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산악회 연화산, 민둥산 1+1 산행 계획에 따라 천고지 산행의 하나로 '태백시 평생학습관 → 투구봉 → 비녀봉 → 태백 연화산 → 연화 샘터 → 대산하이츠빌 아파트주차장'의 4.6km, 2시간 30분 코스와 '민둥산 공영주차장 → 증산초교(등산로 입구) → 민둥산 전망대 → 민둥산 → 증산초교'의 원점 회귀 5.9km, 3시간 코스를 달릴 예정이나, 시간이 허락하면 왕복 1km의 낙동강 발원지라는 황지연못도 다녀올 생각이었다.
1
연화산(蓮花山)
높이: 1,171.6m
위치: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천의봉에서 뻗어온 산으로 해발 1,171m로 태백시 가운데 자리한 산으로 태백시가 이산을 중심으로 가락지처럼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속에 연화부수형의 명당이 있다고 하는 연당지(蓮塘池)가 있고 산의 형상이 연꽃처럼 생겨서 연화산이라 한다.
옛날엔 연화봉이라 불렀는데 근년에 와서 연화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특히, 문곡역 부근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연꽃 모습을 하고 있어 연화산이라 하며 주봉인 옥녀봉과 투구봉이 있다. 정상에서 태백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등산로 입구에 연화산 유원지, 충혼탑, 연화폭포 등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옥녀봉(玉女峯)
연화산 주봉(主峯)을 옥녀봉이라 한다. 옛날 조수(潮水)가 올라와 천지가 물바다로 되었을 때 옥녀봉에 옥녀가 피난하고 통리의 유령산(우보산), 갈미봉에 갈미를 쓴 남자가 피난하여 나중에 물이 빠진 다음 둘이 만나 세상에 사람을 퍼뜨렸다고 한다.
봉우리에 옥녀가 피난했다고 하여 옥녀봉이라 부른다. 봉우리 서쪽 기슭에 옥녀가 머리를 풀고 엎드려 있는 형상의 옥녀산발형(玉女散髮形)이라는 명당이 있다고 하며 황지연못이 물 대야에 해당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투구봉
일명 비녀봉이라 한다. 봉우리 꼭대기가 바위 절벽으로 되어 있으며 그곳에 비녀바우가 있어 비녀봉이라 한다. 바로 옥녀의 머리 뒤통수에 해당하는 곳으로 거대한 바위가 양쪽으로 튀어나와 흡사 비녀처럼 보인다.
원래는 비녀봉이었으나 성씨네가 비녀봉아래 묘를 쓰고 장군대좌형국(將軍大座形局)이라 하며 장군대좌형국의 뒷산 봉우리인 비녀봉의 바위 절벽을 장군의 투구로 보고 투구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 한국의 산하
민둥산
높이: 1,118.7m
위치: 강원도 정선군 남면
민둥산은 정상에 나무 한 그루 없는 억새 산이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주 능선 일원이 온통 억새밭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민둥산이 이렇게 억새가 많고 나무가 없는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라고 예전에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러왔기 때문이라 한다. 민둥산의 억새는 거의 한길이 넘고 매우 짙어서 길이 아닌 곳은 헤쳐나가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억새밭에 들어서면 사람 키보다 큰 억새에 파묻혀서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해발 800m에 있는 발구덕마을을 지나 남쪽 7부 능선에서 정상까지 억새가 이어지고 정상에 가까워지면 끝없는 광야처럼 보인다. 경사도가 완만하고 부드러워 가족 산행으로도 적합하고,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철도산행지이기도 하다.
억새 산행 포인트
억새 산행의 포인트는 발구덕마을에서 마을 왼쪽과 오른쪽 두 군데로 등산로가 나 있는데 왼쪽 등산로로 올라야 8부 능선 봉우리에서부터 억새를 즐기며 오를 수 있다.
억새 산행 시기
매년 10월 중순 억새 제가 개최된다. 억새꽃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초까지가 적기이다. 홀씨 떨어진 억새는 그 이후에도 볼 수 있다.
북쪽에는 화암 국민 관광지가 조성되어 있어 매년 4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동북쪽에 있는 기암괴석의 절경은 금강산의 축소판이라 하여 소금강이라 불린다.
민둥산 지하는 동양 최대로 예측하는 동굴이 있는데 병풍 같은 바위로 둘러싸인 괴병골 계곡과 발 구덕 주변 석회동굴도 유명하며 화암약수가 있다. – 한국의 산하
2025년 2월 첫번째 월요일인 3일은 197번째 천고지 산행으로 높이 1,172m의 태백 연화산을 다녀올 예정이다. 산악회 산행 계획에 보면, 코스가 4.6km에 불과하고, 초보자도 2시 30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어, 연화산에만 오르기 위해 태백까지 가는 건 본전 생각나게 하는 산행이다. 말인즉 가성비 최악이다. 해서 먹고 마시는 것도 산행의 일부라 생각하는 폐쇄산악회라면, 연화산에 오른 후, 태백에서 먹방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안내산악회는 가까운 민둥산이나, 초록봉 또는 해바라기 축제와 연계해 진행하는 게 국룰이 됐다. 연화산뿐만 아니라, 비슷한 코스의 거리를 가진 산이 거의 그래, 소위 산행에도 1+1이 유행하는 중이다. 기관이 인증하는 산은 특히 심해, 산행이 아니라 인증이 목적이라면, 1+1보다 더 가성비가 뛰어난 산행은 없을 거다.
