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키친 가든을 담다가꾸는 이의 라이프스타일이 드러나는 먹을거리 정원과 아파트에도 적용 가능한 두 가지 키친 가든 모델을 담았다. 따라 해보고 싶은 키친 가든 풍경.
디자인을 고려한 가드닝_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수확의 기쁨만큼이나 관상의 즐거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디자인한 정원에는 꽃과 채소, 허브, 과실초가 한데 공존하고 서로의 높낮이와 잎의 모양, 그리고 향기까지 조화를 이루며 자란다.
키친 가든이 수확이 목적인 텃밭과 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원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오경아의 비법은 반드시 안에 ‘휴식의 공간’을 두는 것. 정원 일을 즐길 수 있고 늘 머물고 싶게 만드는 장치를 만들어두면 자연스레 주인의 손길이 자주 가게 되고 흙은 노동의 대가로 눈과 입을 사시사철 즐겁게 해준다.
최근 그녀가 작업한 기흥의 주말주택 키친 가든은 그녀의 생각을 오롯이 구현한 곳이다. 곳곳마다 정원 디자인 아이디어로 아기자기하게 꾸몄고, 샐러드 바, 정원 도구를 두고 쉬는 그늘집 등 주인이 노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경아가 제안하는 키친 가든 팁1_ 컬러와 높이를 고려한 디자인… 작물을 심을 때 색과 높이를 고려한다. 예를 들면 적양배추 뒤에는 컬러가 잘 어울리는 가지를 심되, 키가 작은 적양배추의 위치를 앞쪽으로 그 뒤로는 가지, 고추, 양파의 순서로 점점 키 큰 작물들을 심는 것이다. 원래 가지와 고추 뒤에 심었던 양파는 올해 여름 물러서 뽑아 버리고 대신 한 달 만에 1m가 자란 토란을 심어두었다. 다 자랐을 때의 높이를 생각해 심는 것이 포인트다.
2_서로에게 도움 주는 작물을 함께 키운다… 채소에도 서로 잘 맞는 궁합이 있는데 이러한 관계를 컴패니언 플랜트라고 한다. 옛날 인디언들은 옥수수와 콩, 호박을 ‘3sisters’로 부르며 함께 심었다. 콩은 질소를 밑에 모으는 성질이 있어 땅을 비옥하게 하고, 호박은 그늘을 만들어 흙이 마르지 않게, 옥수수는 호박 덩굴을 지지하면서 보호하는 담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_향기까지 고려한 정원 디자인… 키친 가든을 디자인할 때 허브를 위한 공간은 꼭 마련한다. 허브는 툭툭 끊어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살짝살짝 풍기는 허브 향이 정원 일에 즐거움을 더해주기 때문. 또 독특한 향이 나는 신선초와 금잔화 등은 병충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작물과 함께 심어주면 해충을 막아주고 보기에도 예쁘다
4_가드닝이 즐거워지는 공간을 만든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정원을 설계할 것이 아니라 머물고 싶고 일하고 싶은 요소들을 정원 안에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 주택의 키친 가든은 한가운데에 있던 나무들을 살려 가든파티를 할 수 있게 샐러드 바를 만들고, 왼편에는 정원 도구들을 두고 쉴 수 있는 그늘집을, 가운데에는 덩굴이 우거져 보기에도 좋고 그늘도 생기는 시렁(퍼고라)을 만들어두었다.
5_식물을 가두어 잡초의 공격을 피한다… 작물을 키우는 비옥한 텃밭은 자연히 잡초에게도 좋은 환경이라 매일 관리해주지 않으면 금세 무성해진다. 처음 키친 가든을 설계할 때부터 나무 박스를 이용해 작물이 자라는 공간을 제한하면 잡초의 공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박스로 구획을 나누면 사는 환경이 다른 두 가지 작물을 한꺼번에 키울 수 있고 정원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보여 디자인적으로도 좋다.
사계절 풍성한 먹을거리 정원_허브 요리 연구가 박현신수십 종의 허브와 열매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키친 가든. 허브 요리 연구가 박현신의 정원에는 오이, 호박 등의 채소와 함께 바질, 딜, 로즈메리부터 흔히 보기 어려운 타라곤, 펜넬, 멜로우, 초코 민트까지 50~60여 가지 허브가 자란다.
먹을거리 가득한 정원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기자는 늘 그녀의 키친 가든을 동경해 마지않았는데 박현신 선생은 그저 보기에만 예쁜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가꾸는 사람의 편의를 고려해 지속 가능하게 가꿀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는 자외선이 강하고, 장마철엔 폭우가 내려 키친 가든 관리가 쉽지 않지요. 예쁜 모양만 고려했다가는 몇 개월 지나 금세 모양이 망가지고 말지요. 그렇다고 농사지어본 적 없는 도시 사람들이 종일 정원 가꾸기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일이고요.
식물의 생육 환경을 알고, 기르는 사람이 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어야 오랫동안 즐겁게 가드닝을 할 수 있어요.” 루콜라는 열무 같은 것이라 뽑아 먹는 것이지 잘라 먹는 게 아닌데, 이를 모르고 화분에 길렀다가는 금세 시들어버리고 만다.
