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도시
호안 네그레스콜로르 글‧그림 / 이주희 옮김
40쪽 / 15,000원 / 판형 235*300*10 / ISBN 9788984143555 77870
출간일 2019년 8월 5일 / 대상: 4~10세 / 원제: A CIDADE DOS ANIMAIS
‘생명’과 스토리텔링의 힘이 가득 찬 총천연색의 오아시스!
인간이 모두 떠나고 동물들만 남은 세상, 동물들의 도시.
강렬한 색채로 자연이 권리를 되찾았을 때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모든 생명이 없어지고 황폐할 것 같지만
오히려 자연에 의해서 회복되는 메시지를 전하며
절제된 중의적인 텍스트로 행간 너머의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는 인문학적인 그림책.
많은 질문을 답하지 않은 채 남겨 두지만
흥미로운 전제가 담긴 풍요로운 판타지로 독자를 매료시킵니다.
● 2018 에스파냐 훈세다상 수상 ● 2017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
● 2017 상하이 골든 핀휠상 수상 ● 2018 뉴욕 일러스트레이터협회 원화전 선정
◆ 정글에 나타난 어린 소녀,
도시를 푸르게 만들어가는 동물들
니나는 정글 도시까지 걸어가기를 좋아해요.
니나는 샛길 하나하나와 숲 냄새를 다 알지요.
니나의 비밀 장소는 식물과 동물들이 살고……
그리고 버려진 물건들이 있는 곳이지요.
니나는 동물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동물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여기, 인간이 떠난 도시에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정글을 이룬 도시, 인간 소녀 니나는 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들지요.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닮지 않은 ‘동물들의 도시’. 폐수가 쏟아질 것 같은 관에서는 맑은 물이 폭포처럼 콸콸 흘러내리고 그 물에서 니나와 조그만 물고기와 커다란 하마가 헤엄을 칩니다. 상자, 컴퓨터, 전깃줄…… 그저 용도를 짐작해 보는 갖가지 물건들은 이제 니나의 즐거운 장난감입니다. 건물, 교통 표지판, 철탑…… 아직 도시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높은 건물들은 제멋대로 자란 식물로 뒤덮여 무엇이 나무이고 빌딩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 언젠가 인간들처럼 활기차게 왔다 갔다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동물들. 니나도 동물들도 다들 행복한 표정입니다.
동물들은 모두 니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하지요. 원숭이는 달나라를 여행하고 우주에서 모험을 하고 외계인을 만나는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홍학은 신화나 전설을 좋아하고, 뱀은 뱃사람과 폭풍우가 나오는 시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모든 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바로 자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때 지금과는 다른 주민들 즉 인간이 살았지만 이제는 자연이 차지한 이곳에 대한 것입니다.
동물들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동물들의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 자연에 의해 회복된 세계,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의 아름다움
인간이 사라진 지구는 잿더미만 남은 황폐한 공간일까요? 《동물들의 도시》는 주목받는 젊은 예술가 호안 네그레스콜로르의 ‘인간이 도시에서 사라진다면’이라는 상상이 독특한 느낌으로 펼쳐지는 그림책입니다.
어떤 이유로 인간이 사라진다면 흔히 모든 생명이 사라지고 문명은 파괴된 황폐한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 책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청량한 물과 무성한 식물과 평화로운 동물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여태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그립니다. 망가진 기계, 쓰러진 의자, 뒤집힌 자동차 등 문명의 이기는 땅에 파묻히지만 그 위를 식물들이 뒤덮으며 동물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버려진 도시에서 생명이 다시 꽃피우고 활동하며 이전과 같은 활력이 넘칩니다. 인간이 없기 때문에 자연의 힘에 의해서 회복되는 것일까요?
인간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글은 조금의 부연도 없이 그저 핵심적인 내용만을 이야기합니다. 파랗고 초록색인 건물들, 잎사귀가 넓은 화려한 식물들, 건물 사이로 고개를 내민 동물들, 동물들을 지켜보는 니나, 인간과 동물들 그리고 물건들 사이에는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야말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동물들의 도시》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하나하나 보여주지 않고, 행간의 이야기를 만들며 독자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창조해 나가길 바라는 심오한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의 짧은 글은 중의적이고 많은 것을 불확실한 상태로 남겨 둡니다.