이번에 동행하는 안내산악회의 연화산도 민둥산과 1+1로, 연화산에 오른 후 타고 온 버스로 정선으로 이동해 민둥산에 오르는,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방식의 산행이다. 해서 연화산만 오르고, 정선으로 이동 후에는 이미 오른 민둥산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산에 오르거나, 동네 구경이나 할 생각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민둥산에 오를 수도 있고. 1+1 산행이 유행하는 걸 보고, 두 산 모두 초행이면 모르나, 둘 중 안면이 있는 산이 있을 때는 초면의 산에만 오르기로, 이미 오래전에 굳힌 생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산 모두 초행이 아니라면, 본전 생각나는 산행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서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대략 다른 산악회의 50~60% 수준의 가격이라, 산 하나만 올라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승부하는 안내산악회의 상품을 기다렸다.
하지만, 가성비 좋은 산악회는 성원을 채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대기업 안내산악회에 연화산+해바라기 축제, 연화산+민둥산행을 신청했으나, 둘 다 성원 미달로 취소됐다. 대충 분위기로 봐서는 인증꾼 중 오를만한 사람은 거의 다 올라, 연화산도 조금 더 늦으면 안내산악회로도 갈 수 없을 분위기라,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라 눈에 띌 때마다 신청했다. 와중에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는 일반적인 연화산 5km 코스에 대조봉과 연계해 10km의 연화산만 달리는 계획을 공지했으나, 역시 성원 미달이다. 그러던 중 역시 미달로 취소될 듯하던 2월 3일 월요일 연화산+민둥산행이 간신히 성원을 넘겨, 1월 27일 현재 인솔 대장 포함 28석 중 18석을 채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정상 출발할 예정이다.
최근 산행에서 초봄 날씨를 느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설을 전후해 기온이 내려가고 눈까지 내려, 설경으로 유명한 국립공원이 거의 다 통제로 입산이 금지될 정도였다. 역시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태백도 다르지 않아, 와중에 강원도 영동은 일요일 오전까지 눈이 내려, 여차하면 연화산이나, 민둥산이나, 러셀하며 올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고로 주어진 시간 내 정상적으로 산행을 마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두 산과 가까운 태백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구름이 한 점 없이 맑고, 기온은 -6℃~-5℃, 바람은 6㎧~5㎧ 약간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는 -13℃~-12℃ 약간 추울 거라는 예보다. 그래봐야 기존 산행과 큰 차이가 없는 날씨라 평소와 같이 산행 준비를 한다. 물론 김밥도. 그리고 확정된 건 아니나, 민둥산행이 끝난 후 지도에서 찾은 식당에서 이슬이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2 – 1
평소 목요 산행 루틴과 같이 4시 50분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으나, 늘 그렇듯이 4시 30분경 일어나 아지트로 나와 아침 의식을 치르며 밤새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신청자는 1월 확인한 이후 한 명이 취소해, 인솔 대장 포함 17명으로 간신히 성원을 넘겼다. 와중에 내가 노리고 있던 두 자리가 비어 있던 자리를 다른 등산객이 차지하는 바람에 처음 신청했던 그 자리 그대로 산행에 참여한다. 다만 제일 뒤의 네 자리가 비어, 그 중 한 자리에 배낭을 놓아둘 예정이다. 이후 태백과 정선 중 첫 산행지인 연화산의 현지 날씨를 확인했다. 한파 특보 발효 중이고,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는 '보통'이라, 조망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예측이 안 된다. 그리고 일별 예보는 전날 확인한 태백산 산악날씨와 큰 차이가 없고, 기상 레이더 영상으로 추측해 보건대, 산행 중 갑작스러운 비나 눈을 만날 일도 없을 듯하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미리 싸 둔 배낭을 둘러메고, 앞부분이 약간 벌어져 직접 접착제로 붙인 등산화를 신고 5시 45분경 집을 나섰다.
직접 정비한 등산화를 신고 오지를 다녀봐야 제대로 수리된 건지 알 수 있겠지만, 구산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확인한 바로는 지극히 정상이다. 일단 등산화 상태에 만족하며, 5시 58분 열차를 타고, 6시 42분경 사당역에서 내려, 즉석 빵집으로 가, 김밥을 사 주머니에 넣고, 1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공영주차장으로 가서 보니, 달랑 두 대의 버스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나, 깜짝 놀랐으나, 휴일 다음이라 그런지, 원래 월요일 출발하는 버스는 두 세대에 불과한 게 정상이다. 말인즉 오늘이 월요일이란 걸 산악회 버스 대수를 보고 알았다. 어쨌든 그대로 버스에 타, 제일 뒤로 가, 배낭을 의자에 내려놓은 후 보조 가방을 꺼내고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안전띠를 채웠다. 그리고 내 자리로 가,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그런데, 춥다는 예보 때문인지, 버스 내부가 더워도 너무 더워 바람막이와 패딩을 벗어 선반에 두고,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이 안 온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태백을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었다. 물론 수시로 창밖으로 주변 산의 눈 상태를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는데, 설 전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게, 그나마 많이 알려져 인기 있는 민둥산은 몰라도, 거의 등산객이 찾지 않는 연화산은 러셀이 필요할 듯하다. 말인즉 지옥의 산행으로 예정된 소요 시간인 2시간 반 만에 마칠 수 있을 거 같지 않다. 그런데, 당연히 휴게소에 들를 거로 생각했던 버스가 제천에서 국도로 빠진다. 응? 당연히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갈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대신, 국도에서는 보기 힘든 휴게소로 들어간다. 초면의 휴게소라 차에서 내리며 정체를 파악한 결과, 울고 넘는 박달재의 여주인공 ‘금봉이’ 휴게소다. 2023년 박달재가 궁금해 달린[산행기] 천둥산 정확히는 시랑산이 멀지 않다는 얘기다. 박달재 산행 전 코스를 파악하기 위해 지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금붕이 휴게소에서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연화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으나, 연화산이 급경사라 설을 전후해 내린 눈 때문에 위험할 수 있으니, 아이젠이 없는 사람을 절대 올라가지 말란다. 즉, 아이젠이 없는 등산객은 A 코스인 등산이 아니라, B 코스인 둘레길을 돌라는 거다. 눈에 관해서는 대장도 내 생각과 같다. 다만, 연화산이 급경사라는 건 처음 듣는 소리다. 들머리가 해발 700m~800m 위치라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이라는 기존 생각과는 반대되는 얘기다. 뭐 그러려니 하고, 대장의 설명이 끝난 후 계속 책을 보며, 가끔 창밖을 주시했다. 그런데, 민둥산 아래를 지난다. 응? 원래 태백이 정선에서 두문동재를 넘었던가? 정선에서 태백, 그 역으로 자주 다녔으면서도 주의해서 보지 않아 미처 모르던 사실이다. 그런데, 두문동재를 향해 오르는 길목에 '여기는 해발 1,000m'라는 안내문이 서 있다. 그리고 터널을 통과한 버스는 태백을 향해 계속 내려간다. 제발 그만 내려가기를 빌고, 연화산 들머리는 다시 올라갈 거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니다. 10시 46분 도착한 이번 산행 들머리인 '평생학습관'은 태백 시내에 있다!