허브는 계속해서 잘라 먹어야 곁가지가 나고 잘 자라는데 이를 모르고 그냥 두면 삐죽하니 위로만 길게 자란다. 이처럼 생육 조건을 잘 알아야 식물이 잘 자라고, 식물이 잘 자라야 가꾸는 사람도 재미를 느낀다.
자연을 즐기며 사는 그녀의 정원에서는 철마다 다른 먹을거리가 열리고, 이렇게 얻은 수확물 덕에 그녀의 식탁은 늘 풍성하다.
정원에서 거둔 수확물 구경1_ 키친 가든에서 수확한 감자와 양파는 소쿠리나 바구니에 담아 창고에 보관한다.
2_ 날이 더워지면 즐기는 아이스 민트 티. 마당에서 딴 민트 잎으로 우린 차는 그 상쾌한 맛과 향이 파는 것에 상대가 안 된다.
3_ 마당 한편에 놓인 울타리를 타고 자란 토마토.
4_ 박현신 씨의 정원에서는 푸른빛이 도는 오팔 바질처럼 구하기 어려운 허브도 가득하다.
5_ 빨갛고 탐스럽게 익은 토마토는 수확해 1년간 두고 먹을 주스로 만들어둔다.
6_ 진한 보랏빛의 콘플라워는 색이 예뻐 꽃잎을 말렸다가 디저트의 가니시로 쓴다. 캐머마일과 멜로우는 차로 마시는데, 고운 색깔 덕에 눈이 즐겁다. 특히 멜로는 차로 우리면 맑은 파란색이 나지만 레몬즙을 넣으면 신기하게도 핑크빛으로 변한다.
마당 없이도 가능한 테라코타 샐러드 폿_판교 홍규영 씨판교 타운 하우스에 사는 홍규영 씨의 집 앞에는 다양한 작물이 심어진 테라코타 화분이 오브제처럼 놓여 있다. 키친 가든을 꾸미고 싶었지만 흙이 있는 넓은 마당이 없어 고민하다가 화분에 심기로 한 것인데, 화분을 모두 테라코타로 통일한 덕에 세련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블루베리, 대추토마토, 토란과 쌈채소류, 허브와 방울다다기양배추, 한라봉까지 심은 키친 가든은 작지만 알차다. 기본적으로 화분은 작물이 자라는 땅을 좁게 가두어 잡초 관리하기가 편하고, 특히 테라코타는 초벌구이한 점토로 흙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작물이 숨을 쉴 수 있다.
토분을 만졌을 때 촉촉하지 않으면 물을 주면 되니 관리하기도 편하다. 0°C 이하에도 깨지지 않기 때문에 월동도 된다. 화분에 심을 때는 사는 환경이 비슷한 것들끼리 모은 다음, 뿌리의 깊이에 따라 화분의 높이를 달리한다.
토란처럼 뿌리가 깊은 뿌리채소와 과실수는 30cm 이상 깊은 화분에, 얕은 데서도 잘 자라는 쌈채소는 낮은 화분에 심는다. 자연스럽게 생기는 높낮이는 정원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줘 보기에도 아름답다.
1_ 낮은 화분에 심어도 되는 쌈채류끼리 함께 심었다.
2_제주도에서 얻어 온 한라봉. 내후년에나 따 먹어볼까 기대하고 있다.
3_ 토란은 하루가 다르게 키가 쑥쑥 자란다. 가을쯤이면 뿌리에 토란이 열릴 것이다.
4_ 벌레가 잘 먹는 다다기양배추. 무농약으로 키우니 이런 것도 감수해야 한다.
5_ 아래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따 먹으면 어느새 위에 달려 있던 초록빛 토마토가 또 빨갛게 익어 있다.
6_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가득 달려 있던 블루베리. 모두 따 먹고 이것만 남았다.
시티 팜의 새 모델 LED 식물공장_경기도 분당 카페 W경기도 분당 암웨이 본사에 위치한 카페 W에 가면, 유리 큐브 안에서 채소가 자라는 생경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실내에서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설계한 수경 재배 시스템으로 햇볕 대신 LED 빛을 이용하고, 온도, 영양분 등 생육 환경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병충해나 외부 날씨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의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몇 해 전 일본에서 선보인 이후 여러 레스토랑으로 확산되며 인기를 끌었는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LED 식물 공장의 장점은 그 자리에서 채소를 수확해 요리하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것.
또 생육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먹는 사람이 안심할 수 있고 이에 더해 초록 잎을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휴식을 누리게 된다. 카페 W에서는 로메인, 롤로로사, 상추와 같이 생장 주기가 빠른 잎채소들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렇게 수확한 채소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만든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행복가든’이라는 이름의 시티 팜을 매장에 설치해 재배한 채소를 그 자리에서 수확해 구입할 수 있다.
1_ 일본 잡지 『Casa Brutus』에 소개된 수경 재배 시스템. 아일랜드 식탁 아래에 LED 수경 재배 시설을 설치해 수확한 채소로 바로 요리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한다.
2_ 카페 W에서는 시티 팜에서 수확한 채소를 그 자리에서 요리해낸다.
3_ LED 조명과 수경 재배 시설을 갖춘 카페 W의 시티 팜.
4_식물 공장에서 재배되는 채소는 무농약으로 안전하게 기르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