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번째 이야기. <한숨과 걱정으로(?) 완성된 정원>
남편과 함께한 세월도 어느 덧 반백년.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는 평화로운 잉꼬부부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도 알게 모르게
사고치는 남편 때문에 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철렁하니 사는 게 전쟁 같은 날도 있었다.
처음 펜션을 짓고 남편은 정원을 꾸민다는 명목으로 고액의 소나무와 각종 거목을 사들이고
비싼 장비를 밥 먹듯 부르는데...이건 매일매일 돈 나가는 소리에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나에게 나무란 늘 산이나 길에서 공짜로 감상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거기에 생각보다 많은 돈을 투자해야한다니, 솔직히 처음엔 이해가 안 갔던 것도 사실이다.
하루는 남편이 싱글벙글하고 있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시골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며
마을 정리를 하는 곳에서 감나무를 단돈 2만원! 아주 저렴한 가격에 득템했다는 게 아닌가.
웬일로 저렴한 가격에 샀다 안심하고 있었는데 나무를 옮기는데 드는 장비 값이
25만 원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
그렇게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을 때 마다 나무 값에 장비 값에,
인건비까지 몇 십 만원에서 몇 백만 원이 우습게 들다보니,
정원이 예쁘게 채워질수록 기분이 좋아야하는데 웬걸 속이 문드러지기 십상이었고,
고이 모셔온(?) 나무가 죽기라도 하면, 헛돈 쓴 것 같아 속이 쓰린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실제로 거금을 들여서 구입한 소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양조장에 가서 막걸리를 몇 말씩 사다가 붓고,
평소 나도 못 맞는 링거를 맞히고 영양을 잔뜩 주면서 정성을 들였는데도...
야속하게 누런빛을 띄며 죽어 가는 소나무를 보니 너무 속상해서 하루 종일
우울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마당에 포크레인과 트럭이 들어온다.
이번엔 또 뭔가 봤더니... 열 명이 앉고도 남을 만한 크기의 커다란 바위였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200만 원짜리 바위라고 하는데...
아무리 크고 멋지다고는 하지만 바위 하나에 .... 저 돈을 투자하다니..
서민의 작은 가슴으로는 이해하기도 불가한 일을 덜컥 저지르니 속병이 날 지경이었다.
통장 거덜 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게다가 커다란 바위가 마당을 떡~! 차지하고 있으니,
어찌나 답답한지, 비싼 애물단지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몇 년이 지난 뒤 농장하는 친구에게 제발 본전에라도 팔아달라고 부탁들 했더니,
며칠 안돼서 사람을 데려왔다.
바위를 실어가고 그 자리에 잔디를 심고 소나무를 옮겨 심으니
잔디 마당이 부잣집 정원 같은 느낌이 들면서 이제야 뭔가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흡족해하던 어느 날, 한 친구랑 통화하던 중에 마당 바위를 팔았다는 얘기를 하니,
친구가 깜짝 놀라더니!!
“집에 들어온 큰 돌은 밖으로 내보내면 우환이 온다는데 왜 팔았노!”
라고 하는 게 아닌가.
평소에 그런 미신은 믿지도 않을뿐더러,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바위를 처분했다는 사실에
만족했기 때문에 친구의 말을 그냥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런데 얼마 후, 운명의 장난인지 우연인 건지, 남편이 대상 포진에, 중증근무력증이라는
희귀병까지 걸려 정말 집에 우환이 찾아왔다.
전국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니다 보니 마당 바위 판 돈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다.
바위를 팔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게 우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 곁을 떠난 그 바위는 지금은 제천 공설운동장에 새마을의 날 제정 기념비로
멋지게 변신하며 출세를 했다.
가끔 지날 때 보면 우리 마당에 있던 바위인데.... 하며 감회가 새롭다.
(역시 각자 어울리는 자리가 있나 보다 ㅋㅋ)
어쨌든 그렇게 10년 이상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피톤치드가 쏟아지는 숲속의 집이 완성되었다.
처음에는 나의 좁은 소견으로 무조건 반대하고 돈을 투자하는 게 그리 싫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남편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 제주에서 온 손님에게
“좋은 곳에서 오셨네요~” 라고 했더니,
예쁜 정원에 계곡도 있고, 제주도만큼 우리집이 좋다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펜션이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
역시 남편이 투자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며
남편 덕분에 울창한 숲속 정원을 가지게 된 것 같아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