2 – 2
우연히 들머리인 평생 학습관이 멀지 않은 곳에서 기사와 인솔 대장이 나누는 얘기가 들리는데, 눈이 많이 왔을 때는 평생학습관으로 올라갈 수가 없어, 그 아래에서 버스에서 내려 걸어갔으나, 지금은 눈이 없어, 좌회전해 올라가도 된다는 거다. 그 얘기를 듣고, 걸어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역시 기대대로 들머리는 도심이 아니라, 위로 한참 올라갈 거라는 거다. 그런데, 신호대기가 끝나고, 좌회전해 조금 올라가는 듯하더니, 평생학습관으로 완전히 기대를 저버렸다. 와중에 버스가 정차하고 일행이 하나둘 버스에서 내리는데, 학습관 직원이 뛰어와서, 여기는 주차장이 아니라면서 내린 승객도 태우고 돌아가라는 거다. 응? 이건 또 뭔 소리야? 어쨌든 사정사정해서 내리고 보니, 맞다. 남의 직장이다. 그런데, 대부분 산 아래에 있는 교육관의 주차장은 장시간 주차는 몰라도, 등산객에는 잠깐이나마 개방하지 않나? 혹시 여기는 연화산 등산과는 상관이 없는 곳인가 해서 찾아보니, 정문 입구에 ‘태백고원 900m 산소길 종합 안내도’가 있고, 건물 뒤편에는 산으로 올라가는 갑판 등산로도 있다! 그런데,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어떡하라는 거냐?
등산객이 드나드는 게 마음에 안 들면 등산로를 폐쇄하던가! 뭐 하자는 짓인지. 어쨌든 안내도와 등산로를 확인하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사라져, 늘 하듯이 먼저, 현 위치의 날씨와 고도를 확인했다. 날씨는 새벽에 확인한 것과 같다. 그리고 평생학습관의 해발 고도는 644.4m~670m로 다른 지역 웬만한 뒷산보다 높지만, 내가 기대한 800m대에 비하면 낮다. 어쨌든 해발 1,172m인 연화산과 고도차는 502m로 가볍게 생각할 산행이 아니다. 와중에 들머리가 있는 학습관 건물 뒤부터 눈이 쌓여 있어, 다들 건물 아래에 주저앉아 아이젠을 착용 중이다. 해서 나도 바람막이 주머니에 있던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1+1 산행에 굳이 배낭까지 짊어지고 갈 필요가 없을 듯해, 휴게소에 정차했을 때, 보온병이 든 물가방에 혹시나 해서 털모자를 매달고, 김밥과 아이젠은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한 짝뿐인 등산지팡이도 내 자리로 미리 가져다 놓았다. 이후 버스가 태백 시내에 진입하는 순간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롱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등산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버스가 학습관에 도착한 순간 물가방을 메고, 등산지팡이를 들고 내렸다.
이후 저만큼 앞서 올라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10시 50분경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10시 54분 '연화산 정상 2.2km' 이정표를 통과하고, 11시 1분 ‘연화정 전망대’ 갈림길에 도착했다. 왼쪽의 전망대로 가는 길은 산책로 수준이고, 오른쪽 연화산은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이다. 그리고 왼쪽은 인적이 넘치나, 오른쪽은 심설에 네발짐승과 한둘의 두발짐승의 흔적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앞서서 달리던 선두는 전부 좌회전해 전망대 방향으로 간다. 물론 내가 보지 못한 우회전한 그야말로 선두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저들은 연화산은 이미 찍어, 둘레길을 도는 가 보다!' 생각하며, 우회전해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창 올라가고 있는데, 아래에서 서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거다. 연화산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라며, 다시 돌아오라고 부르는 소리다. 그럼 우회전한 사람들은 이정표도 확인 안 했다는 건데, 오늘 산행에서 선두를 믿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다 가는 큰 낭패 볼 확률이 높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고로 오늘은 철저히 단독 산행이다.
