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교를 믿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한다. 리서치 전문 업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종교를 믿는 이유로 ‘마음의 평안을 위해’가 과반수를 차지했고, ‘죽은 다음의 영원한 삶을 위해’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은 마음이 평안치 못한 것이 일반적이다. 죄를 지으면 자동적으로 초자아로부터 문책이 가해져 두려움, 불안, 후회, 수치심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양심의 가책’이라 불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를 찾는다. 각 종교에서는 저마다의 교리로써 죄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어떻게 죄를 사함받고, 어떤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는 것일까? 이번 『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세계 5대 종교의 ‘속죄 의식’에 대해 알아본다.
▣ 힌두교의 속죄 축제, ‘타이푸삼’
힌두교에는 매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열리는 참회와 속죄의 축제가 있다. 힌두교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타이푸삼(Thaipusam)은 전쟁의 신 무루간을 기리는 축제로, 신체에 고통을 주는 고행을 통해 1년 동안 지었던 죄를 신 앞에 사죄하는 참회 의식을 한다.<자료1>
고행자들은 자신의 몸과 얼굴에 쇠꼬챙이나 갈고리 등을 꽂고 카바디라는 화려한 장식의 등짐을 짊어진 채, 바투 동굴 사원에 이르는 272개의 계단을 오른다. 카바디는 인간의 삶에 주어진 짐을 의미하는데, 신도들은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며 고통을 이겨내는 것으로 참회와 속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계단 앞에서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무루간 동상 근처에서 신에게 참회의 기도를 하는 신자들도 많다. 272는 인간이 태어나 저지를 수 있는 죄의 수라고 한다. 계단은 3개로 나누어지는데 좌측은 과거의 죄, 중앙은 현재의 죄, 우측은 미래의 죄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과거, 현재의 죄는 물론 미래의 죄까지 미리 참회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힌두교에는 타이푸삼처럼 고행하지 않고도 죄를 씻는 방법도 있다. 천국으로 흐른다는 갠지스강을 비롯해 인도의 몇몇 성스러운 강물에 몸을 담그면 모든 죄가 씻어진다고 믿는다. 따라서 인도에서는 쿰브멜라, 마그멜라 등 죄가 씻기길 염원하며 강물에 몸을 씻는 축제들이 주기적으로 열린다. 매년 적게는 수백만 명, 큰 축제에는 2억 명 이상의 힌두교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와 강물에 죄를 씻고 간다.
▣ 불교의 속죄 의식, ‘참회’.
불교에는 참회라는 속죄 의식이 있다.<자료2> 불교에서 참회란 과거에 지은 죄업을 진정으로 뉘우쳐 부처 앞에 그 잘못을 고백하고 또다시 죄악을 범하지 않겠다고 엄숙히 맹세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포교하던 당시부터 포살(布薩)과 자자(自恣)라고 불리는 참회법이 행해졌다. 포살은 보름에 한 번씩 스스로 자기가 범한 죄를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고 참회하는 것이고, 자자는 음력 7월 15일,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죄를 물어 타인으로부터 지적을 받아 참회하는 것이다. 덕망이 높은 승려인 장로들 앞에서 참회를 하고 훈계를 받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죄를 짓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죄를 알고 뉘우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불교의 경전 <유교경>에서는 “과실로 악을 범할지라도 능히 뉘우치면 선이 되어서 공덕을 잃어버리지 않나니”,
<출요경>에서는 “사람이 먼저는 악을 저질렀어도 선한 행으로 그것을 없애면 구름 사라진 뒤의 달과 같아라”, <심지관경>에서는 “백천겁 동안에 지은 모든 불선업(不善業)도 불법(佛法)의 힘으로 잘 수순해서 닦으면 일시에 소멸하는 것이다.”라며 참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지난 2006년,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승려는 구치소를 방문해 살인 또는 강도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를 위한 수계법회를 열었다. 사형수들에게 불교 신도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을 주고, 향으로 팔을 태우는 참회 연비를 한 뒤 수계증과 법명(法名)을 주었다. 지관 승려는 참회 연비를 하는 것은 “몸에 고통을 주어 자신이 지은 죄를 참회하기 위한 것이고 그다음은 마음속으로 반성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몸과 마음으로 참회하는 순간, 큰 죄 작은 죄가 다 녹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살생을 금하고 참회를 중시하는 불교계는 “사형제는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박탈하는 제도적 살인”이라며 현재까지도 사형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 유대교의 대 속죄일, ‘욤 키푸르’
세계 5대 종교 중 앞서 언급한 두 종교를 제외한 나머지 세 종교는 뿌리가 같다. 아브라함계 종교인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다. 하지만 속죄에 대한 교리는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다. 먼저 가장 먼저 시작된 종교인 유대교에 대해 알아본다.
유대인들은 유일신 야훼를 신봉하면서 엄격한 율법을 지키며 생활한다. 평소에 율법을 어기는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기도 중에 회개를 하는데, 새해 첫 10일 동안은 특별히 모든 유대인들이 의무적으로 함께 참여하여 회개하는 기간을 갖는다. 지난해 잘못한 것을 회개하며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것이다. 참고로 유대인들의 신년은 양력 1월 1일이 아니다.
‘로쉬 하샤나’로 불리는 유대인들의 신년은 유대력 7월 1일이며, 양력으로 9월 말에서 10월 초에 해당한다.
회개의 종류는 두 가지다. 유대 율법은 이웃과의 관계와 관련한 율법과 신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율법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십계명을 예로 들면,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등의 5~10계명은 전자, ‘우상을 섬기지 말라, 안식일을 지켜라’ 등의 1~4계명은 후자다. 이웃과 관련된 법을 지키지 못한 것이 생각나면 그 이웃을 찾아가 사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네 부모를 공경하라’를 어겼다면 부모님께 찾아가서 용서를 빌고,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면 친구에게 찾아가 사죄하는 것이다. 7월 1일부터 9일까지는 이렇게 이웃에게 잘못한 것을 회개하고,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신에게 지은 모든 죄를 회개한다.
신에게 회개하는 마지막 날은 ‘대 속죄일’로 ‘욤 키푸르’라고 부른다.<자료3> 이날은 유대교의 율법서 토라(=구약 성경 중 모세오경)의 레위기 16장, 23장에 따라 하루 종일 금식을 하며 회개한다. 유대인들은 대 속죄일을 ‘모든 죄를 용서받고 죄가 완전히 사해지는 날’로 믿기 때문에,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하며 크고 엄숙한 절기로 여긴다.
▣ 이슬람교의 속죄 기도 ‘이스티파르’
이슬람교도 사람이 구원을 받으려면 회개와 선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다른 종교에서 행해지는 별도의 속죄일이나 과정은 없다. 이슬람교에 따르면, 지은 죄가 크든 작든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 죄를 누군가에게 자백할 필요가 없다. 자백을 했다고 해서 용서받는 것도 아니며, 죄를 정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에게 기도하고 진심으로 후회하는 마음을 전하며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들의 신인 알라에게 용서를 구하며 기도하는 것을 이스티파르(istighfar)라고 하는데, 기도를 할 때 “아스타피룰라(Astaghfirullah)”, 우리말로 “알라에게 용서를 간구합니다”라는 구절을 반복해서 읊는다.<자료4> 그 내용은 신과 자신만 안다. 이슬람에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과거의 죄가 없어진다고 가르치며, 이슬람 신자인 무슬림이 되면 무슬림이 되기 전에 지었던 모든 죄는 없어진다고 한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징그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