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교육학과 주가빈
저는 합리모델을 정말 선호합니다. 앞으로 발생할 일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웠을 때 저는 안정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공부할 때는 단 하루도 플래너와 떨어져 본 적이 없었고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는 몇 주 전부터 미리 숙소, 놀거리, 여행 일정, 먹을 음식에 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런데 지난 여름에 이러한 제 생각을 뒤엎는 바다 여행이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여름을 맞이하여 놀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아빠께서는 “바다는 어때?”라며 말을 시작하셨습니다. 엄마와 동생은 모두 동의하는 눈치였고 저도 좋다고 생각해서 떠나기로 합니다. 그러고 나서 간단하게 여벌 옷 몇 벌과 고기와 간식거리만 들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여행이 목적지가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집이 인천에 있으니 서해가 가깝지 않겠냐며 무작정 서쪽으로 차를 운전하시던 아빠의 모습을 보고 저는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빠께 “그래도 어디로 갈지 검색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여쭤봤는데 아빠께서는 “그냥 가다 보면 될 거야.”라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이렇게 도착한 어딘지도 모르는 서해의 바다는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더러웠고 바다에서 노는 사람이 저희 가족밖에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검색이라도 하고 왔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아빠께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기를 구우셨고 저는 ‘일단 모르겠다 먹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배를 채우고 나서 멍하니 있었는데 갈매기와 고양이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몇 번 가까이 왔다가 멀리 나는 것을 반복하더니 갈매기 한 마리가 소고기 한 점을 먹고 달아났습니다. 눈치가 좋은 갈매기인가 봅니다. 저는 갈매기가 귀여워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바닷가를 걸었는데 바위에 삿갓 조개가 바글바글했습니다. 그래서 한번 잡아보려고 했는데 삿갓 조개는 저보다 힘이 쎄서 떼어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방심했을 때 기습 공격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개가 한가득 쌓였고 점심으로 조개 라면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아빠께서는 저와 동생이 물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해로 가자고 하셨고 그렇게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드디어 물놀이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득 안고 설레었습니다. 동해 바닷가의 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창문을 열고 달렸는데 파도가 크게 치면서 차 안까지 이슬비 내리듯 바닷물이 내렸습니다. 저는 ‘이렇게 먼데도 물이 날아오다니..’라며 즐겼고 다른 가족들도 신기해했었습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괜찮은 민박집을 찾았고 바다에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신나게 짐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영복을 집에 두고 와버린 것입니다. 저는 ‘수영복이 없어도 그냥 긴 팔 겉옷을 두르고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고 동생과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빠께서는 다리 근처에 가서 낚시하셨는데 성대라는 알록달록한 물고기를 잡아 오셨습니다. 저는 물고기를 구경하면서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 저녁이 될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녁으로 성대를 구워 먹고 라면을 먹다가 문득 불꽃놀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슈퍼에 들어가 불꽃놀이 세트 하나를 구매했고 아름답고 낭만적인 밤을 보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대충 간식을 먹고 짐을 챙겨 나왔는데 민박집 뒤에 케이블카를 봤습니다. 그래서 다른 가족들에게 저거 한번 타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는데 모두 동의해서 가봤습니다. 그래서 케이블카에 탑승했는데 벽과 바닥이 투명해서 사방이 다 보여 경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음 바다 여행은 배를 타기로 약속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 사진은 저희 가족의 바다 여행 사진입니다 >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느낀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직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니 실망할 때도 있었고 새롭고 즐거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감정들이 오히려 저에게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의 저는 계획을 세우면 상황이 틀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직관적으로 행동하니 미리 정해진 것이 없어서 그런지 제가 무엇을 하더라도 그 상황 자체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제가 수영복을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과거의 제 실수를 자책하기만 했다면 정말 힘든 여행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다 보니 스트레스받지 않았고 오히려 더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을 쌓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에게 직관은 행복에 가까워지는 비결이 되었습니다. 제가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멀리서 행복을 찾는 학생들에게 저의 직관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행복하게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관은 나의 행동을 제한하던 것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선물해주고 이는 소박한 행복을 얻게 합니다.
한편, 저는 예전에 혁신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학생들의 창의력은 어떻게 키우는 것인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떠올리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육 방법 수업과 바다 여행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은 직관 경험을 통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는 학생들이 직관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대략 말하자면 교사가 한 가지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모둠을 만들어 주제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구상한 교육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직관 경험을 이끌어 학생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바다사진 잘 보았습니다. 저는 내년에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울 때 혼자 바다나 경치 좋은 곳을 가서 일년 계획을 세웁니다. 약간 영감을 얻기 위해서 그런다고 해야할까요. 바다 사진을 보니 이번에는 바다로 가서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직관 경험 중 여행 경험을 떠올렸는데, 직관적으로 행동한 것이 행복감을 주었다는 말에 정말 공감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모든 일을 다 행복하고자 하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일을 할 때 될까 안 될까 생각하는 것도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 였는데, 직관적 사고가 우리에게 더 행복을 준다면 굳이 합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는 생각이 듭니다.
직관적 사고를 경험하신 것을 바탕으로 교사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할 지 프로그램을 구상까지 하신 점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냥 가다보면 될꺼야' 라고 말씀하신 아버님이 음 뭐라해야할까 대단함이 느껴졌어요! 제가 학우님과 같은 상황이었어도 어디로 가는걸까 한치 의심만 가득했을 것 같은데 아버님은 뭔가 편안하고 이미 즐기시고 계신듯한 느낌인것 같았거든요 ~! 기대 없이 떠난 여행이 큰 행복을 가져와서 앞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