뒤에서 따라오는 걸 확인하고, 다시 위로 향해 11시 5분 임도 사거리에 도착했다. 역시 여기도 임도는 어쩔 수 없어, 등산로는 그 임도를 가로지른다. 그리고, 힘겨운 산이기는 하지만, 동네 뒷산답게 등산로를 잘 갖추어 놓았다. 그런데, 들머리인 학습관에 들어온다고 난리 치면 어쩌라는 건가? 어쨌든 가끔 급경사도 있으나,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로 정상으로 향해, 11시 13분 '연화산 정상 1.5km' 이정표에 도착했다. 여기 또한 임도 사거리로, 거기에 있는 안내도에 의하면 등산로가 마지막으로 임도를 가로지른다. 말인즉 앞으로는 임도/둘레길을 만날 일이 없다는 거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인솔 대장이 언급한 급경사의 시작이다. 해서 등산로 중간중간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나무 사이에 밧줄을 연결한 구간이 많다. 원래 밧줄 잡고 오르내리는 걸 싫어하지만, 연화산은 설을 전후해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인 심설 구간이 많아, 밧줄을 잡지 않고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해서 오른손에는 등산지팡이, 왼손은 밧줄을 잡고 위로 올랐다. 물론 서로 바뀌는 예도 있었고. 그렇게 올라, 11시 37분 연화산 최고의 백두대간 전망대인 투구봉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鬪具峰(투구봉)이라 쓴 정상목이 전망이 가장 좋은 위치에 있고, 그걸 배경으로 조금 전 나를 추월한 일행이 인증을 찍고 있다.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에 정상목이 있으니, 인증을 찍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일행이 앞에 두고, 거기서 주변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을 상황이 아니다. 해서, 재빨리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만 남기고 눈물을 머금고 투구봉 정상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투구봉 못지않은 전망대가 또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연화산 정상을 향해 가는데, 앞에 봉우리가 가로막고, 몇 개 안 되는 인적은 그걸 우회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 봉우리가 투구봉이다. 하지만, 위치가 좋지 않아, 전망이 좋은 곳에 정상목을 세운 듯했다. 와중에 그 봉우리로 오른 하나의 인적도 있다. 해서 처음에는 당연히 인적이 많은 쪽을 따라갔다. 하지만, 봉우리를 우회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중간에서 봉우리를 향해 올라갔다. 그런데, 일행이 뒤에서 따라오며 이게 길이 맞는지 묻는다. 당시만 해도, 아래 인적이 많은 우회로로 보였던 게 정규 등산로라 생각해, '아래로!'라고 알려줬으나, 못 알아들었는지 계속 따라온다.
뭐 길이 있든 없든 길목에서 만나는 봉우리 정상에 오르는 게 산꾼의 원칙이라 그러려니 하며 갔다. 그런데, 정상 직전 정상목이 보여, 당연히 鬪具峰(투구봉)라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니다! 투구봉이 아니라, '蓮花山 簪峰 (1099)'이라 적혀 있다. 산악회 코스 계획에 있는 비녀봉으로 투구봉과는 다른 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해 한국의 산하가 살아있던 시절 산행 계획을 세우며 인용한 자료를 찾아봤다. 예상이 맞았다. 과거 무단으로 비녀봉 아래 묘를 쓰면서 이름을 투구봉으로 바꾸었으나, 후에 사정을 아는 산꾼이 진정한 정상에 '비녀봉' 정상목을 설치한 거다. 해서 한 봉우리에 두 개의 이름이 있어, 정상목도 두 개다. 그리고 사정을 잘 모르는 안내산악회는 투구봉과 비녀봉을 서로 다른 봉우리로 알고 있다. 그건 그렇고 정상에 올라서 보니, 비녀봉을 넘어 연화산 정상이 보인다. 고로 우회로라고 생각했던 길은 정규 등산로가 아니라, 선두가 길을 잘못 잡은 거로, 결국 한참을 돌아 정상으로 올라온다. 아니 그게 우회로인가?! 어쨌든 헤매지 않고, 제대로 온 거다.
비녀봉을 넘자 보이는 연화산! 그런데, 거기까지 이어지는 능선 위에는 눈이 쌓여 있다. 그냥 눈 정도가 아니라, 거의 종아리까지 오는 심설이다. 다행인 건, 앞산 산꾼의 인적이 있어, 그 인적을 밟고 가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어쨌든 인적을 따라가는데, 앞에 진정한 선두가 등산로에서 벗어나, 정비를 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지쳐, 잠깐 쉬면서 정비를 하는 듯했다. 어쨌든 그를 지나치는 순간 선두가 됐다. 해서 언제 만들어진 줄 모를 인적을 따라 심설의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쉽지 않다. 와중에 햇볕이 잘 들어 잡목이 우거진 곳은 그나마 눈이 없거나, 얕은 눈이나, 음지의 등산로는 장딴지까지 빠지는 심설이라, 걷는 게 쉽지 않아, 결국 등산로를 버리고, 잡목을 뚫고 정상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러다, 체력의 한계를 느껴 선두를, 뒤에서 따라오던 체력 좋은 산꾼에게 넘겨줬다. 이후 그의 뒤를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데, 왼쪽에 전망대로 생각되는 나지막한 암봉이 있어, 등산로에서 벗어나, 그 암봉으로 올라갔다. 맞다. 바위 전망대다. 특히 은대봉에서 태백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로 그 아래 태백의 모습도!