인간 문명의 소멸이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오히려 활기 넘치는 유토피아가 된
미래에 대한 예언적인 전망에 가장 가까운 것 같습니다.”
- 2017년 화이트 레이븐스 심사위원단 리뷰 중에서
◆ 대담한 그래픽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
흥미로운 전제가 담긴 풍요로운 판타지
호안 네그레스콜로르는 극도로 절제된 텍스트에 비해 복잡할 정도로 다채로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아주 대담하게 식물이 무성한 세계가 소용돌이치는 듯한 화면을 창조해냅니다. 붉은색, 노란색, 청록색 3가지 팬톤 컬러로 펼친 양면에 넓게 식물, 동물, 건물, 사물의 실루엣이 겹겹이 쌓이고 어우러지며 아름답고 오묘하게 구현됩니다. 얇은 색지가 겹겹이 겹친 듯한 표현기법은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사물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서로 흔적을 남기는 듯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모든 사물의 연관성과 이어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온갖 빛깔과 모양이 어울려 어쩌면 어지러울 정도지만, 공간을 담아낸 긴 호흡의 짧은 텍스트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아주 시적으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인간이 없어지고 난 뒤에 만들어진 ‘동물들의 도시’, 어쩌면 어둡고 기괴할 수 있는 상상을 아주 밝게 새로운 전복적인 상상으로 드러내면서, 비록 인류가 어떤 잘못으로 종말을 맞을지라도 그 이후에 이 그림책처럼 아름답고 밝고 활기찬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말입니다.
곧 다시 온 니나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동시에 낙관과 새로운 희망을 함께 전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 글 호안 네그레스콜로르
1978년에 에스파냐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습니다. 마사나 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출판물 작업, 게임 일러스트레이션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벽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림책 《사회 계급이 뭐예요?》로 카탈루냐 일러스트레이터 협회(APIC)에서 수여하는 훈세다상과 2016 볼로냐 라가치 논픽션상을 받았고, 《동물들의 도시》로 2018년 훈세다상 최고 어린이책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떨쳤습니다. 《동물들의 도시》는 강렬한 색채와 멋진 형태로 세계 여러 곳에서 찬사를 받았는데, 뉴욕에서 2018 일러스트레이터협회 원화전에 선정되었고 2017년 상하이 도서전에서 골든 핀휠상을 받았으며 2017년 화이트 레이븐스 카탈로그에 선정되었습니다.
★ 옮김 이주희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4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어린이와 성인 문학, 영미 문학과 프랑스 문학을 아우르는 번역가로 활동합니다.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트리혼의 보물 나무》, 《트리혼의 세 가지 소원》, 《나무 나라 여행》, 《지름길》 등 여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 추천의 글
자연의 회복과 공존의 기쁨 -《동물들의 도시》
인간이 사라진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세상을 향한 주인공 니나의 시선은 오히려 따뜻하고 평화롭다. 폐허가 된 콘크리트 빌딩 숲. 버려진 자동차와 가전 기기, 깨진 유리병…… 등을 보면 누구나 흉물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동물들의 도시》에서는 갖가지 동식물로 가득 찬 숲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흥미로운 대상으로 변신한다.
문명의 잔해와 대자연의 풍경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일러스트레이션의 단순 명료한 조형 이미지는 이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치 반투명의 얇은 색지를 겹겹이 오려 붙인 듯한 그래픽적 표현 기법은, 등장하는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일체감을 느끼게 하며, 강렬한 원색을 대범하게 사용하면서도 차분한 계조의 보색이 뒷받침되어 화려함보다는 중후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언어는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대신에, 독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이야깃거리가 조밀한 구성의 화면 구석구석 은밀하게 숨어 있어, 세세히 볼수록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한편으로는 “홍학은 신화와 전설을 좋아해요.”, “뱀은 바다에 대한 시를 좋아해요.”의 예에서 보듯이 인간이 창조한 문명도 대자연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니나는 곧 다시 와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로 여운을 남기고 마무리하지만, 아마도 독자들은 마음속에 희망의 빛을 밝히며 저마다의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현재의 우리 모습을 은연중에 되돌아보게 하기도 하는 아름다운 한 권이다.
류재수(그림책 작가)