(瞬息), 탄지(彈指), 찰나(刹那)는 불교의 나라 인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숫자 이름인데 순식(瞬息)은 "눈 깜빡할 사이"이고 탄지(彈指)는 "손가락을 튀기는 동안"이며 찰나(刹那)는 "명주실을 당겨 칼로 자르는 순간"이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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