암봉 전망대에서 달바위봉부터, 백두대간의 모습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긴 후 올라온 길로 내려가지 않고, 암릉을 타고 가, 등산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작은 언덕을 향해 가자, 오른쪽 앞에 쌍봉의 연화산 정상이 보인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언덕을 넘어 심설을 뚫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본격적으로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왼쪽으로 다시 함백산과 태백이 보여, 동영상 촬영을 중단하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2시 8분 자연석에 '蓮花山 1172.1m'라 음각한 정상석이 있는 연화산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바위 전망대에서 백두대간을 감상하는 동안 앞서간 일행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어, 그중 한 여성 산꾼의 도움을 받아,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정상석 뒤로 난 등산로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화산 정상 반대편은 북서사면이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심설이다. 와중에 인적도 없어, 앞서가는 선두가 러셀하며 길을 만들고 있다. 그 선두의 수고에 감사하며, 뒤를 따라가는데, 그렇지 않아도 슬슬 허기가 지기 시작했던 중이라, 얼음 과자 수준의 사당역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대장이 언급한 대로, 급경사라 나무 사이를 밧줄로 연결한 안전시설이 곳곳에 있어, 그걸 잡고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그게 없는 구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솔직히 판초 우의가 있었다면 그걸 깔고 앉아서 내려가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아쉽게도 안 가져왔다. 그렇게 내려가 12시 26분 송이재(통리) 갈림길에 도착했다. 좌회전하면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대산아파트고, 직진하면 송이재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는 여기서 직진해 울창한 숲사이로 보이는 대조봉(大鳥峰)까지 달린다. 내가 원했던 게 그 산행인데, 아쉽게도 성원 미달로 연기됐다. 어쨌든 거기서 좌회전해 대산아파트로 향해, 12시 35분 대림 APT.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날머리가 ‘대산’인지 ‘대림’인지 헷갈린다. 해서 뒤에서 따라오던 여성 산꾼에게 물어봤다. 그 역시 헷갈리는 듯, 산악회 산행 계획을 확인하고, 대산이라고 알려줘, 직진했다. 그리고 12시 39분 임도 사거리에 내려섰다. 오른쪽은 송이재, 왼쪽은 산행 시작 후 바로 만났던 임도에서 본 '연화정 전망대', 직진이 날머리인 대산아파트다. 남은 거리는 0.5km로, 다 왔다. 마감인 1시 20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왕복 1km인, 과거 낙동강의 발원지라고 알려졌던 황지연못을 다녀올 충분한 시간이 있다.
동네 주민을 위한 산책로로 생각되는 잘 정비된 등산로로 직진하다가 앞에 정자 비슷한 게 보여,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도착해 보니, 연화 샘터다. 그런데, 그 옆에는 두 번이나, '부적합’을 받았으니, 음용에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물론 그걸 무시하고 플라스틱 바가지에 샘물을 받아 마셨다. 마시면 안 되는 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은 좋다. 이후 다시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2시 48분 '황지천 힐링 아트 숲길' 입구를 지나, 12시 51분 대산아파트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종료했다. 그런데, 전후좌우를 다 둘러봐도 빨간 산악회 버스가 안 보인다. 해서 혹시 여기가 들머리가 아닐 수도 있어,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그럼, 버스는? 버스야 어디에 있든 일단 황지연못을 다녀오기로 하고 등산 앱이 아니라, 지도 앱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 도심에 있어, 일단 길을 건너자, 편의점에 일행 몇이 무언가를 먹고 있고, 그 앞에 인솔 대장이 서 있다가, 나를 보자 주차할 곳이 없어, 버스는 다른 곳에 있다고 알려준다. 해서 황지연못을 다녀오겠다고 하자, 시간 내에 오라고 당부라, 물론 그러겠다고 답하고 연못을 찾아갔다.
도심을 통과해 12시 59분 황지연못에 도착해, 먼저, 표지석과 안내문을 기록으로 남긴 후 연못으로 갔다. 물론 계속 바닥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어 연못이 깨끗하다. 그리고 민물의 멸치인 버들치가 노니는 것도 보인다. 그런데, 다리 앞에 파이프를 통해 물이 솟아나는 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태백시에서 물을 공급하는 걸로 오해하기 딱 좋다. 내가 보기에는 솟아나는 물을 잘 보이게 하려고 파이프를 꽂은 듯하다. 아니, 태백시에서 공급하는 건가? 어쨌든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인솔 대장이 있는 편의점으로 앞으로 돌아가, 1시 7분에 도착했다. 마감인 1시 20분까지는 13분이 남았다. 그런데, 속속 대산아파트에 도착한 일행이 산악회 버스가 안 보이자, 버스를 찾아 다른 곳을 향한다. 그걸 길 건너편에서 지켜보고 있던 인솔 대장이 소리쳐 그들을 편의점 앞으로 부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마감이 조금 넘어 모든 일행이 도착하자. 인솔 대장이 기사에서 전화해 버스를 불렀다. 이후 2시 30분경 그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돌아가, 민둥산 입구인 증산초교 앞 공영주차장으로 향하는 거로 연화산행은 공식 종료했다.
안내산악회 1+1 산행 계획대로 먼저 연화산을 '태백시 평생학습관 → 투구봉 → 비녀봉 → 태백 연화산 → 연화 샘터 → 대산하이츠빌 아파트주차장 (→ 황지연못 왕복)'의 6.42km(산길샘) 코스를 2시간 21분 동안 달렸다. 이동 2시간 13분, 휴식 8분!
2 – 3
대산아파트에서 정선 공영주차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창밖으로 왼쪽의 백운산을 주의해서 지켜봤다. 해발 1,426m로 운탄고도에서 약간 벗어난 백운산 마천봉이 막 오른 태백 연화산과 같이 고한 도심에서 시작하는 산행이라, 혹시 들머리가 연화산처럼 해발 600m대라면 낭패라 그렇다. 국제 일보 '근교산&그 너머' 팀의 산행기를 보면, 아주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라고 했는데, 만약 연화산과 같은 환경이라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17km에 이르는 구간을 근교산 팀만 믿고 7시간을 책정하고 기차로 다녀올 생각인데, 산행기와 다르다면 큰 일이다. 그런데, 고한 자체가 해발 1,000m가 넘는 두문동재에서 한참을 내려온다는 사실이 산행을 미루어야 하나 고민하게 했다. 버스 안이라, 고한역 주변의 고도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게 아쉬울 뿐이다. 해서 2월 11일 산행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사이 버스는 정선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현재 시각 1시 56분으로 인솔 대장 공식 발표 민둥산행 마감 시각은 5시 정각이다. 산행 준비는 연화사와 같아,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어, 일단 차에서 내리자마자, 역시 현 위치의 날씨와 고도를 확인했다.
