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뒹굴거리고 있는 여대생입니다..
집에서 너무 뒹굴거리기도 눈치 보이고, 다이어트도 할 겸 헬스장엘 다니고 있는데요.
거길 갈 때마다 항상 저만 제일 꾸질꾸질한 것 같아 알게 모르게 살짝 위축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몇 일 뒤부터 다닐 예정인 영어학원 덕분에 정기적인 외출 기회가 생겨
우선 이 부스스한 머리부터 정리하자는 생각으로
미용실에 가서 4만원을 주고 볼륨매직이란 걸 난생 처음 해 봤습니다.
수중에 10만원밖에 없어서 고민고민해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완성된 머리모양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단정해 보이기에 그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가격을 조금 줄여서 말할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은 집에 가서 엄마에게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화부터 내시더군여..
돈을 그렇게 막 쓰다니, 어렸을 적부터 내가 널 잘못 키웠다, 돈 귀한 줄 모르고, 등등.
이 잔소리에는 도돌이표가 붙었는 지 나름대로 이유를 말해도 씨알도 안 먹혔고요..
급기야는 몇 분 뒤에 걸려온 아버지 전화를 받고는 우시기까지 하셨구요.
그 울먹이는 소리를 듣고, 저도 울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죄송하지만, 죄송하다는 생각에 흘린 눈물보다는 서운함 때문이었습니다.
수능 끝나고 친구들과 한 단체 파마 외에 최근 10년 간 제 머리 스타일은 고딩 때와 같은 단발에 일자 앞머리구요.
화장도 안해서 화장품도 없고, 옷도 가방도 구두도 좋게 말하면 캐주얼이지, 그냥 선머슴애스러운 것들 뿐이에요. 그 마저도 잘 사지도 않지만요.
그래서 엄마 아부지는 항상 다른 여자애들 처럼 꾸미고 다녀라고 잔소리 하시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 부모님, 친척 모임같은 곳에선 '우리 애는 요즘 애 답지 않게 이쁜 거, 비싼 거 모르면서 아직도 고등학생 처럼 해 다닌다'며 딸은 '컴플렉스'라 여기는 걸 '수수함'이라며 자랑 비스무리하게 하신 듯도 하네요..)
머리 모양 하나 바꾸는데, 4만원씩이나 드는 거, 저도 비싸다고 생각해요.
그치만, 생각없이 돈을 함부러 쓴다는 말에 저도 울컥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 함부러 말하냐'고 소리 꽥 질렀어요.
그래도 저는 제 맘대로 할랍니다.
매번 미용따위엔 관심없다는 실루엣으로 앉아있으니, 갑작스런 볼륨매직 4만원에 이런 사태가 초래된 듯합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어머니의 면역력을 길러드려야 겠어요..
아끼는 것도 좋긴 한데, 솔직히, 솔직히 20대의 나이에 50대인 어머니처럼 살긴 싫거든요.
참고로 오늘 제 생일...1월 5일..ㅠ
4만원 초저가입니다. 제 주위에 20만원 파마하는 사람 꽤 많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