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필립스, 인간의 흑역사 중 정리
#쓸모무쓸모예화나눔 #인간의뻘짓들에관하여
1. 자만은 금물
9세기 북유럽의 장수였던 ‘천하장사 시구르드’는 적장 ‘뻐드렁니 마엘 브릭테’의 목을 베어 말안장에 매달고 의기양양하게 귀환했다. 그러나 마엘 브릭테의 뻐드렁니가 말 타고 달리던 시구르드의 다리를 계속 긁었고, 그 상처의 감염으로 시구르드는 며칠 만에 죽고 만다.
천하장사 시구르드는 자기가 이미 죽인 적에 의해 죽임을 당한 불명예스런 주인공으로 전쟁사에 길이 남았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자만은 금물이다. 둘째, 적의 치아 위생에 유의하자. 이 정도일 것이다.
2. 인간의 양면성
우리 머리는 교향곡을 작곡하고 도시를 계획하고 상대성이론을 생각해내지만, 가게에서 포테이토칩 하나를 살 때도 무슨 종류를 살지 족히 5분은 고민해야 겨우 결정할 수 있다.
3. 대책없는 인간들
a.벙깍 호수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호수였으나, 모래로 메우고 그 위에 고급 아파트를 짓기로 결정했다. 현재는 그냥 물웅덩이가 됐다.
b.노물
중미 국가 벨리즈의 가장 중요한 마야 유적지로, 거대한 마야 피라미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2013년에 건설업자가 근처 도로 포장에 쓸 자갈을 구해 가려고 피라미드를 부쉈다.
c.바미안 석불
아프가니스탄 중부에 보존되어 있던 높이 50미터가 넘는 웅장한 석불. 2001년 탈레반 정권이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박살내버렸다.
4. 똑똑한 척 하는 인간
a.나일퍼치
나일퍼치는 길이가 1.8미터에 이르는, 농어과의 먹성 좋은 포식성 물고기다. 한 때 동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인들은 나일퍼치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 빅토리아호에 풀어놓으면 그곳을 더 좋은 어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1954년에 나일퍼치를 빅토리아호에 풀었다. 결국 나일퍼치는호수의 물고기들을 깡그리 먹어치웠고, 빅토리아호의 500종이 넘는 어류가 멸종했다.
b.마오쩌둥의 ‘제사해 운동除四害運動
1958년 마오쩌둥 “참새는 자본주의의 대표 동물”이라 하며 제사해 운동을 벌였다. 운동 개시 첫날 상하이에서만 잡힌 참새가 20만 마리에 달한다고 추산된다. 그러나 참새들은 해충도 잡아먹었다. 특히 메뚜기가 참새의 밥이었다. 10억 마리의 천적이 갑자기 사라지자 중국의 메뚜기들은 매일매일이 잔칫날이었다. 결국 1959년에서 1962년까지 중국은 대기근을 겪고 적게는 1,500만 명에서 많게는 3,000만 명이 아사했다.
d. 사탕수수두꺼비
남미 토착종인 사탕수수두꺼비는 누군가가 토끼처럼 좋은 의도로 오스트레일리아에 들여왔다. 목표는 사탕수수딱정벌레라는 해충을 박멸하는 것. 그런데 웬걸, 잡아먹으라는 사탕수수딱정벌레는 안 잡아먹고 나머지 온갖 것을 싸그리 다 잡아먹었다.
5. 다수의 우상 (민주주의가 최고라고?)
a. 시장이 된 개
1981년에 캘리포니아의 수놀이라는 작은 도시에선 보스코 라모스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보스코는 1994년 사망할 때까지 10년 이상 시장 자리를 지켰다. 그는 재임 기간 중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중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민주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천안문 사태 이후에 중국의 「인민일보」가 보스코를 거론하며 서방 민주주의는 ‘인간과 개의 구분이 없다’며 비방했기 때문이다. 보스코는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잡종견이었다.
b. 시장이 된 풋 파우더
1967년 에콰도르의 소도시 피코아사에선 ‘풀바피에스’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그의 선거 슬로건은 ‘어느 후보에 투표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건강과 청결을 원하신다면 풀바피에스에 투표하세요’ 였다. 풀바피에스는 풋 푸우더 상표명이었다.
6. 쫄딱 망한 정책
a. 코브라 효과
영국 정부는 인도 델리에서 유해 동물 방제 운동의 일환으로 죽은 코브라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코브라를 길러 손쉽게 포상금을 타갔다. 그러자 영국은 포상금을 폐지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쓸모없어진 코브라를 방생했다. 결과는 코브라의 창궐.
b. 금주법
미국은 1920년에서 1933년까지 금주령을 시행한 결과 술 마시는 사람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범죄 조직이 주류업을 독점하게 되어 전국 각지에서 범죄율이 치솟았다.
7. 뻘짓이 전공인 인간들
a. 양동이 전쟁
1325년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모데나와 볼로냐 사이에 일어난 전쟁으로 2,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발단은 모데나의 병사 몇 명이 볼로냐의 우물에서 양동이를 훔쳐간 것이었다. 모데나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바로 양동이 하나를 더 훔쳐갔다.
b. 요강반란
정복왕 윌러엄의 맏아들 로베르는 두 동생이 자기 머리 위로 요강을 엎었는데 아버지가 충분히 벌을 주지 않아, 이에 불만을 품고 아버지에 맞서 대놓고 반란을 일으켰다.
c.에드윈 캐츠키
1936년, 의사 에드윈 캐츠키는 당시 마취제로 쓰이던 코카인이 왜 해로운 부작용을 나타내는지 알아보자 했다. 자기 몸에 코카인을 대량 주사했고, 밤새 연구실 벽에 알아볼 수 없는 메모를 끄적이다 죽었다.
d. 칼 빌헬름 셸레
스웨덴의 천재 화학자로 산소, 바륨, 염소 등 많은 원소를 발견했는데, 새로 발견된 원소마다 맛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결국 납, 불산, 비소 중독으로 1786년에 숨졌다.
8. 판단 미스(끔찍한 외교 실책): 외교란 한마디로, 대규모 인간 집단끼리 서로 개자식처럼 굴지 않는 기술이다.
a. 보티전
5세기 브리튼의 왕. 로마가 철수한 후에 픽트족의 침공에 나라가 무방비 상태에 놓이자 색슨족을 용병으로 불러들여 국방을 맡겼다고 한다. 색슨족은 그냥 자기들이 브리튼을 지배하기로 했다.
b.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
파라과이의 대통령. 그리 크지 않은 나라인 파라과이를 이끌고 훨씬 큰 나라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와 한꺼번에 전쟁을 벌였다. 그 전쟁으로 파라과이 인구 절반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c. 치머만 전보
1917년 독일은 멕시코에 비밀 전보를 보내, 미국이 만약 1차 대전에 참전할 경우 자국과 동맹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 댓가로 멕시코가 미국에 빼앗꼈던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를 되찾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보 내용을 영국이 중간에 가로채 미국에 알렸고, 결국 미국은 분개해 참존을 결심했다. (멕시코는 제안에 관짐조차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