457m~487m로 연화산 들머리인 태백 평생학습관보다 200m가량 더 낮다. 고로 해발 1,119m인 민둥산 정상과는 632m의 고도차로, 연화산보다 130m를 더 올려야 한다. 해서 2시간 반인 연화산보다 30분을 더한 3시간으로 민둥산행 소요 시간을 책정했을 거다. 날씨와 고도를 확인하고 바로 주차장에서 나와, 민둥산을 향해 갔다. 오늘 민둥산행 목표는 하산주 시간 1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거로 잡아 서둘렀다. 30분의 하산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4시 20분까지 식당에 도착하는 마지노선이 있으나, 일단은 1시간으로 잡았다. 해서 주차장 한편에 있는 '민둥산 등산로 종합 안내도'로 가, 코스를 확인했다. 안내산악회 코스 계획은 인증꾼을 위해 1코스를 왕복하는 거지만, 왕복 산행을 싫어하는 인간이라, 할 수 있으면 왕복을 피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내도만 봐서는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아 산행 중 이정표를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들머리로 가, 1시 59분에 문을 통과했다. 역시 민둥산은 억새철 한철이라, 우리 일행을 빼고 주변에 등산객은 전혀 안 보인다.
그리고 2시 1분 처음 만난 이정표를 보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왼쪽은 급경사로 정상까지 2.6km, 오른쪽은 완경사로 3.3km, 0.7km의 차가 난다. 해서 안내산악회는 급경사 2.6km를 왕복하는 코스를 선택했을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 산행 경험에 의하면 급경사에 코스가 짧다고 시간까지 단축되는 예는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완경사에 조금 긴 코스가 시간 단축에 유리한 예도 있어, 완경사를 택해 우회전했다. 그리고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이정표에 매달린 플래카드에서 '빠른 길'이라는 걸 본 것도 영향을 줬다. 사실 자세히 보면 돌리네 가는 빠른 길이라는 의미지만, 당시에는 '돌리네'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2시 8분 두 번째 갈림길 이정표를 보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아래에서는 분명 왼쪽이 급경사였는데, 여기는 오른쪽이 급경사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나, 일단 오른쪽을 택했다. 나중에 민둥산 정상 직전에서 확인한 결과, 두 번째 이정표에서 정상까지 완경사 3.0km는 등산로 아니라 임도를 따라가는 거다. 그리고 실제 일행 중 몇 명은 그 임도로 갔다.
이미 2018년 화암약수에서 시작한 민둥산행[산행기]으로 알고 있던 바지만, 억새철이면 주차난에 빠지는 민둥산이라, 등산로가 훌륭하다. 그런데, 오른쪽 등산로라고 해서 우로만 가는 게 아니라, 급경사에서는 갈지(之)를 쓰며 위로 향한다. 하지만, 급경사가 끝나면 다시 완경사로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위로로 향하는 건 맞지만, 정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해서 수시로 두 앱의 등산 지도를 비교하며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는지 확인했다.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에는 없으나, e-산경표의 지도에는 분명히 있다. 물론 점선으로 표시된 거라, 비정규 등산로다. 그렇게 올라, 2시 30분경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 왼쪽에 밭이 있는 거로 봐서 안내도에서 본 밭구덕일 확률이 높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임도를 따라 3분 정도 가자, 이정표다. 우회전은 '시루봉 옛길'이란다. 해서 오른쪽에 길이 있는지 봤으나, 안 보인다. 요즘은 시루봉을 찾는 등산객이 없는지 안 보인다. 그래도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앞에 보이는 서낭당으로 생각되는 작은 건물을 향해 가는데, 눈에 반쯤 파묻힌 유기웅(遺棄熊)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유기한 게 아니라, 머릿줄을 끊고 배낭에서 탈출한 곰이다. 그걸 주워 눈을 떨어내고 보니, 머릿줄만 없을 뿐 상태는 좋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주머니가 허전한 듯해,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핸드폰이 없다. 깜짝 놀라, 주머니라는 주머니는 다 찾아왔으나, 없는 게 어디선가 흘렸다. 조금 아래에 있는 이정표를 사진 찍은 게 마지막이니, 주머니에서 탈출한 건 얼마 안 됐다. 해서 바닥을 주시하며,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가며 보니, 탈출한 곰을 잡았던 부근에 핸드폰이 있다. 아마 곰을 주머니에 넣을 때, 핸드폰이 빠진 듯했다. 어쨌든 핸드폰을 주워 눈을 털어 낸 후, 주머니에 있던 곰을 꺼내 배낭에 넣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앞에 거대한 트럭이 보이는 순간 길을 잘못 선택했다는 걸 깨달았다. 거북이 쉼터가 산 중이 아니라, 삼거리 아스팔트 포장도로변에 있다! 거기 이정표에 의하면 우회전은 능전, 좌회전이 정상으로 1.9km를 가면 된다. 그리고 그 옆 안내도에는 여기서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는 30분 코스의 등산로가 있다.
현재 시각 2시 39분, 저 등산로로 올라가면 2시간 내 민둥산 주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저 등산로가 아마, 산경표에 점선으로 표현된 걸 거다. 하지만 안내도에 있는 거로 봐서 정규 등산로다. 해서 등산로 입구를 찾기 위해 오른쪽을 주시며 갔으나, 등산로가 안 보여,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분명 산경표의 지도에도 임도가 꺾이는 위치에 점선으로 등산로를 표시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본 안내도에도 같은 위치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그런데, 거기는 밭이다. 물론 밭의 둔덕을 따라 올라가도 될 듯한데, 그곳은 아주 오래전에 산꾼이나 등산객은 다녔는지 현재는 인적이 없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임도를 따라갔다. 와중에 왼쪽으로 보이는 백두대간의 모습이 보여, 가던 길을 멈추고 그걸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1+1 산행을 싫어하는 인간인데, 백두대간을 오전에는 동쪽에서 오후에는 서쪽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건 꽤 괜찮다! 그렇게 하산주 때문에 급하지만, 할 짓은 다 하며 가자, 오른쪽에 돌담으로 둘러싼 곳이 보여, 가까이 다가갔다. 용도는 알 수 없으나, 재단이다.
그리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사거리로 왼쪽은 ‘급경사’라 했던 등산로, 오른쪽은 정상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다. 그리고 임도를 따라 계속 가면 좀 돌기는 하나, 역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당연히 좌회전해 정상을 향해 나무 계단으로 올라, 3시 정각 갑판으로 만든 민둥산 제2쉼터에 도착했다. 전망대가 아니라, 쉼터라, 나뭇가지가 시야를 방해하기는 하지만, 앞에 보이는 게 한번 도전했다가 심설 때문에 실패하고, 2018년 두 번째 시도 만에 오른 두위봉인듯해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3시 8분 민둥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2018년 처음 민둥산에 올랐을 때는 여기에 야영꾼이 텐트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야영 금지라, 텐트가 없는 듯했다. 하긴, 요원이 없으니, 금지라도 할 꾼은 하겠지만. 와중에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앞서가던 등산객이 길을 못 찾아 헤매는 바람에 내가 앞장서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 등산객이 백두대간을 배경으로 인증을 부탁해, 저기 보이는 게 함백산이라고 알려주고 함백산을 배경으로 찍어줬다. 물론 나도 그걸 파노라마로 남기며 특히, 고한과 그 뒤의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유심히 관찰했다.
유심히 살펴본바 생각보다 고한이 높다. 그리고 비록 고도차는 많이 나더라도, 스키장의 슬로프로 보건대, 능선은 아주 완만해 근교산 팀의 산행기대로 쉬운 산행일 듯해 화요일 즉 2월 11일 고한 백운산 마천봉 산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망대 뒤에 누군가 만들어 둔 '올라프'를 사진에 담은 후, 정상을 향해 올라가, 3시 10분 정상까지 0.6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났다. 목표대로 2시간 이내에 주파하려면, 600m를 5분 안에 달려야 한다. 해서 서둘러 위로 가자, 임도 사거리다. 오른쪽이 능선 주차장인 걸로 봐서, 아마 거북이 쉼터 뒤쪽에 다른 임도가 있는 듯하다. 그럼, 거기서 본 안내도의 정상까지 30분 걸리는 길은 아마 이 임도를 얘기하는 듯하다. 고로 등산로는 임도가 꺾이는 부분이 아니라, 거북이 쉼터 방향으로 조금 가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왼쪽은 들머리인 증산초교로 가는 완경사란다. 물론 임도니, 완경사겠지! 당연히 직진해 정상으로 향해 조금 올라가자, 완만한 능선으로 이루어진 민둥산 정상이 보인다. 그걸 바라보며 가는데, 저 아래 임도에서 위로 올라오는 등산객이 보인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등산로다.
임도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을 보며 계속 가, 그 갈림길에 도착하자, 이정표다. 두 방향 다 증산초교로 왼쪽은 완경사, 올라온 쪽은 급경사다. 결국 완경사는 임도라는 얘기다. 현재 시각 3시 20분 아래 전망대에서 세운 목표는 실패했다. 하지만,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앞에 보이는 정상을 향해 동영상을 찍으며 서둘러 올라갔다. 그리고 3시 24분 도착한 정상에는 사람이 전혀 없다. 과거 2018년 10월 억새철에는 정상이 등산객으로 꽉 차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 남기는 걸 포기했는데[산행기], 겨울에 찾은 민둥산은 인증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 인증 남기는 걸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물론 이런 때를 대비해 삼각대를 주머니에 넣어와, 그걸 꺼내 설치하고 인증을 남겼다. 이후 임도에서 올라온 세 여성 등산객에게 정상석을 넘겨주고 왼쪽의 전망대로 가, 정상석 뒤로 보이는 전경을 감상하고 파노라마로 남겼다. 물론 왼쪽의 두위봉과 두위지맥도 놓치지 않았다. 아마, 저 봉우리 중에는 2024년 10월에 다녀온 망경대산도 있을 거다[산행기].
주변의 전경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거로 민둥산 정상에서 해야 할 일을 다했으니, 이제는 하산주를 위해 서둘러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해서 가능하면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지 않기로 결심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앞에 보이는 절경을 지나칠 수 없어, 내려가던 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에 담았다. 특히 고한과 백운산 마천봉을! 그렇게 내려가, 3시 35분 임도 사거리를 지나, 3시 47분 두 번째 임도 사거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거기 '민둥산 등산로 안내'도 기둥에 붙어 있는 거북이 쉼터 광고를 보자, 저기서 한잔하고 내려가는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가장 싫어하는 완벽한 왕복이 된다.
해서, 애초 생각대로 하산주를 마시기로 하고, 직진하는 등산로를 선택했다. 급경사에서는 거의 뛰다시피 내려가, 3시 56분 밭구덕 갈림길에 도착했다. 거기 이정표에 의하면, 증산초교까지 남은 거리는 0.5km, 즉 500m다. 그럼 4시가 조금 지나 도착할 수 있어, 처음 목표는 실패지만, 마지노선보다는 일찍 도착할 수 있다. 해서 다시 급경사는 뛰다시피 내려가, 4시 1분 빨간 버스가 대기 중인 주차장이 보이는 곳을 지나, 4시 2분 들드리이자 날머리 문을 통과했다. 이후 눈이 없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라,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젠을 벗어 손에 들고 가, 4시 4분 주차장을 지났다. 사실 주차장 도착으로 사실상 산행은 끝났으나, 하산주를 마셔야 하는 인간이라, 계속 갔다.
3
왼쪽 공영주차장에 대기 중인 버스 주변에서, 도착한 일행이 몇 명이나 되는지 확인하며 산행 전 파악했던 하산주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길을 한 번만 건너면 식당인데, 사거리 어디에도 건널목이 없고, 대각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육교만 있다. 말인즉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죽으나 사나 무단 횡단을 한 번은 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발 뻗고 자는 정선군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가장 가까운 코스로 건너려고 보니, 왕복 4차선으로 오가는 차량이 너무 많아, 육교를 대각으로 건너,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2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했다. 그리고 첫 번째 식당인 '산골향기'앞을 지나며 창으로 내부를 보니, 어두운 게 문을 안 열었다. 해서 계속 가 양평해장국 집으로 갔다. 그런데, 여기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언제 써서 붙인 건지 모르겠지만, '재료가 떨어져….'로 시작하는 안내문이 유리문에 붙어 있다. 낭패다! 허기와 하산 주 때문에 뛰다시피 내려왔는데, 두 식당 다 영업을 안 한다.
낙담해서 주차장으로 돌아서려는데, 토산품 판매점에서 마을 주민이라 생각되는 여성이 나오며 산악회 버스가 왔는지 묻는다. 해서 그렇다고 얘기하고, 혹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여기 말고 또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앞 즉, 산골향기를 가리키며 저기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문을 안 연 거 같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자, 유명한 맛집으로 본인이 주인이라는 거다. 맛집인 거야 알고 있었으나, 주인을 이렇게 만나게 될지는 몰랐다. 해서 같이 식당으로 가 안으로 들어가자, 인솔 대장이 비빔밥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놀라는 게, 민둥산을 2시간 정도에 왕복하고 식당으로 올 산꾼은 없을 거로 생각한 듯하다. 그리고 내게 가장 빠른 사람일 거라고 하더니, 자기는 중간에서 포기하고 내려왔단다. 뭐 그런 얘기를 몇 마디 나누고 자리를 잡고 앉아, 곤드레 비빔밥과 소주를 주문했으나, 소주는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막걸리를 시켰다.
마감까지는 40분이 넘게 남아, 산행을 정리하며 비빔밥과 밑반찬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마감 25분 인솔 대장이 인원 점검을 해야 한다며 천천히 오라는 말을 남기고 식당을 나갔다. 그런데, 창의 밖을 지켜보던 주인장이 대장이 무단 횡단한다고 뭐라고 한다. 해서 왜 이 따위인 시스템을 그냥 두는지 내가 역으로 물어봤다. 그러자, 증산초등학교 때문에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한다. 사고 위험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그럼, 산골향기가 있는 이 구역은 섬으로 고립되는 게 아니냐고 다시 묻자, 명확한 대답을 못 한다. 어쨌든 그런 얘기를 나누고 배가 불러, 비빔밥과 막걸리를 조금 남기고, 마감 15분 전인 4시 45분경 식당을 나섰다. 과거에는 술이든 밥이든, 특히 술은 남기지 않고 억지로 다 먹었는데, 얼마 전부터 남기는 게 일상이 됐다. 어쨌든 다시 도로를 무단 횡단하고 대각으로 놓인 육교를 건너, 4시 52분경 주차장에 도착했다.
버스에 타기 전에 주차장 한쪽 구석에 있는 에어건으로 눈과 먼지를 털어내며 보니,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일행 두 팀이 발열 도시락과 싸 온 도시락을 먹고 있다. 그럼, 산에서는 아무것도 안 먹은 건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증을 위해 건강을 해치며 산에 다니나? 뭐,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고, 그렇게 눈을 털어낸 후 버스에 타 배낭이 있는 제일 뒷자리로 가 다시 다 정리했다. 그리고 식당을 나오기 전 화장실을 다녀왔으나, 막걸리 트라우마가 있는 인간이라,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에 가려는 데, 대장이 뭐라고 한다. 출발 시간이라는 거다. 해서 다시 버스에 타려는 데, 다녀오란다. 당연히 뛰어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 시계를 보니, 이제 5시 정각이다. 그런데, 왜 말린 거야. 그리고 몇 가지 확인을 하더니, 5시 1분에 주차장에서 출발했다. 당연히 바로 잠이 들어 깨어 보니, 덕평휴게소다. 현재 시각 6시 51분, 버스가 달린 게 아니라, 날아온 듯하다. 설 연휴 직후라, 도로가 텅 빈 덕을 본 걸까? 이후 7시 37분 양재역 마을버스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리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1+1 산행 계획 두 번째인 민둥산을 '민둥산 공영주차장 → 증산초교(등산로 입구) → 밭구덕 → 거북이쉼터 → 증산초교 사거리 → 민둥산 제2쉼터 → 민둥산 전망대 → 임도 사거리 → 임도 사거리 → 임도 갈림길 → 민둥산 → 증산초교 → 산골향기'의 환 종주 8.60km(산길샘) 코스를 2시간 13분 동안 달렸다. 이동 2시간 11분, 휴식 2분
실제 기온과는 달리 추위를 느낄 수 없었고, 비록 먼지 농도는 '보통'이나, 바람이 강해서인지 탁월한 조망을 보여준 산행이다.
1+1 산행을 대단히 싫어하나, 백두대간을 동과 서에서 비교하면 볼 수 있다는 건 꽤 괜찮았다. 덕분에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하나, 1+1 산행도 두 산 가운데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서는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산행이다.
일단 목표로 세운 200개의 천고지 중 법적으로나 환경적인 이유로 오르기 힘든 하나를 뺀 199개 중 197번째에 올랐으니, 남은 건 봉복산, 도숭산 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